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까지 ‘풍선효과’…서울 6억이하 아파트 6만채 줄어

이새샘 기자

입력 2020-06-04 22:05 수정 2020-06-04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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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부동산대책 6개월 분석
고가 아파트 대출규제 강화되자 중저가 집값이 차례로 밀려올라가
무주택 실수요자 위한 매물 줄고 9억이상 아파트 비중 36%→40%
그간 하락세 착시효과 있었단 증거
강북권 오르고 강남권 하락폭 줄며 서울 매매가는 9주만에 보합 전환


12·16부동산대책이 발표된 뒤 약 반년 동안 서울의 6억 원 이하 아파트가 6만 채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9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의 아파트 값이 노원, 도봉, 강북구 등 중저가 아파트 비중이 높은 지역 위주로 상승하며 3월 다섯째 주 이후 9주 동안 이어지던 하락세가 멈췄다.

4일 동아일보가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의뢰해 집계한 결과, 지난해 12월 13일 기준 전체 서울 아파트 중 35.1%(43만9356채)였던 6억 원 이하 아파트는 5월 29일 기준 30.6%(38만2643채)로 비중이 낮아졌다. 반면 9억 원 초과 아파트는 전체의 36.6%에서 40.1%로 늘어났다. 6억 원 초과~9억 원 이하 아파트는 전체의 28.3%에서 29.3%로 비중이 소폭 늘었다.

이처럼 6억 원 이하 아파트의 비중이 감소한 것은 정부가 9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중저가 아파트로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가 일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대출규제나 자금출처조사 등이 상대적으로 덜한 아파트 인기가 높아지며 6억 원 이하는 6억 원 초과로, 6억~9억 원 아파트는 9억 원 초과로 가격이 밀려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12·16대책 이후 나타난 서울 아파트 가격 하락세에 ‘착시효과’가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아파트 등 15억 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아파트의 가격은 일부 하락했지만 자산이 많지 않은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첫 내 집으로 매수를 고민할 만한 6억 원 이하 아파트는 가격이 오르며 매물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 밀집지역에는 6억 원 이상의 최고가를 기록하며 실거래되는 단지가 계속 나오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 전용 58㎡는 고층이 6억1000만 원에 최근 거래됐다. 지난해 12월에는 5억 원 중반대에 거래되던 매물이다. 동대문구 전농동 전농SK 59㎡는 지난해 12월까지 5억 원대에 거래됐는데 최근 6억2500만 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이런 가운데 이날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6월 첫째 주(1일 조사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9주 동안 이어지던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0% 변동)으로 전환됐다.

특히 노원(0.01%), 도봉구(0.01%)가 보합에서 상승으로 전환했고, 동대문(0.03%), 구로구(0.07%)는 상승폭이 커졌다. 서초(―0.04%) 강남(―0.03%) 등은 하락폭이 줄어들었다.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강남 고가 아파트의 하락폭이 줄어들며 서울 전체의 보합세를 이끌었다.

감정원 측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 유동성이 커지고 보유세 부과 기준일(1일)이 지나면서 급매물이 소진된 15억 원 초과 단지의 하락세가 진정되고 중저가 단지는 상승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서울의 전세 가격도 0.04% 상승해 지난주(0.02%)보다 상승폭이 커지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강남(0.04%), 서초(0.04%), 송파구(0.11%) 등은 매물이 부족한 가운데 신반포4지구 재건축 등 이주수요가 겹치며 지난주보다 일제히 상승폭이 커졌다. 지난해 자립형사립고 폐지 방침 발표 이후 급등한 뒤 하락세가 이어졌던 양천구도 목동 신시가지 위주로 전세가격이 오르며 지난주 0.02% 하락에서 0% 변동률로 보합 전환했다. 강북지역도 마포(0.07%) 강북구(0.07%) 등 상당수 지역에서 상승폭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하반기(7~12월)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지금은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며 노원, 도봉, 강북구의 아파트 값이 급등한 2007년 당시와 유사한 상황으로 보인다”며 “시장 유동성 확대 등에 따라 중저가 아파트와 전세 가격은 하반기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이미 집을 보유한 사람과 서울에 집을 사려는 무주택 실수요자 간의 격차를 벌릴 수 있다는 점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대출을 더 받아 전세 보증금을 올려 내거나 월세로 옮겨가는 식으로 주거비용은 늘어나는데 이들이 매수를 고려할 만한 중저가 아파트 가격은 오르고 있어 내 집 마련 시기가 더 늦춰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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