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직방, 부동산 ‘플랫폼 중개’ 진출…중개사와 수수료 갈등 우려

김호경 기자

입력 2021-06-15 03:00 수정 2021-06-15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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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이용 중개 플랫폼 만들어… VR-3D지도로 앉아서 매물 체크
이르면 이달부터 공인중개사 모집… 수도권 아파트 대상 서비스
안착땐 국내 중개시장 구조 변화… 거래성사땐 직방에 이용료 떼줘
중개사들 총수입 줄면 반발 가능성


비대면 기술로 본 아파트 내·외부 모습
1. 비대면 중개 플랫폼 기술인 3차원 지도로 구현한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단지.
2. 평면도상 창문을 클릭하면 조망과 시간대별 채광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3. 가상현실(VR) 영상으로 현관에서 베란다까지 가구 내부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다.

국내 1위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앱)인 ‘직방’이 아파트 중개시장에 진출한다. 현재는 집을 보려면 ‘발품’을 팔아야 하지만 직방 중개 플랫폼을 통하면 매물을 가상공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면 직방이 소정의 이용료를 공인중개사로부터 받는다.

부동산 중개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중개업소가 직방에 이용료를 내는 방식이라 기존 중개업소들이 반발할 소지도 있다. ‘플랫폼 중개’에 반대하는 중개업소와 직방 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제2의 타다’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직방에 따르면 안성우 직방 대표는 가상현실(VR)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매물 콘텐츠를 공인중개사들이 실제 중개에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직방은 이르면 이달 사업에 참여할 공인중개사를 모집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아파트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 서비스가 본격화하면 국내 중개시장의 구조가 바뀔 수도 있다. 지금은 매수자가 집을 보려면 공인중개사와 현장을 방문해야 한다. 직방 앱을 통하면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매물 상태를 확인하는 ‘디지털 임장’이 가능하다. 3차원(3D) 지도를 통해 가상공간에서 아파트 단지와 지하철 역, 학교 등 주변 시설과 함께 동·호수별 평면, 조망, 실시간 채광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가구 내부를 촬영한 VR 영상을 통해 도배나 벽지 상태, 싱크대와 화장실 수리 여부도 알 수 있다. 소비자가 현장에 가지 않고도 집의 구조와 주거환경의 일부를 파악할 수 있는 셈이다. 공인중개사들은 더 많은 중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VR 영상은 실제 매물만 촬영하기 때문에 허위 매물을 근절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실제 계약은 대면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수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비대면으로 거래하려는 수요자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대면 계약은 공인중개사사무소나 직방이 구축한 거점 오피스인 ‘직방 라운지’를 이용하게 된다. 직방은 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 1호점을 시작으로 수도권 곳곳에 직방 라운지를 만들었다.

플랫폼 앱을 통한 부동산 중개가 정착하려면 공인중개사들이 직방 플랫폼에 많이 참여해야 한다. 이런 중개사 참여율은 거래 성사 시 직방이 공인중개사로부터 받을 이용료 수준에 달려 있다. 중개 보수는 법적 상한선이 정해져 있어 매수자와 매도자가 내는 비용은 기존과 같다. 하지만 공인중개사의 몫은 직방에 내는 이용료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직방이 이용료를 얼마나, 어떤 명분으로 가져가는지에 따라 공인중개사들의 입장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제2의 타다’ 논란이 촉발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직방 때문에 중개인들의 전체 수입이 쪼그라든다고 판단되면 신기술과 기존 사업자 간 갈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부동산 플랫폼을 통하더라도 공인중개사들이 직접 중개하는 방식은 유지되기 때문에 택시 면허 없이 택시 영업을 한 타다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직방 측은 보고 있다. 사무실을 낼 여력이 되지 않는 공인중개사들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공인중개사 자격증 보유자 46만여 명 중 중개업에 종사하는 공인중개사는 11만여 명이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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