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폭 커지는 전셋값… “전세매물 씨 마르고 월세비중 급증”

이새샘 기자 , 정순구 기자

입력 2020-10-30 03:00 수정 2020-10-30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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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넷째주 서울 전세가격 0.1%↑송파-강남 급등세… KB선 0.55%↑
보유세 부담 늘며 월세전환 가속… 강남권선 월세거래가 절반 넘어
일부선 월세도 품귀… 수백만원 줘야
“갱신계약 끝나는 2년뒤 더 오를듯”


“이젠 월세 매물도 거의 없어요. 매물이 있어도 월세로 최소한 150만 원 정도는 줘야 되니 부담스럽죠. 전세 계약은 씨가 말랐고요.”

29일 서울 송파구 약 6000채 대단지 아파트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0평대가 1000채 넘는 아파트인데 그중 전세 매물은 딱 1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008년 입주한 이 단지에서 올해 9월 이후 거래된 전월세 계약은 총 68건. 그중에서 월세 계약은 3분의 1이 넘는 25건으로 개중에는 200만 원이 넘는 월세도 여럿 있다.

29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서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26일 조사 기준 전주 대비 0.1% 상승하며 상승폭이 더 커졌다. 3주 연속 지속되던 0.08% 상승률이 깨진 것이다. 이날 KB부동산 리브온 조사에서도 서울 아파트 전세는 전주(0.51%) 대비 0.55% 상승하며 상승폭이 커졌다. 여기에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월세 거래가 많아지고 있어 ‘전세대란’이 ‘월세대란’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지역별로 보면 송파구(0.19%) 강남구(0.18%) 등 강남권이 급등세를 보였다. 감정원 측은 “전체적으로 매물이 부족한 가운데 송파구는 잠실동 대단지 위주로, 강남구는 교육환경이 양호한 개포동, 압구정동 위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강북도 성북구(0.11%) 노원구(0.1%) 마포구(0.1%) 등 직주근접성, 교육환경 등이 좋은 지역의 상승률이 높았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오르는 일종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선호도가 높은 신축 아파트는 월세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체의 월세 거래 비중은 5월 26.9%에서 9월 30.4%로 높아지는 추세에 있다. 여기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통해 입주 5년 이내 신축 아파트의 최근 전월세 거래 비중을 살펴보면 올해 9, 10월 거래량 2757건 중 985건(35.7%)이 월세 거래다.

월세 증가 현상은 강남권에서 두드러진다. 수요가 쏠린다는 점에 더해 최근 정부의 증세 기조로 세금 부담을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2018년 입주)는 9월 이후 전월세 거래가 24건 이뤄졌는데 이 중 16건이 월세(반전세 포함)로 거래됐다. 2019년 입주한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는 거래 12건 중 7건이 월세, 대치동 학원가와 가까운 래미안대치팰리스(2015년 입주)는 거래 10건 중 5건이 월세 거래였다. 이들 단지는 모두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전세가격이 수억 원 오른 곳인데, 그나마도 매물이 없다 보니 월세 거래가 전체 거래량의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대란’이 좀처럼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세가격을 안정시킬 정부 대책이 마땅치 않은 데다 공급물량 감소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내년 입주 물량은 2만6940채로 올해(4만8758채)의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이날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9월 서울에서 분양한 공동주택은 165채에 그쳤다. 분양 물량이 추후 입주 물량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3∼4년 뒤 서울지역 공급이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임대차 2법에 저금리, 그리고 내년부터 보유세가 크게 오르는 점까지 겹쳐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수백만 원의 고액 월세까지 나오고 있다”며 “향후 서울에서의 입주물량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이번에 갱신된 계약이 끝나는 2년 뒤, 4년 뒤 전월세 가격이 지금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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