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달려 출근한다던 교사…‘위장전입 청약’ 딱 걸렸다

이새샘 기자

입력 2021-06-24 16:48 수정 2021-06-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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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에 사는 중학교 교사 A 씨는 지난해 자신이 재직 중인 학교에서 차로 119㎞ 떨어진 곳으로 이사했다며 해당지역에 전입 신고까지 했다. 전입 신고 직후 A씨는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만 1순위 자격을 주는 아파트에 청약했고 결국 당첨됐다. 국토교통부는 그의 직장인 중학교가 아파트로부터 차로 1시간40분 걸리는 곳에 있다는 점 때문에 위장 전입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결국 그는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은 지난해 하반기(7~12월) 분양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불법청약 여부를 합동점검한 결과 총 302건의 공급질서 교란행위를 적발하고 이 중 299건을 수사의뢰했다고 24일 밝혔다. 당국이 수사를 의뢰하지 않은 3건은 부양가족 수 산정 오류 등을 확인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한 사례로 당첨이 취소했다.

점검 결과 아파트 부정청약은 청약통장이나 청약자격 매매, 위장전입, 불법 공급 등의 형태로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B 씨는 청약 브로커에게 자신의 청약통장을 넘긴 뒤 브로커 일당과 함께 적발됐다. B 씨는 지난해 한 아파트 단지 청약에 당첨됐지만 본인이나 가족이 계약하지 않고 제3자인 C씨가 대리로 계약을 체결했다. C 씨는 다른 아파트에서도 대리계약을 한 적이 있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당국이 인터넷 주소를 추적한 결과 단 한 대의 컴퓨터로 10명이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사실을 발견했다. 이 컴퓨터에서 진행된 청약 신청만 34건에 이르렀다. 청약 브로커 일당이 수십 건의 청약 통장을 사들인 뒤 불법청약을 한 것이다.

장애인 특별공급 대상인 D씨는 지난해 말 한 아파트 분양에 청약해 당첨됐지만 역시 자신이 직접 계약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대리 계약을 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당국이 해당 청약 신청이 이뤄진 인터넷 주소를 추적하자 같은 컴퓨터로 D씨를 포함해 6명이 청약에 당첨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청약브로커와 공모해 청약자격을 매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 주소지만 옮겨 청약한 위장전입 사례도 57건에 이르렀다. 당첨 가능성이 높은 청약통장이나 국가유공자·장애인 등 특별공급 청약자격을 매매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185건이었다.

아파트 사업주체인 시행사가 불법을 저지른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E시행사는 지난해 하반기 진행한 아파트 청약에서 당첨 취소 물량이 나오자 예비입주자 일부에게만 추첨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고 이들만을 대상으로 재추첨했다. 이 추첨에서 남은 물량 역시 공개모집하지 않고 분양대행사 직원 등에게 임의로 공급했다. 현행법상 당첨 취소, 미계약, 계약해지 물량은 예비입주자에게 순번에 따라 공급하거나 예비입주자가 소진된 경우에는 일반을 대상으로 공개모집해야 한다.

이 같은 부정청약 적발 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1~6월) 분양 단지 단속에서는 228건의 불법 혐의가 드러났다. 집값이 급등하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청약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불법이 늘고 있는 것이다. 불법 청약이 적발될 경우 당첨된 아파트 계약은 취소되고 10년 동안 아파트 청약을 할 수 없도록 자격 제한 조치가 취해진다. 국토부는 “7월부터 올 상반기 분양 단지를 대상으로 부정청약, 불법공급 등에 대한 집중 점검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새샘 기자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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