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큰손들, ‘꼬마 빌딩’-땅에 꽂혔다

정순구 기자

입력 2020-07-02 03:00 수정 2020-07-0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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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시중은행의 부동산 프라이빗뱅커(PB) A 씨는 최근 고액 자산가 4명을 이끌고 인천 서구로 ‘임장’(부동산 업계에서 현장조사, 답사를 이르는 말)을 다녀왔다. 이들이 향한 곳은 물류창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온라인 상권이 급성장하면서 물류창고 수요도 덩달아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고가 주택 규제가 강화되면서 인천이나 경기 근교의 토지 문의가 늘고 있다”며 “서울 주요 입지의 중소형 빌딩 문의도 최근 들어 더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강화가 이어지면서 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이 서울 내 중소형 빌딩이나 수도권 근교의 토지로 향하고 있다. 세금 부담이 덜한 데다 대출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장점에 따른 것이다.


1일 토지건물 정보업체 밸류맵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서 중소형 빌딩(매매가격 50억 원 이상 200억 원 미만의 업무상업시설)의 대지면적 3.3m²당 가격은 2018년 말 7146만 원에서 2019년 말 7631만 원으로 6.8% 올랐다. 특히 올해 5월 말에는 7923만 원으로 5개월 새 3.8% 추가 상승했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서울 강남권 등 주요 상권 내 200억 원 미만의 중소형 빌딩은 수요를 공급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자산가들의 관심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토지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 토지거래량은 134만1504건으로 지난해 1∼5월의 토지 거래량(114만800건)과 비교해 17.6% 상승했다. 2016년 12월을 100으로 설정한 전국의 토지 가격 지수 역시 올해 5월 114.7로 2010년 11월 이후 11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고액 자산가들이 중소형 빌딩이나 토지에 관심을 갖는 이유로 주택에 비해 원활한 자금 융통과 상대적으로 덜한 세 부담을 꼽는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내 15억 원이 넘는 고가 주택은 사실상 대출이 금지됐다. 하지만 빌딩의 경우 시세의 60∼70%, 토지는 40∼50% 정도의 대출을 받아 구입할 수 있다.


세금 역시 주택과 비교하면 부담이 적다. 토지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역시 종합합산토지(건물이 없는 임야 등)와 별도합산토지(건물 등이 들어선 토지)로 나눠 징수된다. 빈 땅의 경우 공시지가 5억 원을 넘으면 종부세가 부과되지만, 건물이 들어서 있는 토지는 공시지가가 80억 원을 넘지 않으면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건물이나 토지 등의 공시가격은 시세의 20∼30% 수준에 불과하다.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시세의 50%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낮다. 실거래 가격이 수백억 원에 달해도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달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토지면적 600m² 규모의 한 건물은 지난달 230억 원에 실거래됐다. 빌딩 투자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거래된 바로 옆 비슷한 규모의 건물보다 대지면적 3.3m²당 가격이 60% 이상 비싸게 거래된 것이다. 하지만 공시지가는 62억 원 수준이어서 종부세 대상은 아니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무리한 투자는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기업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이창준 상무는 “아직 코로나19의 실물 경기 영향이 덜하고 저금리에 따른 시중 유동성도 풍부한 상태”라면서도 “내년 이후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부동산의 입지나 미래 가치를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자칫 상투를 잡을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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