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매수 자제를” 집값 상승 국민탓

세종=주애진 기자 , 전주영 기자 , 권기범 기자

입력 2021-07-29 03:00 수정 2021-07-2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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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대책 빠진 부동산 담화 발표
“부동산 안정 자신있다”더니… “정부 혼자 해낼수 있는 일 아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이례적으로 대국민 담화문을 내놓고 국민들의 협조를 요청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집값 상승 원인으로 지적되는 공급 부족이 문제 될 수준이 아니라고 진단했는데 올해 서울 입주물량의 절반가량은 아파트가 아닌 빌라, 단독주택 등이어서 시장 현실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반복된 집값 하락 경고, 안 먹히자 ‘국민 협조’

홍 부총리는 28일 담화문에서 “부동산시장 안정은 정부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당부했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현 정부 고위 인사들이 각종 규제를 쏟아내며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 “시장은 정부를 이기지 못한다”고 큰소리쳤지만 집값은 잡히지 않고 있다.

이날 정부가 딱히 새로 내놓은 대책도 없었다. 3기 신도시에 적용된 사전청약제도를 서울 도심, 공공택지의 민영주택 등으로 확대하거나 기존 공급 일정을 일부 구체화한 수준이었다. 정부가 뾰족한 대책도 없이 합동 담화문까지 발표한 배경에 대한 의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도) 국민들의 걱정과 분노를 잘 알고 있어 하반기 사전청약이 시작된 계기로 담화문을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근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 투기 수요, 불법 거래를 지목했다. 하지만 주택 공급은 걱정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오히려 과도한 수익 기대심리에 따른 수요를 탓했다. 홍 부총리는 “올해 서울 입주물량은 8만3000채로 과거 10년 평균 수준이며 공공택지 지정 등으로 2023년 이후 매년 50만 채 이상 (주택이) 공급된다”며 “우려만큼 공급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집값 조정이) 시장 예측보다 큰 폭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집값 하락 위험을 재차 경고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9∼18% 하락했고, 국내외 기관에서 과도하게 상승한 주택가격 조정 가능성을 지적한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3월부터 단속한 부동산 투기사범이 3800명을 넘었다”며 “투기 비리 외 부정 청약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경찰은 위장전입, 위장결혼 등으로 아파트 분양에 부정하게 당첨된 이들과 브로커 일당 등 105명을 적발해 수사하고 있다.

○ “공급 충분하다고 했지만 빌라 등까지 포함한 물량”

전문가들은 정부의 진단과 대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수도권에서 앞으로 1기 신도시 규모(29만 채)에 버금가는 주택 물량이 매년 나온다. 하지만 올해 서울 입주물량 8만3000채 중 절반가량인 4만1000여 채는 빌라, 단독주택 등 아파트가 아닌 물량이다. 수요가 많은 아파트는 여전히 부족하단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주택 공급사업이 완료돼 계획대로 입주가 가능할지도 불확실하다. 공공 주도의 공급대책은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각종 규제가 시장을 왜곡해 기존 주택이 매물로 안 나오는데 공공 공급으로 이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집값 불안을 투기 탓으로 돌리는 정부의 근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집값 불안의 대표 원인으로 꼽은 ‘실거래가 띄우기’는 국토부 조사 결과 전체 거래의 0.0017%(12건)에 그쳤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오늘도 뜬구름 잡는 다짐만을 반복했다”며 “4년 동안 25번의 누더기 대책을 쏟아내 놓고도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는 이날 “정부 실패는 외면한 채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는 논평을 내놨다.

홍 부총리가 집값 급등을 ‘공유지의 비극’에 빗댄 점도 논란을 불러왔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들이 무책임해 이 사달을 만들었단 말이냐”며 “공유지의 비극은 개인들이 ‘공짜라는 이유로’ 남용해 망치는 어리석음을 지적하는 얘기다. 역대급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세종=주애진기자 jaj@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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