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분양가에 ‘열광’…재점화된 文정부 ‘집값 책임론’
뉴스1
입력 2020-05-22 14:43 수정 2020-05-22 14:44
지난 2017년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분양 당시 견본주택(모델하우스)에 방문한 내방객들의 모습.© News1
3년 전 분양가에 재공급한 아파트 잔여물량에 수십만명의 청약 인파가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지면서, 정부의 집값 책임론에 대한 지적이 다시 제기됐다.
22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이 지난 20일 서울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의 잔여물량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3가구 모집에 무려 26만4625명이 신청했다. 지난해 서울 지역 1순위 청약자 수의 약 80%에 달하는 인원이 한 단지에 몰린 것이다.
전용면적 97㎡ B타입은 1가구 모집에 21만5085명이 지원해 최고경쟁률을 기록했고, 전용 159㎡A(1가구) 3만4959명, 198㎡(1가구) 1만4581명이 각각 신청했다.
무순위 청약은 계약 포기나 부적격으로 주인을 찾지 못한 잔여물량에 대해 추가 청약을 받는 것을 말한다. 청약통장이 없어도 만 19세 이상의 수도권 거주자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당첨자도 추첨으로 뽑는다.
특히 이번 잔여물량 3가구는 3년 전 분양 당시 가격으로 공급돼 화제가 됐다. ‘로또 중의 로또’로 불리면서, ‘줍줍’(줍고 줍는다의 속어) 수요를 불러모았다. 분양가가 최소 17억원부터 시작하는 데다, 중도금과 잔금 대출이 지원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세차익 기대감에 신청자가 몰렸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줍줍 청약 이면에 깔린 ‘집값 폭등’에 대한 정부 책임을 묻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3년간 집값이 얼마나 올랐기에 3년 전 분양가에 주택 수요자들이 이같이 열광하느냐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문재인 정권 집권 초기인 2017년 8월 분양해, 당시 고분양가 논란을 낳았던 단지다. 3.3㎡당 평균분양가가 4750만원으로 책정돼, 역대 최고 분양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로 인해 서울숲 한강 변 입지에 공급됐음에도 1순위 청약경쟁률이 2.1대 1에 그쳤고, 일부 물량은 미달됐다.
KB부동산 통계에서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가격은 문 대통령 출범 당시(2017년 5월) 1927만원에서 올해 4월 2970만원으로 54%(1043만원) 올랐다. ‘아크로 서울포레스트’가 위치한 성동구는 일명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신흥 주거지로 떠오르며, 1970만원에서 3333만원으로 무려 71.7%(1412만원) 급등했다.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분양가 책정 당시 기준이 됐던 인근 ‘트리마제’ 전용 84㎡는 2017년 중순 15억원대에 거래되던 것이 올해 2월 29억원에 팔려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이번에 잔여물량으로 나온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전용 97㎡B의 분양가는 17억4100만원으로 분양 당시엔 시세 대비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으나, 지금에 와선 최대 10억원 가량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는 ‘로또 아파트’가 된 것이다.
정부도 이러한 집값 급등 문제를 의식해 문 대통령이 올 초 집값을 집권 초기 수준으로 돌려놓겠다며 ‘원상회복’ 의지를 거듭 천명했으나, 목표 달성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고강도 세금·대출 규제인 12·16 부동산대책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로 낙폭을 키워가던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일부 저가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낙폭이 둔화하고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최근 집값 통계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2~3년 전에 비해 많이 올라 있기 때문에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수요자들이 체감할 정도로 집값이 떨어져야 분양시장이나 기존 주택시장 수요자들의 조바심이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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