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담보대출 막히자… 부모 호주머니-신용대출 ‘영끌’로 집 샀다

이새샘 기자

입력 2020-09-29 03:00 수정 2020-09-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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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3∼9월 거래 6만9209건 자금계획서 전수 분석
가족 돈 빌려 주택 구입한 비중 3월 4.2%→이달 10.6%로 급증세
젊은층 부동산 패닉바잉 여전… 이달 갭투자 37%는 30대 차지
서울 청약경쟁률도 68 대 1 치열… 조사 시작 2002년 후 가장 높아



정부가 20, 30대의 패닉바잉(공황 구매)을 막고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7월과 8월에 부동산대책을 잇달아 내놨지만 오히려 8월 들어 신용대출을 받거나 부모·조부모에게 돈을 빌려 서울 집을 산 비중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가 이 같은 ‘우회로’를 택한 비중이 높았다.

국토교통부가 28일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에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서 분석 결과에 따르면 8월 들어 서울에서 신용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자금을 충당한 거래가 8월 전체 거래의 20.6%를 차지했다. 거래 비중으로 치면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9월에는 17.9%로 소폭 줄었지만 올해 3, 4월(각각 10.4%, 16.5%)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부모나 조부모에게 돈을 빌려 자금을 충당(직계존비속 차입금)한 거래 비중도 8월에는 전체의 9.3%였고, 9월에는 10.6%로 더 늘어났다.


정부는 올해 3월부터 자금조달계획서 기재 항목을 세분화해서 누구에게 어떻게 돈을 빌렸는지 등을 더 상세히 적도록 했다. 이번 분석은 이런 항목이 세분화된 뒤인 3월부터 서울에서 제출된 자금조달계획서 6만9209건을 처음으로 전수 조사한 결과다.

전세보증금을 끼고 사는 ‘갭투자’도 여전히 선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금을 승계한 거래 비중은 8월 39.7%, 9월 36.9% 등 전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정부가 6·17대책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6개월 내 반드시 입주하도록 해서 ‘갭투자’를 사실상 차단했지만, 갭투자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런 거래 중에는 30대 등 젊은층의 비중이 높았다. 8월 신용대출을 받은 거래가 1702건으로 이 중 30대 비중이 53.4%(910건)였다. 직계존비속에게 돈을 빌린 거래 770건 중 30대 비중 역시 54.4%로 절반을 넘겼다. 갭투자에서도 30대가 전체의 36.9%를 차지해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부모나 조부모에게 돈을 빌리거나 신용대출을 받는 등 ‘우회로’를 택한 거래에서 30대의 비중이 높은 이유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청약을 통한 아파트 매입이 사실상 막힌 상태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12·16대책에서 15억 원 초과 아파트는 주담대를 금지하고, 9억 원 초과분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20%로 낮춘 바 있다.

청약 경쟁도 치열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68 대 1로 조사가 시작된 2002년 이후 가장 높았다.

당첨가점도 함께 높아졌다. 올해 9월까지 청약을 접수한 서울 민간분양 아파트 일반공급(6148채)의 당첨가점 평균을 분석한 결과 60점 초과 70점 이하 구간이 전체의 56.9%(3500채)로 가장 많았다. 가점평균 50점 초과 60점 이하로 당첨된 34.9%(2144채)와 합하면 전체 일반공급 물량의 90% 이상이 평균 50점 초과 70점 이하 가점자에게 돌아간 셈이다. 무주택 기간이 짧은 30대 이하 젊은층은 사실상 청약 당첨이 불가능하고, 결국 내 집 마련을 위해 사적 대출이나 신용대출에 의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상훈 의원은 “정부가 7·10대책과 8·4공급대책 등을 내놨지만 젊은층의 ‘내 집 마련’에 대한 불안감과 초조함을 여전히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수년 뒤에나 입주할 수 있는 3기 신도시 대신 당장 가능한 민간공급을 활성화할 방안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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