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틈새 찾아 ‘쩐의 이동’… 경매시장 후끈 달아올랐다
유원모 기자
입력 2020-06-30 03:00 수정 2020-06-30 03:54
29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의 경매법정. 200여 명이 몰린 탓에 105석 규모의 좌석은커녕 복도까지 경매에 입찰하려는 이들로 발 디딜 틈조차 부족했다. 한 경락잔금 대출업체 직원은 “올해 진행된 경매는 빠짐없이 갔는데 오늘처럼 사람이 많은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는 총 38건의 부동산 경매가 진행됐다. 입찰자들의 관심을 모은 것은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전용면적 165m²인 한 연립주택. 지어진 지 33년이나 됐지만 대형 면적의 주택인데다 재건축 추진 호재 등이 겹쳐 28명이 입찰에 나섰다.
낙찰가는 12억814만 원으로 감정가 7억6000만 원의 159%에 달했다. 이 주택을 낙찰 받은 윤모 씨(55)는 “감정가는 2년 전에 책정돼 시세인 13억∼14억 원보다 낮다”며 “운 좋게 좋은 가격에 낙찰 받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집값이 상승세인데다가 6·17 부동산 대책 등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경매 등지로 부동산 투자수요가 쏠리고 있다. 서울 강남권과 용산 일대에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경매는 규제 예외 대상인 점도 한몫하고 있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부동산 경매의 낙찰가율은 1월 72.1%에서 3월 70.1%로 하락했다가 4월 71.1%, 지난달에는 77.1%로 상승했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로, 해당 부동산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나타낸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6·17 대책에서 새롭게 규제지역으로 선정된 충북 충주나 대전, 경기 군포 등지와 6억 원 이하 중저가 주택에 대한 낙찰가율이 올들어 상승세”라고 전했다.
토지거래허가제와 같은 강력한 거래 억제책으로 오히려 경매 시장으로 투자 수요가 쏠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달 2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부동산 경매에서는 용산구 한강로2가의 건물면적 29m², 대지면적 46m²의 한 단독주택에 45명의 입찰자가 몰렸다. 지난달 20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신용산역 북측 1구역’에 위치해 일반 매매시에는 반드시 실거주임을 입증하고, 관할 구청으로부터 허가증을 받아야만 한다. 경매에는 이런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감정가인 6억688만 원보다 2배가량 높은 12억1389만 원에 낙찰됐다.
부동산 경매 역시 대출규제 등이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는 “경매도 규제지역에선 경락잔금대출 등에 대한 규제가 적용된다”며 “경매 물건의 복잡한 채무관계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투자에 나섰다간 낭패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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