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탓 수주 줄어든 대형건설사… ‘소규모 정비사업’서 활로 모색

유원모 기자

입력 2020-06-04 03:00 수정 2020-06-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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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재건축 ‘가로주택 정비사업’엔 분양가 상한-층수 제한 덜해
현대건설-호반건설 등 수주 활발
GS건설은 별도 브랜드로 시장 진출


서울 서초구 낙원청광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 현장. 낙원청광연립 가로주택조합 제공
서울 마포구의 한 가로주택. 가구 수가 30여 채에 불과한 소규모 사업장이지만 한강변에 위치해 가로주택을 통해 최대 15층 아파트로 탈바꿈하면 한강 조망이 가능한 곳이다. 사업비도 200억 원 수준에 불과해 중소·중견건설업체를 시공사로 염두에 뒀지만 최근에는 대형건설사 계열사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가로주택 등 소규모 정비사업 수주를 위한 건설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동안 대형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집중해왔던 대형건설사들도 각종 부동산 규제로 수주 물량이 감소하자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가로주택 정비사업이란 기존의 가로구역(도로망)을 유지한 채 노후 주택을 재건축하는 소규모 정비사업이다. 2012년 처음 도입된 후 2017년 정부가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을 정비해 기존 재건축·재개발과 달리 사업 추진 속도를 절반 이하로 줄여주면서 가로주택 추진 단지가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6년 15개에 불과했던 가로주택 조합 수는 2018년 64개, 지난해에는 111개로 늘었다.

다만 사업 규모가 공사비 기준으로 1000억 원 미만이고 가구 수도 100여 채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 주로 중소·중견건설업계가 시장을 차지했다. 서울 강남권의 한 가로주택 조합장은 “브랜드 아파트라는 장점과 일반분양에서 유리한 점 때문에 조합원들이 대형건설사를 원했지만 공사비가 대형 재건축단지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한 500억 원 수준이라 중견건설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동산 규제를 총망라한 정부의 12·16부동산대책 이후 오히려 가로주택은 건설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다. 가로주택의 경우 임대주택 비율 확대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고, 층수 제한 완화(7→15층) 등의 규제 완화책을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시공사 선정을 진행한 공사비 400억 원 규모의 서울 성북구 장위 11-2구역 가로주택 조합은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고, 인근의 500억 원 규모인 장위 15-1구역은 호반건설이 수주했다.

가로주택 수주를 전담하는 별도의 기업도 등장했다. GS건설은 그동안 자이 아파트의 유지·보수를 담당하던 자회사 ‘자이 S&D’를 확대·개편해 가로주택 등 소규모 정비사업에 특화된 기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가로주택을 위한 ‘자이르네’ 브랜드를 만드는 등 관련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최근 자회사 대우에스티를 통해 소규모 정비사업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의 대단지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고 있어 역세권 등지에서 공급되는 대형건설사의 가로주택 아파트는 주목할 만하다”라면서도 “커뮤니티 시설 부족과 인근 지역 노후화 등 가로주택의 한계도 있어 투자보다는 실수요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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