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주 연속… 전셋값 오름세 한번도 안꺾였다

이새샘 기자 , 김호경 기자 , 정순구 기자

입력 2021-05-14 03:00 수정 2021-05-1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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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세난에 서민들 고통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동작구에서 전세로 사는 직장인 신모 씨(34)는 9월 전세 만기를 앞두고 금융권 대출을 되도록 많이 끌어모으고 있다. 현재 보증금 2억3000만 원과 월세 30만 원 조건으로 살고 있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3억4000만 원으로 올려주지 않으면 실거주하겠다고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신 씨는 “집값이 이미 너무 많이 올랐지만 보증금을 올려주느니 내 집을 대출받아 산 뒤 이자를 갚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2019년 6월 셋째 주부터 이달 둘째 주(10일 조사 기준)까지 100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 전세가격이 2014년 6월부터 192주 연속 상승한 이래 가장 오랜 기간 상승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 정부 정책 나올 때마다 전세가 상승


이 같은 전세가 상승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동안 상승 폭이 줄어들던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주 0.03% 오르며 상승 폭을 키웠고, 이번 주도 같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서울 강남구에서 전세를 사는 직장인 김모 씨(45)는 요즘 잠을 설친다. 2019년 서울 성동구 집을 팔고 대출을 최대한 받아 14억 원짜리 전세를 얻어 강남으로 왔다. 무리였지만 정부가 자사고와 특목고 등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뒤 자녀 교육을 위해 결단했다. 당시만 해도 보증금을 시세보다 낮게 받았던 집주인은 내년 만기를 앞두고 벌써 “실거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보증금을 올려 달라는 뜻을 비쳤다. 김 씨는 “인근 전세 시세는 20억 원이 넘었고 대부분 월세 매물만 있다”며 “전세, 매매 모두 너무 올라 보증금을 돌려받아도 갈 곳을 찾기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 실패가 매매가격 상승과 저금리로 오르고 있던 전세가격에 불을 질렀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 흐름을 살펴보면 정책 영향이 뚜렷하다. 2019년 12월의 경우 11월 자사고 및 특목고 폐지, 대출규제를 대폭 강화한 12·16대책의 영향으로 한 달 만에 전세 중위가격이 700만 원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7월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직후 잠시 주춤했던 전세가격은 같은 해 10월 전월 대비 4000만 원 가까이 올랐고, 이후에도 꾸준히 올라 올해 3월 6억 원을 돌파했다. 2019년 6월 4억3009만 원에 비해 약 40% 오른 것이다.

○ 월세 비중 늘고 중저가 전세는 감소
올해 12월 결혼을 앞둔 회사원 정모 씨(33)는 이달 말 강동역 인근 상가 거리에 있는 신축 빌라를 보증금 3억4000만 원에 전세로 계약할 예정이다. 두 사람 모두 직장이 강남 쪽인데 부모 도움을 받지 않고는 전세대출을 받아도 강남권 아파트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는 “결혼식에 맞춰 전세를 구하려 했지만 전세가 더 오를 것 같아 빌라라도 급히 계약했다”고 했다. 저렴한 전세 매물이 줄면서 새로 전월세 시장에 진입하려는 신혼부부와 청년층이 아파트 대신 빌라,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고 있다.

실제로 임대차법 시행을 기점으로 월세가 많아지고 중저가 전세가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하반기(7∼12월) 전체의 27%에 그쳤던 월세 비중은 2020년 상반기(1∼6월)에는 28%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개정 임대차법 시행 이후인 2020년 하반기 32%로 증가했고 올해 들어서는 34%를 넘겼다. 임대차법 전 전체 전세 거래의 80% 가까이를 6억 원 미만 전세가 차지했지만 임대차법 이후에는 7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 재건축 이주 수요 많아 전세난 가중 우려
지난달에는 강남구와 마포구, 강동구 등 일부 지역 전세가격이 소폭 하락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마포구 마포프레스티지자이, 강동구 고덕 자이 등 대단지 아파트 입주로 공급이 일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분기(1∼3월) 1만1140채였던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분기 5659채, 3분기 7938채, 4분기 4919채 등으로 줄어들었다. 6월부터는 재건축을 추진 중인 반포주공1단지 등 4000여 가구의 이주가 시작된다. 보유세가 본격적으로 부과되면 집주인들의 세금 전가가 가속화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세난 역시 공급 부족이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신축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실거주 의무 강화로 집주인들이 입지가 좋은 지역의 전세에 자신이 입주하고 있다. 여기에 보유세 강화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며 전세 매물 자체가 줄었다는 것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이든 공공이든 공급 속도를 높여야 전세가 상승세를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김호경·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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