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공들이는 건 조경… 만족도 달라져”

이새샘 기자

입력 2020-02-28 03:00 수정 2020-02-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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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창립 40돌’ 삼호DSD 김언식 회장

올해로 40주년을 맞는 삼호DSD의 김언식 회장은 “디벨로퍼는 고객을 위해 얼마나 절제하고 마음을 비울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삼호DSD 제공
“디벨로퍼(부동산개발사업자)는 영화 ‘기생충’으로 치면 봉준호 감독 같은 역할이죠. 땅, 자본, 기술, 조경, 고객들의 요구, 여러 삶에 필요한 요소가 어우러지도록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겁니다.”

김언식 삼호DSD 회장(67)은 “디벨로퍼에게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식”이라며 26일 이같이 말했다. ‘한국 1세대 디벨로퍼’로 꼽히는 삼호DSD가 올해로 40주년을 맞는다. 1980년 ‘삼호주택’으로 출발해 디벨로퍼에 대한 인식마저 희박하던 당시부터 지금까지 경기 용인시 수지 LG빌리지, 부산 해운대구 트럼프월드 마린, 경기 고양시 위시티 일산자이, 용인시 수지 동천자이 등 각 지역의 랜드마크 아파트 약 4만 채를 지으며 주택사업을 선도해 왔다. 지금까지 지은 아파트를 모으면 미니 신도시를 세울 수 있는 정도인 셈인데, 올해는 경기 화성시 봉담에 4000여 채, 용인시 신봉2지구에 2600여 채를 분양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명망 있는 디벨로퍼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을 위해 자기 이익을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런 철학이 드러나는 사업 원칙 중 하나는 ‘상가는 분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30년 전 주상복합을 한 번 지었다가 분양받은 고객들이 임대가 되지 않아 고통받는 것을 보고 18년에 걸쳐 다시 사들였다”며 “상가는 고객에게 고민과 실망을 안겨주는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해 다시 짓지 않는다”고 했다.

크게 실패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으로는 경기 고양시 식사지구의 위시티 일산자이 단지를 꼽았다. 그는 “내가 자만해서 ‘잘 만들어 놓기만 하면 된다’며 덤볐다가 시류를 읽지 못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분양이 났다”면서 “공을 들였지만 성공하지 못해 오히려 애착이 남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단지를 지으면서 녹지에 공을 많이 들인다. 앞으로 한국이 아열대성 기후가 되면 더 잘 자랄 수 있는 소나무가 무엇일지까지 연구할 정도다. 그는 “녹지 공간이 늘어나면 당연히 디벨로퍼가 가져가는 이익은 줄어들지만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아파트 건물은 수십 년이 지나면 결국 낡지만 조경은 시간이 지날수록 울창하게 우거지며 아파트 분위기, 생활 만족도를 보완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최근 정부의 주택 정책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려고 애쓰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시장을 통제하려고만 한다”며 오랫동안 생각하던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차라리 용적률을 대폭 높이고 자유롭게 설계하도록 하는 유인책을 주고, 대신 정부는 늘어난 용적률만큼 임대주택을 대거 짓도록 하는 방식으로 서울 주요 도심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도심에 용적률을 높인 건물이 들어서면 교통과 주차가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임대주택 거주자들에게는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는 정책을 병행하면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제안이다. 공유자동차에 젊은층이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고, 우리나라처럼 대중교통이 잘 구축된 나라가 드문 만큼 새로운 자동차 문화와 잘 구축된 사회 인프라를 활용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중산층이 사는 동네에 이런 방식을 도입하면 여러 계층이 어울려 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어린 시절 점심도 못 먹을 정도로 가난했지만 당시 제법 잘살던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다. 지금도 그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이렇게 섞여 살아야 사회가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어떻게 집을 짓느냐가 중요한데, 고객과 사회에 가치를 돌려주는 주택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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