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소유권 넘기고도 집주인 행세… 취준생 등 세입자 30명 쫓겨날판
조응형 기자 , 이채완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박정훈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4학년
입력 2021-09-16 03:00 수정 2021-09-16 03:05
서울 신림동서 ‘30억대 전세사기’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김모 씨(29)는 전세보증금 1억 원을 돌려받지 못한 채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전세 계약을 한 지 5개월 만인 지난달 27일 집을 비워달라는 내용의 ‘점유해제 요청’ 협조문을 받았다. 임대인 A 씨가 2018년 이 오피스텔의 소유권을 부동산 신탁 회사에 넘기고 이를 담보로 신용협동조합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제때 갚지 않아 신협이 세입자를 상대로 채권 회수에 나선 것이다.
A 씨는 계약 당시 “전세보증금을 받는 동시에 대출금을 갚아 신탁 등기를 말소하겠다”는 특약을 달아 김 씨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A 씨는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피해자는 김 씨만이 아니다.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 취업준비생 등 30여 명이 최대 2억 원이 넘는 전월세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놓였다. 피해액은 총 30억 원에 이른다. A 씨는 지난해 11월 세입자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A 씨는 오피스텔 소유권이 신탁사로 넘어갔음에도 소유권자로 행세하며 전월세 계약을 진행했다. A 씨는 세입자들이 신탁 등기 사실에 불안해하자 “잔금을 치르면 신탁을 말소하겠다”는 특약을 내걸어 설득했지만 3년째 신탁 등기 말소를 하지 않고 있다.
신탁 등기 말소 조건으로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은 세입자들은 대출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입주민 김모 씨(41)는 “은행이 당초 신탁이 말소될 것으로 알고 1억 원을 대출해 줬는데 A 씨가 말소하지 않고 버티자 은행에서 대출금을 일시 상환하라고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일부 세입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전세 대출금과 전세 보증금에 대해 보증 계약을 맺었지만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예비신부 조모 씨(32)는 지난해 11월 은행에서 안심전세대출을 받아 오피스텔에 입주했다. HUG가 대출특약보증을 통해 대출금을 포함한 전세보증금 전체를 보증하는 조건이었다. 다만 부동산에 신탁이 걸려 있는 경우 대출이 불가한 상품이었다.
하지만 신탁 말소 조건으로 대출을 해줬던 은행은 조 씨에게 대출금 상환을 요구했고, HUG마저 “요건에 맞지 않는 대출을 해준 은행 측 책임으로 인해 대출 보증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 씨는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아 이사를 가려 해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보증금을 떼일까 봐 가입해놨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이 현재로선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HUG 측은 “전세 계약 만료 후 보증금을 반환 받지 못했을 때 대신 변제해주는 것으로, 아직 계약이 만료된 시기가 아니어서 보증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조 씨는 “은행과 HUG가 신탁 부동산이라 대출을 보증할 수 없다면 계약 때부터 알려줬어야 하는데 이제 와 보증을 못 해주겠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A 씨는 세입자들이 피해를 호소하자 “고작 신협 협조문 한 장에 과민반응하지 말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업 등이 어려워지면서 이자를 못 냈더니 입주민들에게 퇴거 통지가 간 것 같다. 추가 대출을 받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 엄정숙 변호사는 “잔금을 치른 뒤 신탁을 말소하겠다는 등 ‘계약 이후’를 약속하는 특약은 이행하지 않아도 강제할 수단이 없어 실질적인 효력이 없다. 믿지 않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례는 최근 급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이 HUG와 SGI서울보증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미반환 피해액은 2017년 525억 원에서 지난해 6468억 원으로 12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8월까지 접수된 피해액은 4047억 원이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이채완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박정훈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4학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김모 씨(29)는 전세보증금 1억 원을 돌려받지 못한 채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전세 계약을 한 지 5개월 만인 지난달 27일 집을 비워달라는 내용의 ‘점유해제 요청’ 협조문을 받았다. 임대인 A 씨가 2018년 이 오피스텔의 소유권을 부동산 신탁 회사에 넘기고 이를 담보로 신용협동조합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제때 갚지 않아 신협이 세입자를 상대로 채권 회수에 나선 것이다.
A 씨는 계약 당시 “전세보증금을 받는 동시에 대출금을 갚아 신탁 등기를 말소하겠다”는 특약을 달아 김 씨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A 씨는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피해자는 김 씨만이 아니다.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 취업준비생 등 30여 명이 최대 2억 원이 넘는 전월세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놓였다. 피해액은 총 30억 원에 이른다. A 씨는 지난해 11월 세입자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A 씨는 오피스텔 소유권이 신탁사로 넘어갔음에도 소유권자로 행세하며 전월세 계약을 진행했다. A 씨는 세입자들이 신탁 등기 사실에 불안해하자 “잔금을 치르면 신탁을 말소하겠다”는 특약을 내걸어 설득했지만 3년째 신탁 등기 말소를 하지 않고 있다.
신탁 등기 말소 조건으로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은 세입자들은 대출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입주민 김모 씨(41)는 “은행이 당초 신탁이 말소될 것으로 알고 1억 원을 대출해 줬는데 A 씨가 말소하지 않고 버티자 은행에서 대출금을 일시 상환하라고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일부 세입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전세 대출금과 전세 보증금에 대해 보증 계약을 맺었지만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예비신부 조모 씨(32)는 지난해 11월 은행에서 안심전세대출을 받아 오피스텔에 입주했다. HUG가 대출특약보증을 통해 대출금을 포함한 전세보증금 전체를 보증하는 조건이었다. 다만 부동산에 신탁이 걸려 있는 경우 대출이 불가한 상품이었다.
하지만 신탁 말소 조건으로 대출을 해줬던 은행은 조 씨에게 대출금 상환을 요구했고, HUG마저 “요건에 맞지 않는 대출을 해준 은행 측 책임으로 인해 대출 보증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 씨는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아 이사를 가려 해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보증금을 떼일까 봐 가입해놨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이 현재로선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HUG 측은 “전세 계약 만료 후 보증금을 반환 받지 못했을 때 대신 변제해주는 것으로, 아직 계약이 만료된 시기가 아니어서 보증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조 씨는 “은행과 HUG가 신탁 부동산이라 대출을 보증할 수 없다면 계약 때부터 알려줬어야 하는데 이제 와 보증을 못 해주겠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A 씨는 세입자들이 피해를 호소하자 “고작 신협 협조문 한 장에 과민반응하지 말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업 등이 어려워지면서 이자를 못 냈더니 입주민들에게 퇴거 통지가 간 것 같다. 추가 대출을 받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 엄정숙 변호사는 “잔금을 치른 뒤 신탁을 말소하겠다는 등 ‘계약 이후’를 약속하는 특약은 이행하지 않아도 강제할 수단이 없어 실질적인 효력이 없다. 믿지 않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례는 최근 급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이 HUG와 SGI서울보증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미반환 피해액은 2017년 525억 원에서 지난해 6468억 원으로 12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8월까지 접수된 피해액은 4047억 원이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이채완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박정훈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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