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규제 전에 사두자” 재건축 아파트 최고가 거래 잇따라

이새샘 기자

입력 2020-09-16 03:00 수정 2020-09-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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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현대7차 245m² 65억원… 지난해보다 12억5000만원 올라
목동-노원도 거래량 늘고 가격 올라… 규제 피하려 연내 조합설립 추진
매수자들 ‘똘똘한 한채’ 기대심리


“7, 8월에 집중적으로 거래가 됐어요. 1억, 2억 시세차익을 보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똘똘한 한 채’를 사려는 사람들이 많죠.”

1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최근 재건축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조합 설립 추진 상황을 알려 달라는 사람들이 많다”며 “조합이 일단 설립되면 조합원 지위를 승계하기 위해 5년 실거주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조합 설립 전에 서둘러 사두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동 현대7차 전용 245m²는 지난달 14일 65억 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지난해 52억5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불과 1년여 사이에 12억5000만 원 오른 가격에 팔렸다. 다른 단지도 사정이 비슷하다. 현대14차도 85m²가 최고가인 29억 원에 거래됐다. 미성1차(105.65m²·26억5000만 원), 신현대12차(107m²·26억 원) 등 상당수 단지에서 최고가 매매 거래가 나왔다.

거래도 활발한 편이다. 6·17부동산대책 이후 압구정동 일대에서 80건 이상이 거래됐다. 올해 1∼5월에는 단지마다 아예 거래가 없거나 한 달에 10건 미만으로 거래됐던 분위기와 대조적이다.

이는 재건축 조합원이라도 2년간 실제 거주해야 분양권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규제를 이르면 올해 안에 도입하기로 한 데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규제를 적용받지 않으려면 연내 조합을 설립해야 해서 추진 속도를 내고 있는 것.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 4구역(현대 8차, 한양 3·4·6차)과 5구역(한양 1·2차)은 최근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이 75%를 넘겼다. 다른 구역도 주민 동의를 받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또 다른 재건축 아파트 밀집지인 목동신시가지7단지에서도 전용 101m²가 7월 들어 22억 원에 거래됐다. 전월 대비 1억∼2억 원가량 오른 가격이다. 목동신시가지는 6단지가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하는 등 재건축이 가시화되고 있다. 다른 단지들도 정부가 6·17대책에서 내년부터 안전진단에서 현장조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최대한 빨리 안전진단 절차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노원구 상계주공6단지의 경우 올 초까지만 해도 5억 원대에 거래되던 58m²가 8월 7억140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실제로 부동산114의 서울지역 주간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8월 28일 0.18%, 9월 4일 0.04%, 11일 0.09% 등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전체 아파트 가격은 상승 폭이 줄고 있다. 보통 투자 목적의 매매가 많은 재건축 아파트는 아파트 매수세가 주춤할 때는 일반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빠르게 하락세를 타는데, 좀처럼 그런 흐름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각종 규제로 추진 속도를 내기 쉽지 않겠지만 수요자들이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매수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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