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진의 경매 따라잡기]경매로 산 집 주인이 사망했다면…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입력 2020-06-05 03:00 수정 2020-07-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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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상속 포기, 이럴 땐 어떻게?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부동산 경매의 난관으로 꼽히는 것은 권리분석 외에 ‘명도’가 있다. 명도란 기존에 거주하던 소유자나 임차인 등을 내보내는 절차다. 흔히 명도는 경매를 당한 경제적 약자를 강제로 쫓아내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 이로 인한 부담감에 경매 입문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선입견과 달리 명도의 90% 이상은 원만한 타협으로 수월하게 끝난다. 명도를 거부하면 강제집행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점유자도 순순히 협상에 응하게 되고, 대부분 적절한 이사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런데 가끔씩 까다로운 점유자를 만나 곤혹을 느끼기도 한다. 명도의 유형 중 가장 어려운 것은 점유자가 다수이거나 반대로 점유자가 사망했거나 혹은 행방불명되는 등 협상의 상대를 찾기가 어려운 경우다. 특히 점유자가 사망했는데 상속권자들이 전부 상속을 포기해 협상할 상대가 아예 없으면 더욱 곤란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철저히 준비한다면 의외로 수월하게 끝낼 수 있다.

최근 경기 군포시 산본신도시의 한 아파트가 경매에 나왔다. 로열층·동에 위치해 근사한 조망을 갖춘 180m²의 대형 평형이고 인근 시세 등을 고려했을 때 가격 상승 기대감이 큰 아파트였다. 시세는 9억5000만 원 이상인데 감정평가액은 2억 원 이상 낮은 7억1800만 원이었다. 감정평가 후 소유자의 사망으로 2년 정도 경매 절차가 지연되다 보니 그동안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등기부 등본을 열람해 보니 상속권자들이 전부 상속을 포기해 낙찰을 받아도 명도가 쉽지 않았다. 필자의 조언을 받은 A 씨는 시세보다 6000만 원가량 낮은 가격에 응찰해 13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8억8000만 원에 낙찰받았다. 명도의 부담 탓인지 차순위는 A 씨보다 5000만 원 이상 낮은 가격에 입찰했다. 명도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우려와 달리 잔금 지급 이틀 후, A 씨는 아무런 잡음 없이 명도를 끝낼 수 있었다. A 씨는 어떻게 명도를 진행한 것일까.

우선 A 씨는 상속 절차를 대리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갔다. 대리인을 통해 현재 상속인들이 전부 상속을 포기해 권리를 주장할 사람이 없다는 것과 소유자가 사망 전 요양원에 거주해 큰 짐 없이 일부 가구만 남아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또 대리인으로부터 임의로 문을 열고 들어가 명도를 진행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남아 있는 동산에 대한 처분권을 모두 양도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틀 후 열쇠공을 불러 집 안으로 들어간 A 씨는 남아있는 동산의 목록을 작성하고 전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뒀다. 전 소유자가 미납한 관리비를 정산하면서 모든 명도 절차를 마쳤다. 경매에서 최고난도라 여겨지는 유형의 명도를 단 이틀 만에 끝낸 것이다. 이후 산본신도시의 대형 아파트 가격이 상승해 최근에는 호가가 13억 원까지 올랐다.

단지 A 씨의 행운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명도가 어려울 수 있음에도 용기 있게 입찰했고, 상속포기 사건의 경우 대리인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협의를 진행했다. 또 대리인과 합의서를 작성해 주거침입죄 등 형사 문제를 미연에 방지했고 추후 분쟁을 대비해 동산 목록 작성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명도는 핵심을 짚어내고 원리를 파악하면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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