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세금이면 3년반 전엔 집 샀다

김호경 기자

입력 2021-09-14 03:00 수정 2021-09-14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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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시행 1년, 전세 씨마르니 가격은 폭등
8월 평균 전세가 4억4156만원
2018년 매매가보다 90만원 높아


전세는 적고 월세는 수두룩 13일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 전세는 드물고 주로 월세가 매물로 나와 있다. ‘임대차 3법’ 도입 이후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늘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예비 신랑 이모 씨(35)는 지난달 서울 성동구에 있는 전용 59m² 아파트를 보증금 5억 원과 월세 140만 원의 조건에 계약했다. 해당 단지의 전세가는 지난해 상반기(1∼6월)만 해도 5억∼6억 원대였지만 지금은 140만 원의 월세를 얹어줘야 할 정도로 시세가 올랐다. 이 씨는 “요즘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2, 3년 전 집값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가가 3년 반 전 평균 아파트 가격을 넘어섰다. 지난해 7월 말 ‘임대차 3법’ 도입 이후 심해진 전세난으로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13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이 4억4156만 원이었다. 이는 2018년 1월 당시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4억4067만 원)보다 약 90만 원 높은 것이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는 2018년과 2019년 하락세를 보였고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월간 상승률이 0%대였다. 하지만 임대차 3법으로 2년 더 거주하는 기존 세입자가 늘어난 데다 보유세 부담이 증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집주인들이 월세를 조금이라도 받기 위해 전세를 반전세로 돌리면서 전세 공급이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임대료 인상에 제약이 생긴 집주인들은 새로운 세입자를 들일 때 보증금과 월세를 최대한 올리면서 전세가격이 급등했다.

실제 올 1∼8월 수도권 아파트 전세 누적 상승률은 10.26%로 지난해 연간 상승률을 뛰어넘었다. 1∼8월 누적 상승률 기준으로는 2011년(10.57%)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인천 아파트 전세는 올 들어 12.76% 올라 지난해 연간 상승률(6.18%)의 2배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인천 연수구 ‘송도더샵센트럴시티’(전용 72m²)는 지난달 21일 전세 계약 2건이 이뤄졌다. 전세 보증금은 각각 5억 원, 5억5000만 원으로 계약일이 같은데도 5000만 원이나 차이가 났다. 해당 평형 전세금으로는 역대 가장 비싼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전세 공급과 직결되는 수도권 입주 물량이 내년 13만6636채로 올해(18만7991채)보다 5만 채가량 적기 때문이다. 임대차 3법에 따라 2년 연장한 계약 기간이 내년 7월 말 종료되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계약 종료 후 집주인들은 과거에 올리지 못한 보증금 인상분과 미래 인상분까지 더해 최대한 임대료를 높이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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