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때문에…땅치는 부동산 전문가들

황재성 기자

입력 2021-04-07 11:59 수정 2021-04-07 15:54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오늘(7일) 3년여의 임기를 마치고 퇴진했다. 당초 그의 임기는 지난해 말까지였다. 하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고로 후임자 선정에 차질이 빚어지자 ‘신임 사장 임명 시까지’ 임기가 연장된 상태였다.

김 사장은 현재 공석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지난달 초 ‘과거 다주택 논란’이 불거지자 임명이 백지화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인연이 회자되기도 했다.

한편 현재 사퇴 의사를 밝히고 ‘식물인간’ 상태인 변 장관에 이어 김 사장마저 퇴진하면서 공공 주도 주택공급이라는 ‘2·4대책’의 핵심 업무를 이끌어갈 국토부-LH-SH의 수장자리가 한꺼번에 공석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부동산 문제에 부동산 전문가들이 발목이 잡힌 셈”이라는 평가와 함께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추진 동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도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 김세용, 연장 임기 못 채우고 퇴진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김 사장은 7일 오전 11시 퇴임식을 갖고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변 장관이 SH 사장에서 물러난 직후 공모를 통해 2018년 1월 사장에 취임한 지 3년 3개월여 만이다. 그는 이달 초 서울시에 공식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의 임기는 지난해 12월 31일까지였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의 갑작스런 유고로 신임 사장 임명 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신임 사장 임명시까지’ 직무대행 자격으로 업무를 수행해왔다. 하지만 후임자가 결정되기 전에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출신으로 도시개발전문가인 김 사장은 이에 앞서 현재 공석 중인 LH 사장으로 내정됐다. 하지만 지난달 9일 열린 직원 땅 투기 의혹을 사고 있던 LH에 대한 관련 기관 국회 보고 과정에서 김 사장의 다주택 전력이 논란이 되면서 임명 절차가 중단됐다.

논란이 커지자 SH는 당시 “김 사장이 일시적으로 2주택자였지만, 보유 주택 처분을 위해 노력해왔고, 현재는 1주택자”라는 해명자료를 내놨다. 김 사장은 퇴임 후 원래 소속인 고려대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 변창흠 장관과 긴밀한 인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현 정부 출범 이후 SH 사장-LH 사장-국토부 장관 등 부동산 정책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핵심 조직의 수장 자리를 모두 꿰차며 승승장구하던 변 장관은 LH 직원 땅 투기 의혹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다 발목이 잡혔다.

지난달 2일 시민단체의 폭로로 시작된 LH 직원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당시 MBC 기자와 주고받은 문자를 통해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건 아닌 것 같다”라거나 “전면 수용되는 신도시에 땅을 사는 것은 바보짓이다. 수용은 감정가로 매입하니 메리트가 없다”라며 LH 직원들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이어 일주일 뒤에 열린 지난달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변 장관은 유사한 발언을 이어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LH 직원들이 광명·시흥의 공공택지 개발을 모르고 투자했을 것이라고 한 발언이 진심이냐”는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의 질문에 “내가 아는 경험으로는 그렇다”고 대답한 것이다.

이에 야당과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퇴진론이 거세졌고, 여당마저 등을 돌리자 12일 변 장관은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날 “‘2·4대책’ 대책의 기초 작업은 끝내고 퇴임하라”며 사의를 사실상 수용함으로써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한편 변 장관과 김 사장의 ‘특별한 인연’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변 장관이 SH사장에서 물러난 직후 김 사장이 자리를 이어받은 데다 LH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사람 모두 1965년 생으로 비슷한 시기에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기도 했다.

2017년 12월 열린 서울시의회의 인사청문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이 “전임 사장(변 장관)의 서울대 환경대학원 동문인 점, 서울시 정책자문단에 함께 소속되어 있다는 점, 이런 이유로 후보자를 추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도 있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 2·4대책, 동력 떨어질 듯
김 사장이 퇴진하고 변 장관도 언제 임기가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하면서, 국토부 장관-LH 사장-SH 사장 자리가 한꺼번에 공석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2·4대책’에 적잖은 차질도 불가피해졌다. 대책을 설계한 변 장관의 거취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대책을 실제 집행하는 과정에서 손발이 될 LH와 SH 사장이 모두 자리를 떠났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LH 직원 땅 투기 의혹 제기 이후 쏟아지는 공직사회의 부동산 투기 의혹 사례로 정부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도 문제다. 이미 신도시 예정지 내 토지소유주와 일부 도심 고밀도 개발사업 대상지 내 토지소유주 등은 정부와 LH에 대한 불신 등을 이유로 정부 제안을 거절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7일 치러지고 있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큰 변수다. 당선이 유력한 여야 후보 모두 민간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2·4 대책의 핵심인 공공 주도의 도심 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라는 사업 목표 자체가 수정 요구를 받을 수도 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전문가 칼럼



부자동 +팔로우, 동아만의 쉽고 재미있는 부동산 콘텐츠!, 네이버 포스트에서 더 많이 받아보세요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