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물량 충분? 정부 통계에서 확인되는 수급 불안 우려

황재성 기자

입력 2021-08-05 12:06 수정 2021-08-0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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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News1

‘앞으로 공급 물량은 충분하다.’

국토교통부가 오늘(5일) 내놓은 보도자료 ‘6월 미분양 주택 및 건설실적 통계 발표’에서 전달하려는 내용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국토부는 이를 보여주기 위해 매월 공개하던 ‘건설실적 통계’ 자료에서 이전에 없던 파격적인 시도를 도입했다.

이전까지는 △주택인허가 △착공 △분양 △준공 관련 월간 실적과 해당 월이 포함된 누적실적, 최근 5년 평균과의 비교 등을 정리해 소개했다. 그런데 이번 자료에서는 ‘향후 공급전망’을 추가했다.

여기에서 △인허가 및 착공실적, 입주물량 증가 △주택의 대체상품으로 여겨지는 오피스텔 공급물량 증가 △주택 공급의 핵심 관건인 공공택지 지정 실적의 급증 등을 언급했다. 이를 통해 주택 공급이 충분하게 이뤄질 수 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가 관련 통계를 입맛에 맞게 분석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주택물량을 보여주는 핵심지표 가운데 하나인 분양실적에 대한 언급이 없다. 전세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입주물량이 전년과 비교해 크게 줄었지만 비교대상을 10년 평균치로 바꿔 대폭 증가한 것처럼 소개한 것도 이런 평가를 부추겼다.

● 인허가와 착공 물량은 늘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주택 공급의 선행지표인 인·허가와 착공은 올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인허가 실적은 23만761채(전체 주택 기준)로 작년 동기(18만8848채)보다 22.2%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11만7039채, 비수도권이 11만3722채로 지난해보다 각각 17%, 28% 늘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서울은 2만2427채로 작년(1만1992채)보다 87.0%, 수도권은 8만3331채로 작년(7만1009채)보다 17.4%가 각각 증가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해 인허가 물량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나타난 기저효과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5년 평균과 비교하면 전국적으로 12.5%가 줄었다. 수도권은 8%가. 비수도권은 무려 16.5%가 각각 감소했다.

착공 실적도 상반기에 크게 늘었다. 올해 26만9289채로 지난해(21만8135채)보다 23.5%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 착공실적은 10만4788채로 2005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서울 아파트는 1만2342채로 작년(2만5983채)의 절반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 국토부에는 이에 대해 “서울 착공실적이 부진하나 인허가 물량이 크게 증가했고, 서울과 동일 생활권에 있는 수도권의 인허가, 착공물량이 크게 늘었다”며 공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 당장 입주할 물량은 줄었다
즉시 입주 가능한 주택물량을 보여주는 준공실적은 줄었다. 전국적으로 보면 17만7906채로 작년(23만5144채)보다 24.3%가 감소했다. 특히 아파트만 보면 13만2173채로 작년(18만6631채)보다 29.2%가 쪼그라들었다.

그런데 국토부는 ‘향후 공급전망’에서 이와 관련해 수도권(7만7873채)과 서울(2만2300채) 준공물량이 최근 10년(2011~2020년) 평균치와 비교해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즉 수도권은 10년 평균 물량(6만9000채)보다 13.6%, 서울(1만6000채)은 무려 35.3%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전까지 주택건설실적 자료를 작성하며 사용했던 ‘전년 비교’ 또는 ‘5년 평균 비교’를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수도권은 지난해(9만4284채)보다는 17.4%, 5년 평균보다는 10.4%가 감소했다. 서울도 작년(3만268채)과 비교하면 26.3% 줄어들었다. 다만 서울은 5년 평균보다는 25.8% 증가했다.

● 분양실적 분석은 빠졌다
국토부는 ‘향후 공급전망’에서 분양실적에 대한 분석결과는 내놓지 않았다. 분양실적(승인 기준)은 준공실적과 함께 수요자 입장에서 당장 체감할 수 있는 핵심 주택공급 지표로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아파트의 경우 인·허가와 착공을 거쳐 분양을 한다. 하지만 인·허가만 받고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착공을 미루거나, 착공한 뒤 자금사정 등으로 인해 분양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공동주택 분양실적은 전국적으로 보면 15만9673채로 작년(12만9571채)보다 23.2% 늘어났다. 비수도권이 8만3808채로 작년(5만5223채)보다 51.8% 증가한 게 주 원인이다. 수도권은 7만5865채로 작년(7만4348채)보다 2% 늘었을 뿐이다.

문제는 전국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서울이 5618채로 작년(9673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는 점이다. 5년 평균보다는 57.7%, 10년 평균보다는 61.5%가 각각 급감했다.


● 오피스텔과 택지 지정 실적은 추가됐다
국토부는 ‘향후 공급전망’에서 분양실적에 대한 분석을 빼는 대신 주택건설 실적에 포함되지 않는 오피스텔과 공공택지 지정 상황을 언급했다.

아파트 다음으로 1,2인 가구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은 도심 오피스텔은 최근 4년(2017~2020년) 평균 수도권 7만1000실, 서울 2만3000실이 공급돼 직전 4년(2013~2016년) 대비 각각 116%, 43.1% 증가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또 올 상반기에서 1만2000실이 준공돼 매매 및 전세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중장기 공급전망의 가늠자가 되는 공공택지 지정실적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도 했다. 2017년 공개한 주거복지 로드맵과 3기 신도시 공급계획 등에 따라 택지 지정실적이 2008~2016년 평균 대비 3배 이상 많은 9만1000채로 늘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어 “향후 2·4 대책과 서울시 협의를 통한 정비사업 등 추진으로 중장기 공급여건은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지난해 8·4대책을 통해 13만2000채 규모의 신규 주택공급계획을 내놨지만 1년이 지난 현재 구체적으로 사업이 확정된 곳은 하나도 없다”며 “당장의 수급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밋빛 전망을 통해 ‘희망고문’을 하지 말고,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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