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의 실전투자]도로 없는 맹지에도 집 지을 수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입력 2020-10-30 03:00:00 수정 2020-10-30 04: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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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도상 도로 없으면 안되지만
사람들이 오랫동안 통행로로 쓴 관습도로 있으면 건축 가능
단 토지 소유자가 승낙하거나 지자체 통행지역권 인정 받아야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지난해 퇴직한 A 씨는 서울 근교에서 전원생활을 하려고 땅을 보러 다니고 있다. 지인이 소유한 땅을 소개받고 직접 가 보니 전원주택을 짓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땅 바로 옆에는 도로가 붙어 있어 출입도 편리해 보였다. 그런데 지적도에는 이 도로가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지적도에는 없지만 오랫동안 사람들이 통행로로 사용해온 관습법상의 도로인 ‘현황도로’였다. 지인은 현황도로가 땅에 붙어 있는 만큼 전원주택을 짓는 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A 씨는 이 말이 사실인지 궁금해졌다.

A 씨가 둘러본 땅처럼 모든 땅에 도로가 있는 건 아니다. 다른 사람이 소유한 땅으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어 정부가 관리하는 ‘공로(公路)’로 출입할 수 없는 땅이 더 많다. 도로가 붙어 있는 땅보다 도로가 없는 땅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이처럼 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전혀 없는 땅을 ‘맹지(盲地)’라고 부른다.

문제는 원칙적으로 땅에 도로가 없으면 건물을 지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건축법상 건축물을 지으려면 대지의 2m 이상이 도로에 접해야 한다. 다만 건축물 출입에 지장이 없거나 건축물 주변에 광장 공원 유원지 등이 있거나, 농막을 건축하는 경우는 도로에 접해야 한다는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건축법상 도로는 보행과 자동차 통행이 가능하고 그 너비가 4m 이상은 되어야 한다. 다만 지형적 제약으로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를 설치하기 곤란하다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인정하는 경우는 예외다. 그 위치를 지정하고 공고한 구간의 너비가 3m를 넘으면 도로로 인정된다. 막다른 골목이면서 골목 길이가 10m 미만이면 도로의 너비는 2m 이상이면 된다. 따라서 지적도에 없는 현황도로이더라도 지자체장의 지정과 공고를 거치면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도로로 인정받을 수 있다.

현황도로의 지정, 공고를 받으려면 현황도로와 관련된 이해관계자, 즉 토지 소유자의 토지사용 승낙을 받아야 한다. 다만 ①이해관계자가 해외에 거주하는 등의 이유로 동의를 받기 힘들거나 ②주민이 오랫동안 통행로로 이용하고 있는 사실상의 통로로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 경우에는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지자체가 조례로 지적도에 없는 현황도로를 도로로 지정하는 근거가 ‘통행지역권’이다. 통행지역권은 타인의 토지를 통행할 수 있는 권리로, 어떤 토지 소유자가 타인의 토지를 지나지 않고는 공로에 접근할 수 없을 때 인정된다.

다만 주민들이 오랫동안 이용했다고 무조건 통행지역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대법원은 도움을 받는 토지의 소유자가 타인의 토지 위에 도로를 설치해 사용하는 객관적 상태가 계속된 경우에 한해 통행지역권이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이때 ‘객관적 상태’란 쉽게 말해 도로가 포장됐는지를 뜻한다. 많은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현황도로가 타인의 토지 위로 난 비포장 산길이라면 통행지역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결국 지적도에 도로가 없더라도 무조건 건물을 못 짓는 건 아니다. 땅이 붙어 있는 도로가 지적도에 없는 현황도로라면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받거나, 통행지역권이 인정된다면 건물을 신축할 수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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