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꼭 필요한가요”… 공유주택 찾는 젊은층

특별취재팀

입력 2019-11-18 03:00 수정 2020-12-0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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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이코노미 시대 변해야 살아남는다]
치솟는 집값에 내집마련 포기… 주방-세탁실-정원 등 함께 사용
저성장 시대에 대안으로 떠올라


지난달 28일 도쿄 닛포리 인근 컬렉티브 하우스 ‘간칸모리’의 입주민들이 모여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이 갈수록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공용주택을 대안으로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도쿄=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우리 부모님 세대는 차곡차곡 돈을 모아 ‘마이 홈’을 장만하는 꿈을 꿨을지 모르지만 저희 세대는 달라요. 왜 꼭 집을 사야 하나요?”

지난달 28일 찾은 일본 최초의 ‘컬렉티브 하우스(공동체주택)’ 간칸모리(かんかん森)에서 만난 레이나 씨(32). 3개월짜리 아기를 키우는 그는 ‘내 집 마련’ 대신 선택한 공동체주택에서의 임대 생활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아기를 입주민들이 모두 함께 키워준다는 느낌이죠. 아기가 칭얼거릴 때도 혼자 진땀을 흘리는 게 아니라 공동식당에 나와 있으면 다른 분들이 달래주시기도 하고요.” 실제로 그의 곁에서 능숙하게 레이나 씨의 아기를 안아 재워주던 70대 할머니 사카토모 씨는 친정 엄마가 아니라 간칸모리에서 15년 이상 살아온 입주자였다.

간칸모리는 도쿄 닛포리에 자리한 복합건물 ‘닛포리 커뮤니티’의 2, 3층을 사용하고 있다. 독립된 거주공간은 원룸이나 패밀리 타입 등으로 나뉘어 있고 임대료는 월 7만1000∼15만 엔(약 76만∼161만 원) 수준이다. 입주자들은 이와 별개로 공동주방 세탁실 놀이방 정원 텃밭 등을 공유하며 틈나는 대로 식사를 함께 한다. 2003년 처음 입주광고를 냈을 때는 거주 희망자가 5명밖에 안 됐지만 현재는 49명이 가득 차 ‘만실(滿室)’ 상태다.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갈 곳 잃은 돈이 부동산 시장에 몰리면서 내 집 마련에 대한 부담만 높아지는 가운데 각국에서는 공유주택이 주거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을 굳이 소유하는 대신 같이 사용하는 것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컬렉티브 하우스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스웨덴에도 이미 수십 개의 공유주택이 운영되고 있다. 5일 취재팀이 찾은 스톡홀름 인근 ‘풀레르스타바케(Fullersta Backe)’도 그중 하나다. 세탁실, 놀이방, 헬스장, 공구실 등 다양한 공용 공간이 배치돼 있고 1층 한쪽 생활용품 공유 공간에는 안 입는 옷,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입주민협의회의 카리타 씨(53)는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무료로 가져가고, 한 달이 지나도록 가져가는 사람이 없으면 기부한다”며 “여기서 나도 옷을 많이 얻어 입는다”고 말했다. 집만 공유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생활용품도 나눠 쓰면서 생활비를 아껴 나가는 것이다.

풀레르스타바케에는 입주를 희망하는 대기자만 현재 100명이 넘는다. 식사를 하기 위해 2층 식당을 찾은 아이나 씨는 “한참을 기다려 겨우 입주했다”라며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지낼 수 있어 행복해하는 데다 공용시설 때문에 잡다한 비용이 절약된다”며 웃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재동 경제부 차장 jarrett@donga.com
▽경제부 조은아, 도쿄·사이타마=장윤정 기자, 런던·리버풀=김형민, 프랑크푸르트=남건우, 코펜하겐·스톡홀름=김자현
▽특파원 뉴욕=박용, 파리=김윤종, 베이징=윤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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