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셋값 상승에…매매가보다 비싼 ‘깡통전세’ 불안감
조윤경 기자
입력 2020-09-16 17:44 수정 2020-09-16 17:53
수도권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News1
“전세는 잘 나가는데 매매는 잘 안 돼요. 전셋값에 1000만 원 정도만 보태면 아파트를 살 수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죠. 지금 매매값이 오르길 기대하긴 어려워요.”
16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서해아파트. 입주 20년이 된데다 주변이 그린벨트 지역이어서 최근 집값 상승기에도 이곳 집값은 거의 제자리 걸음을 했다. 반면 전셋값은 한 달 사이에 3000만~4000만 원 올랐다. 이 아파트 전용 59㎡는 이달 3일 2억1000만 원에 전세 거래가 체결됐다. 같은 크기 매물이 7월 말에 2억 원에 매매거래 돼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뛰어 넘은 것이다. 안산시 상록구 푸른마을주공5단지 전용 59㎡ 역시 지난달 2억 원에 팔렸던 1층 매물이 이달 12일엔 3000만 원이 더 비싼 2억3000만 원에 전세 거래됐다.
최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매매값을 넘어서는 사례가 잇달아 나오면서 ‘깡통전세’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깡통전세는 집값이 전세값을 밑도는 경우를 말한다. 잘못하면 전세금을 일부 혹은 전부를 떼일 수도 있는데, 매물이 부족해 위험을 무릅쓰고 전세계약을 하는 것이라고 공인중개사들은 전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투자자들이 수도권 외곽 아파트 매매를 꺼리는 한편 임대차법 시행으로 기존 주택에 눌러 앉는 수요로 전세가격은 상승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경기 용인 처인구에 위치한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3단지’ 전용 44㎡는 이달 초 1억8000만 원에 전세 거래됐다. 지난달 말 매매가(1억8400만 원)보다 겨우 400만 원 낮은 수준이다. 이달 초 2억2500만 원에 매매 거래된 인천 중구 ‘영종신명스카이뷰주얼리’ 전용면적 56㎡은 전세 시세가 2억 원에 달한다.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2500만 원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이런 조짐은 통계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안산 상록구 아파트 매매가는 최근 4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전세가격은 매주 전주 대비 0.1~0.2%씩 상승했다. 용인 처인구도 같은 기간 매매가격(0~0.11%)보다 전세가격(0.25~0.33%)이 더 큰 폭으로 올랐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을 나타내는 전세가율도 소폭 상승세다. 안산은 67.7%로 전월(67.5%)보다 0.2%포인트 늘었고, 용인은 68.4%에서 68.9%로 0.5%포인트 올랐다. 인천 중구는 전세가율은 67%로, 전주 대비 0.5%포인트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 대비 전세가 비율은 68.3%에서 68.2%로 0.1%포인트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해 국가가 대신 갚아준 보증 액수는 8월 말 기준 3015억 원(1516채)으로, 지난해 총액인 2836억 원(1364채)을 벌써 넘어섰다. 보증보험 가입자가 늘며 나타난 현상이지만, 앞으로도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가 계속 상승하면 보증액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 외곽 지역은 임대차법 시행 등으로 전세 매물이 줄어든 상황에서 각종 규제로 투자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며 “본격적으로 집값이 조정 국면에 들어설 경우 깡통전세 현상이 더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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