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서울 아파트 거래 절반이 ‘역대 최고가’… 갭투자도 여전

김호경 기자 , 정순구 기자

입력 2021-01-14 03:00 수정 2021-01-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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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우위지수’ 5개월 만에 최고
서울 상계주공 최대 4000만원 상승… “집주인들이 지난주 대비 호가 올려”
전셋값 상승에 투자수요도 늘어… “설이후 장기적 상승여부 주시해야”


이달 거래된 서울 아파트 절반 이상이 역대 가장 비싼 값에 팔렸다. 전셋값 상승으로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 뛰어드는 데다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줄면서 자금력 있는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이른바 ‘갭투자’가 다시 많아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아지면서 ‘매수우위지수’는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다만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가격이 급등하는 신호로 보긴 이르다는 전망이 많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3단지 전용면적 37m²는 이달 9일 5억9000만 원에 팔렸다. 한 달 전(5억7000만 원)보다 2000만 원 오른 역대 최고가다. 인근 상계주공 12, 16단지에서도 이달 들어 지난해 12월 가격보다 적게는 500만 원, 많게는 4000만 원가량 비싼 가격에 거래가 성사됐다.

서울에서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원구는 지난해 ‘패닉바잉(공황구매)’ 매수가 집중된 대표 지역이다. 지난해 노원구 집값 상승률은 4.74%(한국부동산원 기준)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는데 올해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겨울은 매매 비수기로 여겨지는 것이 보통인데 지난 주말에 그나마 남아 있던 매물이 대부분 빠져나갔다”며 “‘갭투자’가 가능한 매물은 없고 입주 가능한 매물들은 집주인들이 지난주 대비 호가를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상계주공3단지 매물은 40건(13일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9건)보다 적다.

역대 최고가 거래는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구)’과 ‘금관구(금천 관악 구로구)’부터 강남까지 서울 전역에서 나타났다. 준공 32년 차 아파트인 구로구 ‘한신’ 전용면적 44m²는 이달 9일 처음으로 5억 원대에 거래됐다. 강남구 ‘도곡렉슬’도 이달 9일 28억9000만 원에 거래되며 기존 최고가(28억8000만 원)를 뛰어넘었다.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 164건 중 87건(53%)이 역대 최고가였다. 이는 이달 1∼13일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아파트 거래 중 올해 처음 거래됐거나 법상 아파트지만 사실상 빌라인 경우는 제외한 수치다.

서울 아파트 값이 오르는 건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고강도 대출 및 세금 규제로 다주택자가 주택을 추가로 구입하긴 매우 어려워진 만큼 대다수가 실수요로 추정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지난해와 달리 경기도 신축 아파트보다 서울 구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며 “장기적으로 재건축까지 기대할 수 있는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수요”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이달 첫째 주(4일 기준) 매수우위지수는 114.4로 한창 서울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던 지난해 8월 수준을 회복했다. 매수우위지수가 100을 넘으면 집을 사려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이다.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전세난이 매매 가격을 끌어올린 주된 요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세난에 지친 무주택자들이 서울 외곽 아파트 구입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다만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아직 많지 않아 장기적으로 계속 상승할지는 설 연휴 이후 동향을 봐야 한다”고 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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