정부 초강수에…강남 고가아파트, 시세 낮춘 급매물 나와도 매수 문의 끊겨

김호경기자

입력 2020-01-19 17:31 수정 2020-01-1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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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집값 상승 진원지로 보고 부동산대책의 최우선 타깃으로 삼고 있는 서울 강남 고가 주택 매매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대출을 옥죈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고위 인사들의 강경 발언으로 추가로 어떤 규제가 나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퍼지면서 시세보다 싼 급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세보다 싼 급매물은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뿐만 아니라 비교적 신축인 단지에서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2016년 준공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164㎡의 호가는 48억 원 안팎으로 대책 이전에 비해 2억 원가량 떨어졌다. 대책이 나오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12일 20억5000만 원에 팔렸던 송파구 ‘리센츠’ 전용면적 84㎡의 호가는 18억 원 대까지 내려갔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기간이 끝나는 올해 6월 전에 서둘러 집을 팔려고 시세보다 호가를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매수 심리가 워낙 위축되다 보니 급매물조차 거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서초구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출이 막히면서 현금 부자가 아니면 강남 아파트 매수에 나서기 어려워지면서 매수 문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이달 13일 기준 서울 한강 이남 지역의 ‘매수우위지수’는 105.4로 12·16대책이 나오기 직전(124.6)보다 약 20포인트 줄었다. 이 지수가 100이 넘으면 집을 팔려는 매도자보다 집을 사려는 매수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아직까지 매수자가 더 많지만 1개월 만에 매수세가 크게 꺾인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서울 강남4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의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1% 오르는 데 그쳤다. 12·16대책 이후 4주 연속 상승폭이 둔화된 것이다. 특히 서초구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6월 이후 30주 만에 상승세를 멈췄다.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 집값은 당분간 긴 휴식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20일부터 9억 원 초과 주택 보유자의 전세보증금 대출이 금지되면서 사실상 ‘갭투자’가 막혔다. 올해 3월부터 9억 원이 넘는 주택을 구입할 때 자금조달계획서뿐만 아니라 최대 15종류의 자금 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 규제는 워낙 세서 길면 1, 2년 정도 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라며 “매수자들은 대출이 안 나와 못 사고, 매도자들은 팔고 싶어도 양도세 때문에 팔 수 없는 ‘거래 실종’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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