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청약시장 ‘올 스톱’…분양·입주에 정책까지

뉴시스

입력 2020-03-25 15:47 수정 2020-03-2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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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분양 계획하던 정비사업 조합들 총회 일정 연기
사전점검도 연기…대단지 입주, 집단감염 뇌관 우려↑
거주의무 규칙개정도 발목…세종시 집단감염에 난항
곤혹스러운 건설사들…제도 불투명성에 혼란 불가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청약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올해는 청약 시스템 이관으로 1월을 그냥 보냈고, 2~3월은 정부의 분양가 통제와 코로나19의 영향까지 덮치면서 이미 상당수의 단지들이 분양 일정을 미룬 상태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이라는 천재지변으로 아파트 입주 전 사전점검이 연기되는 사례도 속출했다. 아예 입주 일정을 미루는 등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지만, 오히려 수도권 대단지 입주를 계기로 집단감염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책임론’ 전가 우려에 건설사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청약시장의 과열과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추진 중인 주택공급 규칙 개정이 정부세종청사 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이에 수요자들은 물론 분양을 준비하는 건설사까지도 혼란을 겪는 등 코로나19의 여파가 청약시장 전반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사업 줄줄이 밀려…4월 청약 일정도 ‘텅텅’

25일 국토교통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4월 일반분양 계획했던 서울 정비사업 조합 총회는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당초 내달 말 종료될 예정이던 국토교통부의 분양가 상한제 적용 유예 방침에 따라 수색7구역, 증산2구역, 수색6구역, 개포주공1단지, 신반포3차·경남 등이 총회를 열고 유예 전 분양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또 장기 지연됐던 시공사 선정 절차를 재개하기 위해 한남3구역 등의 조합도 연초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총회 개최가 코로나19의 집단감염 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로, 정부가 상한제 유예기간을 3개월 연장하기로 하자 조합들은 일제히 일정 조정에 들어갔다.

다만 이미 올해 분양 일정이 예년보다 매우 더딘 상황이라는 점은 공급 지체 우려를 키우는 배경이 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실제로 올해 2~3월 전국에서 민간 아파트 5만 4757가구가 공급 예정이었지만 실제로는 공급된 것은 43.77%인 2만3969가구에 그쳤다.

특히 서울의 경우 962가구로, 계획(4940가구) 대비 19.47%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입주물량이 지난 2015년(2만1905호) 이후 ▲2016년 2만6744호 ▲2017년 2만7940호 ▲2018년 3만6698호 ▲지난해 4만2934호 ▲올해 4만1923호로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공급 부족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더구나 2021년에는 1만9577호로 반토막이 난다. 부동산114에서 집계한 이 통계는 분양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단지들은 집계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실제 공급량은 더 늘어날 수도 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공급 일정 지체 상황이 수급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코로나19는 입주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우건설이 경기 과천에 분양한 ‘과천 푸르지오 써밋’은 입주자 사전점검이 이달 7~9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코로나19의 확산세에 대한 우려로 연기돼 지난 20~22일에서야 가까스로 치렀다.

이밖에 롯데건설의 ‘문래 롯데캐슬’, 대구 ‘연경동화아이위시’도 사전점검을 1주일가량 늦췄다. 대구 ‘옥포지구 서한이다음’은 사전점검을 취소하고, 예약제로 소수 인원만 사전 방문할 수 있도록 방식을 변경한 상태다.

다만 사전점검은 미뤄도 입주까지 미룰 수는 없어 건설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입주 날짜가 뒤로 밀리면 건설사가 지연배상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정비사업의 지연은 조합의 금융비용 등이 발생하는 등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문제가 있어 건설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시공사 선정 전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입찰보증금이 묶이는 사례도 있어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따라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

견본주택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건설사들은 홍보·마케팅 수단이 제한적인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사이버 견본주택으로 대체하더라도 완판에 성공하는 사례도 있지만 흥행이 보증된 일부 대단지나 지역에 그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최근 수도권으로 북상 중인 코로나19의 확산에 빌미가 될 수 있어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단지 입주 과정에서 감염이 확산될 경우 건설사 코로나19 확산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원성이 커질 수 있어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입주 연기 등은 개인의 재산권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면서 “입주기간이 약 2개월 정도로 길고, 입주지원센터를 통해 이사가 몰리는 날짜 등을 계약자에게 안내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기약 없는 ‘거주요건 강화’…“고객 상담 어떻게 하나요”

코로나19에 정부의 부동산 제도개편도 답보 상태다.

국토부는 수도권 지역 투기과열지구 등의 청약 1순위의 해당 지역 거주기간을 최소 1년 이상에서 2년 이상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 규칙 개정은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과열된 청약 열기를 잠재우고 주택 실수요자에게 주택을 우선 공급하기 위해 우선공급 대상자의 거주의무기간 강화하고, 재당첨 제한 기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수도권 지역 투기과열지구(서울 전지역, 과천·광명·성남분당·광명·하남 등)와 대규모 택지개발지구(과천 지식정보화, 성남 위례, 하남 미사·감일지구 등)의 청약 1순위의 해당 지역 거주기간을 최소 1년 이상에서 2년 이상으로 늘리고, 재당첨 제한 기간도 당첨일로부터 최장 5년에서 10년(조정대상지역은 7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가 당초 예고한 이 개정 규칙의 시행시기는 이달 초였으나 현재는 시기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아직 규제심사 문턱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종시도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해 각종 회의가 열리지 못한 탓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규제심사를 맡은 규제개혁위원회 회의가 취소되면서 심사가 순탄치 않은 상황”이라면서 “이달 말 다시 회의 개최가 예정돼 있으나 아직까지 개최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개정안은 거주의무기간 소급적용을 놓고 청약수요자들의 반발이 크다는 점에서 시행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규제영향분석 결과 소급적용 방침이 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에는 개정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다.

개정안은 청약자격 변경을 ‘입주자모집공고일’을 기준으로 정했다. 이 때문에 이미 청약 당첨확률을 높이기 위해 거주지를 옮긴 수요자들까지 소급 적용되는 문제가 생겨 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국토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개정안의 입법예고에는 이례적으로 500건이 넘는 이의신청이 달리는 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국토부는 일단 조만간 열리는 규제개혁위원회를 통해 규제심사가 이뤄질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아직 법제처 심사, 관보 게재 등의 절차를 남겨 두고 있어 당초 계획보다 한 달 늦은 4월 시행에 기대를 걸고 있다.

건설사들은 정부의 규제 시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 곤욕스러운 눈치다.

거주의무기간에 대한 제도 개편은 청약 수요자들이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는 청약자격 변경과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청약 관련 제도가 복잡해지고, 수요자들의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서울 등 수도권과 같은 지역의 경우 청약자격 요건에 대한 고객들의 문의가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거주기간이 확정되지 않으면 자격이 확정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고객은 물론 상담직원들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어 염려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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