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진의 경매 따라잡기]건물 빠진 ‘토지만 입찰’도 수익 가능해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입력 2021-05-07 03:00:00 수정 2021-05-07 0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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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만 낙찰 받으면 부동산 활용 제한… 대신 토지 소유하지 못한 건물주에게
철거-토지사용료 등 요구할 수 있어… 건물주와 공동매각-수익분배 등
함께 해법 찾으면 수익률 높여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경매에서 매각물건명세서에 ‘토지만 입찰, 지상건물 입찰 제외’라고 기재된 물건이 나올 때가 있다. 말 그대로 지상건물은 매각에서 제외된 것이다. 건물이 깔고 앉은 토지만 감정평가해서 경매가 진행되는 물건이다. 매각되는 토지 위에 소유자가 다른 건물이 번듯하게 존재하면 토지 활용이 제한되기 때문에 이런 물건은 외면받기 십상이다.

그러나 토지만 입찰하는 경우에도 수익을 내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건물 소유자를 상대로 건물 철거를 요구하거나 땅 사용료, 즉 지료를 청구할 수 있다. 지상 건물이 집합건물이라면 토지주는 건물을 시세대로 팔라는 구분소유권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요지에 있는 토지가 경매에 나온 적이 있다. 전체 310m²의 대지 중 3분의 1인 110m²만 경매에 나왔다. 지분 물건이었다. 지상에는 지하 2층, 지상 6층짜리 번듯한 빌딩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감정가는 15억 원 이상으로 책정됐지만, 지상에 건물이 있어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는 것을 감안해 최초 경매는 약 11억 원부터 시작됐다.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는 지분 물건에, ‘토지만 입찰’하는 물건이었지만, J 씨는 우량한 가치에 주목해 입찰에 참여했다. 인근에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었고, 양재 연구개발(R&D)단지 개발계획까지 잡혀 있어 땅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였다.

감정가보다 4억 원 낮은 가격으로 첫 기일이 진행됐는데도 경쟁자 없이 J 씨가 11억3000만 원에 단독으로 낙찰을 받았다. J 씨는 정석대로 토지의 다른 공유자를 압박해서 협상을 유도했다. 건물주에게 토지를 시세 수준으로 매입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불발됐다.

결국 건물주를 상대로 건물 철거 및 지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료는 보통 토지 시세의 3∼6%를 청구할 수 있다. 상업지역이 아닌 3종 일반주거지역 토지였지만 활용도가 높은 근린생활시설이어서 시세의 5%를 지료로 청구했다. 지료 산정 기준이 되는 시세는 낙찰가가 아닌 감정가다. 낙찰가 11억 원의 5%가 아닌, 감정가 15억 원의 5%이다 보니 건물주의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였다.

건물주는 처음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지만 결국 협상을 제안해 왔다. 자금 여력이 없어 토지를 매입하지는 못하지만, 토지와 건물을 통으로 매각하고 매각대금을 지분에 따라 나누자는 얘기였다. 토지 지분만 따로 매각하면 제값을 받기 어려운데 토지와 건물을 함께 매각한다면 J 씨에게도 불리할 것 없는 조건이라 협상에 응했다. 건물이 오래된 탓에 건물 비율은 약 13%로 정했다. J 씨는 지분대로 토지대금의 3분의 1을 분배받기로 했다. 매각 시점까지 지료는 건물주가 부담한다는 조건을 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J 씨가 토지를 낙찰 받은 지 약 3년 만에 매수자를 찾았다. 그동안 땅값은 계속 상승해 매각대금은 87억 원이 됐다. J 씨가 배분 받은 금액은 약 25억 원에 달했다. 1억5000만 원 정도의 지료 수입까지 챙길 수 있었다. 11억3000만 원을 투자해 불과 3년 만에 약 15억 원 이상의 수익을 남긴 것이다. 신용도가 좋았던 J 씨는 이 물건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 투자 여력을 높여 수익률을 추가로 높일 수 있었다.

비록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는 토지만 입찰한 지분물건이었지만 미래 가치 판단을 잘하고 유연한 협상 기술을 발휘해 수익을 일구어 낸 것이다. 치열한 경쟁 탓에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일반 물건은 요즘 낙찰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특수물건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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