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18.6% 하락, 보유세 3년전보다 20% 감소

최동수 기자 , 이축복 기자 , 송진호 기자

입력 2023-03-23 03:00 수정 2023-03-2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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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공시가 역대 최대 하락]
아파트 공시가 역대 최대 하락… 사실상 2021년 수준으로 떨어져
공시가 9억이하 1주택 재산세 2020년 대비 평균 40% 줄어


올해 전국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19% 가까이 떨어진다. 2005년 주택가격 공시제도가 시행된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1가구 1주택자는 물론이고 다주택자의 올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이 2020년보다 평균 20% 이상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가 22일 내놓은 ‘2023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전국 공동주택 1486만 채의 올해 공시가격은 지난해 대비 평균 18.61% 낮아진다. 2013년(―4.1%) 이후 10년 만에 내림세로 전환한 것으로 역대 최대 하락 폭이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17.20% 상승한 걸 고려하면 올해 공시가격은 사실상 2021년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정부는 공시가격 하락에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춰서(71.5→69.0%) 공시가격 추가 하락을 유도했다.


공시가격 하락에 세 부담 완화안까지 적용되며 1가구 1주택자의 세 부담은 2020년보다 평균 20%가량 낮아진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특히 공시가격 9억 원 이하로 전체 공동주택의 97.1%인 주택에 부과되는 올해 1주택자 재산세는 2020년 대비 평균 40% 이상 떨어진다. 공시가격 9억 원 이하인 주택에는 재산세 특례세율(세율 0.05%포인트 인하)을 적용하는 데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종부세 기본 공제액을 올해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1주택자는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려서 세율을 인하한 효과도 올해부터 나타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올해 공시가격 자체는 2021년 수준이지만 보유세 부담은 2020년보다 낮아졌다”고 했다.

공시가격이 각종 복지제도의 기준이 되는 만큼 건강보험료 부담은 전년 대비 월평균 3839원(3.9%) 줄어든다. 기초생활수급자와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 등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부동산 보유세가 대폭 줄어들면서 세수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종부세나 재산세를 매길 때 과세표준에 곱하는 비율)을 현재 60%에서 80%로 높이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종부세 감소 폭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이날 “재산세의 경우 1주택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45%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종부세 가액비율은 6월 부과 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보유세 부담이 줄면서 다주택자 매물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경기 침체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당분간 집값 하락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실거래가 급락에… 공시가 세종 ―30%, 인천 ―24%, 서울 ―17%




공시가격 얼마나 하락했나




금리인상-경기침체에 집값 떨어져

공시가 현실화율 낮춘 영향도 한몫

서울선 송파구 낙폭 23%로 최대

종부세 대상 주택 45만채→23만채









올해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역대 최대 폭으로 하락한 건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로 집값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까지 낮아졌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올해 공시가격이 전년보다 30% 넘게 떨어진 아파트 단지도 속출했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하락한 지역은 세종으로 지난해 대비 30.68% 하락했다. 인천과 경기가 각각 24.04%, 22.25%씩 하락해 뒤를 이었다. 대구와 대전도 20% 넘게 떨어졌고, 서울은 17.30% 내렸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 하락세가 뚜렷했던 곳으로 집값 하락 폭이 컸던 만큼 공시가격 내림 폭도 컸다.

특히 서울은 급매물이 많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공시가격 하락 폭이 컸다. 송파구가 전년 대비 23.2% 하락했고 노원구도 23.11% 떨어졌다. 동대문·도봉·성북구 등도 20% 넘게 하락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집값 하락 폭이 비교적 작았던 용산구만 한 자릿수(―8.19%) 낙폭을 보였다.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중위가격은 3억6400만 원으로 작년보다 1억2100만 원 떨어졌다. 이는 2020년(2억9900만 원)보다 높고 2021년(3억8000만 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실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전용면적 82.61㎡)는 올해 공시가격이 15억1700만 원으로 지난해(22억6600만 원)보다 33.05% 하락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전용 120.82㎡·21억3000만 원)은 지난해(26억7600만 원)보다 20.40% 떨어졌다.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 전용 84.96㎡는 지난해 10억7500만 원에서 6억7000만 원으로 37.67% 하락했다.

공시가격 하락으로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대상이 되는 주택 수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공시가격이 떨어진 데다 올해 종부세 부과 기준이 11억 원 초과에서 12억 원 초과로 완화됐기 때문이다. 종부세 대상 주택 수는 지난해 45만6360채(전체의 3.14%)에서 올해 23만1564채(전체의 1.56%)로 줄었다.

올해 공시가격 9억 원 이하 주택에 부과되는 1주택자 재산세는 2020년 대비 평균 40% 이상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산세 특례세율(세율 0.05%포인트 인하)은 2020년엔 없었지만 2021년부터 올해까지 한시 적용되기 때문이다. 올해 재산세 특례 대상이 되는 공시가격 주택 수는 1443만 채로 전체 공동주택의 97.1%를 차지한다. 올해 공시가격이 떨어지면서 특례세율을 새롭게 적용받게 되는 공동주택이 지난해보다 65만 채 늘며 감세 혜택이 더 커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수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보유세 부담을 줄이려 올해 현실화율을 71.5%에서 2020년 수준인 69.0%로 낮췄다. 당초 문재인 정부가 수립한 공시가 현실화율 로드맵을 적용하면 올해 공동주택 현실화율은 71.5%가 되지만 보유세 부담이 과도해지자 이를 끌어내린 것이다. 이어 올해 11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의 수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수정하는 게 아니라 예측할 수 있는 공시가격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송진호 기자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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