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양도세, 1주택자라도 완화해 부동산거래 숨통 틔워야”[인사이드&인사이트]

이새샘 산업2부 기자

입력 2021-01-27 03:00 수정 2021-01-2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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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장기적 안목서 논의” 목소리

서울시내 전경. 동아일보DB
이새샘 산업2부 기자
연초부터 부동산 시장은 양도소득세 문제로 떠들썩했다. 1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양도세 중과 완화 방안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다. 하지만 기재부는 물론 여당 지도부까지 부인하고 나섰다. 결국 홍 부총리 스스로 닷새 뒤인 15일 양도세 중과 완화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정부 차원의 양도세 중과 완화는 없던 일로 됐다.

이처럼 정부와 여당이 곧바로 진화에 나선 배경에는 ‘부동산으로 거둔 시세차익의 상당 부분은 반드시 세금(양도세)으로 환수해야 한다’는 현 정부의 철학이 깔려 있다.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양도세가 전방위로 강화됐지만 부동산 거래는 줄어들고 집값은 뛰었다. 과세 체계만 복잡해져 ‘양포사’(양도세를 포기한 세무사)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반면 자녀 등에게 집을 물려주는 증여는 크게 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다시 양도세 완화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보유세가 그동안 대폭 인상된 만큼 ‘높은 보유세, 낮은 거래세’의 원칙에 따라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양도세 완화 논의를 본격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양도세 완화론, 서울시장 선거서 재부상 가능성


연초 양도세 중과 완화론은 홍 부총리가 TV 방송에 나와 “(집을) 세 채, 네 채 갖고 있는 분들이 매물을 내놓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공급 정책”이라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시장은 즉각 ‘양도세 중과를 일시적으로 완화해주거나 6월로 예정된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 인상을 유예해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아 시세차익을 볼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매물을 더 많이 내놓을 수 있을 거라는 논리다. 하지만 기재부가 홍 부총리 발언 반나절 만에 이를 부인하는 해명 자료를 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등 여당 핵심 인사도 잇달아 양도세를 중과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그럼에도 양도세 완화 논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4월 서울시장 선거가 코앞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부동산 선거’로 불릴 정도로 각 당의 부동산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지자체장이 별다른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부동산 세제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한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부동산 공약 중 하나로 양도세율 인하를 내세우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부동산 세금 부담을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서울시장 선거의 판도에 따라 양도세 완화론이 다시 고개를 들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 4년간 매년 바꾸며 난수표 된 양도세 체계


이처럼 양도세 완화론이 시시때때로 불거지는 배경에는 현 양도세 수준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있다. 현 정부는 2017년 출범 이후 매년 양도세 체계를 바꾸며 1주택자, 다주택자를 막론하고 양도세 부담을 높여왔다.

2017년 8·2대책에서 1주택자라도 조정대상지역 주택은 2년 이상 거주해야 양도세를 비과세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기존에는 2년 이상 보유하기만 하면 비과세였다.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처분할 때는 기존 세율에 최대 20%포인트를 중과해 최대 62%까지 양도차익을 세금으로 거둬들일 수 있도록 했다. 2018년 9·13대책에서는 시세 9억 원 이상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에 대해 2년 이상 거주해야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저금리 상황에서 불어난 유동성을 바탕으로 거래가 급감한 상황에서도 일부 아파트가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 시작하자 시장이 다시 한번 움직였다. 결국 2019년 12·16대책에서는 시세 9억 원 이상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가 기존 수준으로 장특공제를 받으려면 보유 기간만큼 실제 거주도 해야 한다는 방안까지 내놓았다. 다만 양도세를 전방위적으로 강화한 만큼 숨통을 터주기도 했다. 2020년 6월까지 조정대상지역에서 10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주택을 처분할 때는 양도세 중과세율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양도세 부담은 높아졌지만 지난해 6월부터 20, 30대 젊은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집값은 다시 뛰었다. 지난해 7·10대책에서는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매매할 때 매기는 중과세율을 다시 10%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여기에 양도세 기본 세율을 현재 최대 42%에서 45%로 높여 올해 6월부터는 최대 75%까지 양도세율이 높아진다.

○ 양도세 인상 이후 거래량 급감, 증여 증가


양도세 강화 방안은 거래 급감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대출을 조이고 양도세까지 강화하자 시장은 얼어붙었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매매 거래 현황을 보면 2016년 12만2606건이던 서울 매매 거래량은 2017년 10만7897건, 2018년 9만6622건, 2019년 7만1734건으로 줄어들었다. 2019년 급감했던 거래량은 시장이 다시 살아나며 지난해 총 9만3784건(서울 기준)으로 어느 정도 회복됐다. 하지만 여전히 2018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다만 지난해 지방 집값이 크게 뛰면서 전국 기준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93만4078건으로, 주택시장이 다시 활황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2015년 80만8486건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조정대상지역이 아니어서 각종 양도세 강화 방안의 영향권을 벗어난 지역으로 주택 투자 수요가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

전체 거래에서 증여 비중이 대폭 늘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2017년만 해도 서울 아파트 거래 중 증여 비중은 4.5%에 그쳤다. 이후 매매 거래량이 감소하는 와중에도 증여 비중은 2018년 9.6%, 2019년 9.7%, 지난해 14.2%로 계속해서 늘어났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센터 팀장은 “양도세율이 워낙 높다 보니 1년치 보유세의 5∼10배 수준에 이른다. 같은 세금을 낼 거라면 양도세를 내가며 굳이 자산을 처분하느니 5∼10년 더 버티겠다는 사람이 많은 이유”라며 “양도세는 자기 몫의 시세차익을 국가에 세금으로 빼앗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 “양도세 급증하며 거주 이전 자유 침해”


양도세 부담을 강화하는 정부 정책 기조는 거래 급감이라는 결과를 낳은 것은 물론 집값을 잡는 데도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그렇다면 불로소득을 환수한다는 조세정의 차원에서도 현재의 양도세 부담이 적절할까. 조세관련학회 연합학술대회에서 지난해 12월 발표된 ‘부동산 세제와 기본권, 국제적 비교분석’ 보고서는 한국의 부동산 세 부담을 세계 여러 나라와 비교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과 주요 7개국(G7)에서 1주택자 혹은 3주택자가 12억 원짜리 주택을 취득해 10년 보유한 뒤 매각할 경우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를 합친 전체 세금 부담을 추산했다. 집값 인상률은 최근 10년간 각국의 평균 인상률을 적용했다.

그 결과 한국은 3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도 양도차익보다 전체 세금 부담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다른 G7 국가의 전체 세금 부담은 모두 양도차익보다 적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양도세, 취득세, 보유세가 일제히 강화되면서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세금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지난해 총선 직전과도 닮아 있다. 당시에는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가 이슈였다는 점만 다르다. 하지만 총선 이후 집값이 다시 불안해지자 정부와 여당은 종부세와 양도세, 취득세, 증여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한꺼번에 올렸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선거용’으로 양도세 완화 논의를 반짝 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과거 한국 부동산 세제의 맹점이 보유세와 거래세가 모두 낮아 주택 보유에 따른 소득을 지나치게 많이 허용해준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미 세율 인상, 공시가격 현실화 등으로 보유세가 대폭 높아진 만큼 거래세인 양도세 역시 어떤 식으로 얼마나 완화할지 지금부터라도 논의해야 한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집을 사고파는 사람을 투기세력으로 보고 징벌적으로 양도세율을 높여 1주택자조차 거주 이전의 자유가 침해되는 수준”이라며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라도 낮추는 등 거래를 활성화해 부동산 시장이 자연스러운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새샘 산업2부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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