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주택구입 미뤄 집값 안정 기대… 공급 위축땐 역효과

이새샘 기자 , 김호경 기자 , 정순구 기자

입력 2019-11-07 03:00 수정 2019-11-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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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7개洞 분양가상한제]분양가상한제 4년 7개월만에 부활


6일 정부가 2015년 이후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4년 7개월 만에 부활시켰다. 최근 급상승한 분양가가 서울 지역 집값을 자극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인위적인 가격 통제 정책은 부작용이 크다는 목소리도 크다. 주택 공급과 거래가 축소되면서 시장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 때문이다.


○ 강남 핀셋 규제… “집값 안정 효과는 제한적”

이날 국토교통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는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 일대 중 집값이 높고,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물량이 많은 지역은 대부분 분양가상한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예상했던 대로 집값 상승의 진앙으로 지목받는 강남4구에 총 27개 동 중 22개(81%)가 몰렸다.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집값 안정 효과에 대해서는 명확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많다.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인 4월 28일까지는 일시적으로 ‘밀어내기 분양’ 물량이 쏟아질 수 있지만, 이후로는 분양 물량이 끊기는 ‘공급 절벽’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한제는 결국 그 지역에 추가 공급이 안 된다는 신호를 줘 인근 신축 아파트 가격을 더 상승시킬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이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저렴한 분양가를 기대한 매수 대기 세력이 많아지며 집값이 단기적으로 오르지 않을지 모르지만 풍부한 유동성과 공급 위축 등을 고려하면 주택 가격 안정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이들 지역의 분양시장은 ‘로또 청약’으로 과열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서초구에서 최근 분양한 서초그랑자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심사에 따라 3.3m²당 약 4700만 원에 분양가가 책정됐다. 상한제를 적용하면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재건축(래미안 원베일리)은 이보다 최대 10% 낮은 3.3m²당 4200만 원대(84m² 14억4000만 원)에 분양가가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 강남구, 서초구 등의 새 아파트 시세가 3.3m²당 7000만∼1억 원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반값 아파트’인 셈이다.

정부는 투기 수요가 분양시장으로 유입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최장 5년까지 실거주 의무 기간, 최장 10년까지 전매제한 기간을 부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2006년 ‘판교 분양’ 때 전매제한 기간을 10년으로 늘렸어도 청약 광풍을 막을 수 없었다.


○ 유예 적용 받지 못한 단지들 ‘반발’

이날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발표로 분양 가격 통제가 실제로 시행되자 유예기간 내에 분양하는 것이 불가능한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은 강력 반발했다.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조합 예상 분양가보다 3.3m²당 최대 2000만 원까지 분양가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며 “분양가상한제는 40년 동안 기다려 재건축을 하는 일반 조합원들의 수익을 청약에 당첨된 일부 ‘현금 부자’들이 가져가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일반분양까지 최소 1년이 걸리는데 시행부터 6개월이라는 유예기간은 무슨 기준으로 정해진 것이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분양가상한제 유예 적용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가 철거작업이 지연되면서 적용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개포주공1단지 조합원들은 “가만히 앉아서 1억 원의 부담금을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 된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은 후분양과 통매각 등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 후분양을 해도 상한제 적용은 받게 되지만 그사이 분양가에 포함되는 택지비가 오르며 분양가가 높게 매겨질 가능성이 있어 이를 노리는 것이다.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는 일반분양 물량을 임대사업자에게 통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정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행정소송을 통해서라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 ‘국토부 기준’ 형평성 논란

분양가상한제 대상으로 예상됐던 일부 지역이 제외되면서 국토부의 지정 기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이날 경기 과천, 서울 동작구 흑석동, 양천구 목동 등 최근 집값이 급등한 일부 지역은 상한제 대상에서 빠졌다. 이 때문에 이들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우려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과천은 2017년 8·2대책 이후 17.84%, 동작구는 11.65%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다. 국토부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하지 않아 분양 물량이 많지 않은 지역은 지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경우 본격적인 재건축 추진 사업장이 없음에도 적용 지역이 되는 등 지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경기 과천, 하남, 성남 분당구, 광명 등은 모니터링을 하며 추가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새샘 iamsam@donga.com·김호경·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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