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의 불만…“대선 개발공약에 집값 영향, 심각한 우려”

황재성 기자

입력 2022-01-19 10:50:00 수정 2022-01-19 11:12:46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동아일보 DB
“어렵게 형성된 (부동산시장) 안정화 흐름이 훼손되지 않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오늘) 열린 제 37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 장관회의에서 “최근 집값의 하향 안정세가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이 선거과정에서의 대규모 개발공약에 영향을 받는 조짐이 있어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모니터링 중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마디로 부동산시장이 어렵게 안정되고 있는 대선 주자들이 표를 얻기 위해 대규모 개발공약을 남발하며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린 셈이다. 대선을 불과 40여 일 앞둔 시점에서 나온 이같은 발언이 정치권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특히 홍 부총리가 여권 후보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이미 적잖은 갈등을 빚어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홍 부총리는 집값 안정세를 다지기 위해 사전청약 물량을 지난해보다 2배 수준인 7만 채로 늘리고, 2월부터 매월 한 차례씩 진행하겠다는 일정을 공개했다. 또 가계부채 증가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인 ‘4~5%대’에 머물도록 관리해나가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 “시장 안정화 기조에 찬물 끼얹지 말라”
홍 부총리는 이날 회의의 모두 발언에서 최근 부동산시장이 하향 안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자랑했다.

우선 아파트 실거래가 동향에서 서울 강남 4구가 11월에 이어 지난달까지 2개월 연속으로 떨어졌고, 하락폭도 0.05%에서 0.86%로 커졌다. 또 서울(-0.48%)과 수도권(-1.09%)을 포함한 전국(-0.91%)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게다가 전국 아파트 매매가도 상승세가 크게 둔화됐고, 매수심리를 보여주는 서울아파트 경매시장 낙찰률도 지난달 46.9%로 연중 최저수준에 머물렀다. 또 1월 2주차 주간동향에서도 서울에서 하락세를 보인 곳이 성북 노원 은평 금천 등 4개 구로 늘어났고, 한강 이북지역에서는 1년 반 동안 지속됐던 가격 상승세가 멈췄다.

이밖에 매매수급지수도 서울과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에서 매수자우위로 돌아섰고, 그 수치도 6주 연속 줄었다. 그만큼 매도희망자가 매수희망자보다 많아졌다는 뜻이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홍 부총리는 이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도 조기 금리인상을 시사했다”며 “앞으로의 시장여건 역시 부동산시장 하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홍 부총리는 작심한 듯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이런 시장 기조에도 “1월 들어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이 선거과정에서의 대규모 개발 공약에 영향을 받는 조짐을 보여 정부가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특이동향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그는 이어 “부동산시장 안정은 여·야 그리고 현정부·차기정부를 떠나 추구해야 할 공통의 지향점”이라며 “어렵게 형성된 안정화 흐름이 훼손되지 않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대선 40여일 앞두고 터진 불만
동아일보 DB
홍 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에는 부동산정책이 정권 말기에 일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대선 후보들의 개발공약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조바심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부동산 문제는 현 정부의 최대 아킬레스건이었다. 정권 출범 이후 30차례에 가까운 관련 정책을 쏟아냈지만 부동산 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졌고, 이에 따라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상황마저 수차례 반복됐다. 또 지난해 2월 실시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선 여권 참패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가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을 불과 40여 일 앞둔 시점에서 나온 이런 현직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정치권, 특히 여권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여야 후보가 제시한 대규모 부동산 개발 공약이 거의 대부분 시장 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시되고 있어서다. 즉 현 정부와 다른 접근을 통한 집값 안정 처방인 것이지 단순한 매표 수단이 아니라는 뜻이다.

여기에 홍 부총리는 이미 여러 차례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부동산 정책이나 긴급재난구호금, 예산 편성 등을 놓고 충돌한 사례가 있다. 특히 지난달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문제를 놓고 이 후보는 완화를 요구했지만 홍 부총리가 반대하며 정면충돌했다.

또 지난해 11월 올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이 후보가 “따뜻한 방안의 책상에서 정책 결정을 한다”며 직격탄을 날리자, 홍 부총리는 “재정기준과 원칙을 최대한 견지하겠다”며 맞받아치기도 했다.
● 사전청약 물량 2배 늘리고, 매월 진행한다
홍 부총리는 이날 “사전청약이 시장 안정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며 “올해 사전청약 물량을 지난해의 2배 수준인 7만 채를 공급하고, 서울 도심 지역에서 최초로 실시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사전청약 시행 이후 30대 이하의 서울아파트 매수비중이 7월 44.8%에서 11월 39.9%로 떨어지는 등 젊은 세대의 추격매수 심리가 진정됐고, 시장안정에도 기여한 것으로 풀이됐다.

정부는 이에 물량을 지난해 3만8000채에서 7만 채로 늘리기로 했다. 분양물량과 합산할 경우 최근 10년 평균 물량(34만8000채)을 크게 웃도는 46만 채에 달하는 물량이 올해 공급되는 셈이다.

사전청약물량 중에는 면적(중대형)이나 브랜드 등에서 선호도가 높은 민간물량을 절반 이상인 3만8000채가 포함된다. 또 △서울 도심지역 최초 실시(4000채 내외, 도심복합사업) △공공자가주택 사전청약 최초 실시 △3기 신도시 물량 확대(9000채→1만2000채+α) 등도 추진된다.

홍 부총리는 또 “사전청약의 국민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매월 진행하겠다”며 “우선 2월에 의왕고천 등에서 6000채를 공급하고, 3월에는 인천 영종 등 9000채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가계부채 증가율,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관리
홍 부총리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추진돼온 적극적인 유동성 관리 강화를 올해에도 이어갈 방침”이라며 “가계 부채 증가율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4~5%대로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분기별·금융기관별 유동성 점검 등 총량관리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적용 등과 같은 시스템관리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 총 가계대출이 2억 원을 초과하면 DSR 규제가 적용되고 있으며, 7월부터는 대상이 1억 원 초과로 확대된다.

DSR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 연간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제2금융권은 50%)를 넘으면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또 대출액이 이미 1억 원이 넘는 593만 명은 7월부터 소득에 따라 신용대출 등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할 수 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전문가 칼럼



부자동 +팔로우, 동아만의 쉽고 재미있는 부동산 콘텐츠!, 네이버 포스트에서 더 많이 받아보세요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