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불질렀다…작년 세종 집값 상승률, 전국평균 7배

황재성 기자

입력 2021-01-26 12:30 수정 2021-01-2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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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곳은 세종특별자치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땅값과 아파트값 상승률, 새 아파트 청약률 모두 압도적인 1등을 차지했다. 정부 부처 이전으로 인한 특수가 있었지만 여당이 국회 이전 카드를 꺼내든 것이 직격탄이 된 것으로 보인다.

● 불붙은 세종시 부동산시장
26일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세종시 땅값은 10.6%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지가상승률 통계를 집계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그동안에도 세종시 땅값은 전국 지가상승률을 크게 웃돌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2012년 세종시는 3.82%로 전국 평균(0.96%)의 4배 가까이 올랐고, 2013년에는 5.50%(전국·1.14%)로 상승폭을 키웠다.

이후로도 이같은 추세는 계속돼 △2014년 4.53%(1.97%) △2015년 4.57%(2.40%) △2016년 4.78%(2.70%) △2017년 7.02%(3.88%) △2018년 7.42%(4.58%) △2019년 4.95%(3.92%)를 보였다.

땅값뿐만이 아니다. 집값도 지난해 세종시가 전국 집값을 주도하는 서울을 제치고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집값이 5.36% 오르면서 9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세종시는 무려 37.05% 폭등한 것이다.

새 아파트 청약시장에서도 세종시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27.6대 1이었는데, 세종시는 무려 153대 1로 6배 가까이 높았다.

● 정치권이 불을 키웠다
세종시 부동산 인기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지속적인 정부 부처와 관련 기관들의 이전이다. 주변 지역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도시 인프라를 갖춘 점도 부동산 수요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관계자들이 쏟아낸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 모두를 세종시로 옮기자는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아파트값 상승률이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7월20일까지 세종시의 아파트 매매가는 21.36% 상승했고, 전세금은 13.88%가 올랐다. 그런데 여당과 정부에서 세종시 추가 이전을 꺼내면서 매수세가 몰렸고, 상승폭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는 연간 42.65%, 전세금은 무려 62.4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작년 한 해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했는데도 무려 61만 세대가 늘어났다”며 “세대 수가 급증하면서 예측한 주택 공급 물량보다 수요가 더 초과했고,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종시는 단순한 수급 불안 이전에 정치권의 인기 영합적인 발언이 폭발적인 가격 상승을 불러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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