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2·16대책 한달… 신규 주담대 11.5% 줄고 부동산시장 급랭

장윤정 기자 , 이건혁 기자 , 김동혁 기자

입력 2020-01-15 03:00 수정 2020-01-15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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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늘던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줄어
실수요자, 사내대출 등 우회로 찾고 자산가는 종부세 줄이려 법인 설립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 씨(36)는 ‘전세 탈출, 아파트 장만’이라는 인생 목표를 미루고 최근 새 차를 구입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마포구 일대 아파트를 직접 돌아보고, 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눈여겨보던 아파트(전용면적 84m²) 가격은 지난해 초 11억 원대에서 연말 14억 원으로 무섭게 오른 데다 12·16부동산대책으로 대출한도까지 1억 원 정도 줄어 이젠 마음을 비우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한 12·16대책이 발표된 이후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도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높아진 대출 문턱에 주택 구매를 포기하거나 우회로를 찾는 투자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14일 KB국민, NH농협, 신한, 우리, KEB하나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12·16대책 시행 후 3주(12월 17일∼1월 6일)간의 주담대 신규 취급액은 10조6003억 원으로, 대책 시행 전 3주(11월 26일∼12월 16일)에 비해 11.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담대 잔액 역시 지난해 12월 16일 기준 437조9523억 원에서 이달 6일 437조4616억 원으로 3주새 0.11% 줄었다. 매달 2조∼3조 원씩 불어나던 것과 비교하면 흐름이 바뀐 것이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12월 17일 이전에 이미 매매 계약을 맺고 계약금을 치른 경우에는 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경과 조치 때문에 규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데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주담대 증가세가 꺾였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대책이 강력했다는 얘기다.

대출 통로가 막힌 실수요자들이 우회로를 찾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직장 사내대출 등의 틈새를 찾아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 대출에 나서는 것이다. 12·16대책 발표 후 분양가 9억 원대 위례신도시 아파트에 청약을 넣었다 당첨된 A 씨는 사내대출로 5000만 원을 조달하고, 부모님에게 차용증을 쓰고 1억 원을 빌려 가까스로 계약금을 납입했다. 나머지는 대출상담사와 의논해가며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전세보증금,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최대한 끌어모아 조달할 계획이다.

일부 자산가들은 법인까지 설립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됨은 물론 다주택자를 겨냥한 세금 부담이 커지자 법인을 동원하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에서 영업 중인 한 법무사는 “법인 설립 문의가 하루 3, 4건씩 들어온다”며 “누구나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 보니 부동산 투자 목적의 문의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장한평역 지점장은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법인도 개인과 동일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받아 매력도가 떨어졌지만, 법인 명의로 부동산을 구매해 종합부동산세라도 줄이려는 자산가들이 여전히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대출 규제의 틈새를 차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일부 지방은행이 무보증 전세대출 상품을 판매하자 당국은 14일 즉각 대응 방안을 내놓았다. 금융위원회는 “규제를 회피·우회하는 전세대출 행위를 제한해 나갈 것”이라며 “무보증 전세대출 취급현황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시 세부 취급 내용까지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해당 금융회사에 공적 보증 공급을 제한하는 등 추가 조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이건혁·김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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