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진의 경매 따라잡기]아파트 전셋값, 낙찰가 웃돈다면 기회

동아일보

입력 2021-06-11 03:00 수정 2021-06-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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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출규제가 심하다 보니 목돈 없이 경매하기가 쉽지 않다. 과거에는 경락잔금대출을 통해 낙찰가의 80%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주택자나 법인의 경우 이 대출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종잣돈이 작으면 그만큼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는 말이다.

그러나 궁즉통(窮則通), 궁하면 통한다고 했다. 임대차3법의 후폭풍으로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른 현실을 잘만 활용하면 입찰 보증금만으로도 경매투자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얼마 전 경기 파주시 금촌동에 있는 60m² 이하 소형 아파트가 경매에 나왔다. 경의중앙선 금촌역이 가깝고 인근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어 거주여건이 좋았다. 게다가 향, 동, 층, 라인 등 조건도 나무랄 데 없는 우량 매물이었다. 시세는 2억4000만 원 선에서 형성돼 있었다. 상태만 좋다면 전세는 2억3000만 원까지도 받을 수 있다는 공인중개사 확인도 받았다.



감정가는 그동안 상승한 시세를 반영하지 못해 1억9000만 원에 그쳤다. 전세가보다 낮게 낙찰 받으면 전세 놓는 것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겠다는 필자의 조언을 받은 K 씨가 2억1800만 원을 써내 경쟁자 한 명을 물리치고 낙찰 받았다.

2주택자여서 대출을 전혀 받을 수 없던 K 씨는 원래는 전액 현금으로 낙찰대금을 치를 예정이었다. 그런데 사정이 생겨 수천만 원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했다. 급해진 K 씨는 시중금리보다 월등히 높은 대부업체 대출까지 알아봐야 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해결책이 없는 게 아니었다. 이 물건에는 임차권 등기가 되어 있었다. 전세 만기가 됐는데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기존 세입자는 기존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기 위해 임차권 등기를 해놓고 나간다.

이 물건이 공실일 수 있다는 얘기였다. 관리사무소에 확인해보니 역시나 집은 비어 있었다. 기존 세입자가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1억9500만 원인데, 낙찰가가 보증금을 훌쩍 넘다 보니 세입자는 보증금을 전액 배당받게 되는 상황이었다.

어렵지 않게 세입자의 협조를 구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K 씨에게 세입자 양해를 얻어 잔금 납부 전에 명도를 받고 전세를 놓아 낙찰 잔금을 내보자고 권유했다. 공인중개사와 법무사가 긴밀하게 공조하면 세입자의 보증금을 받아서 낙찰 잔금을 납부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아직 소유자도 아닌 K 씨를 믿고 기존 세입자가 순순히 명도를 해줄지가 미지수였지만 K 씨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세입자 협조를 구했다. 사정을 얘기하자 보증금을 전액 배당받는 세입자는 흔쾌히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해당 아파트는 뜻밖에도 관리가 잘되어 있었다. 공인중개사에게 사정을 얘기하며 협조를 구했더니 워낙 전세매물이 귀한 시기라 중개사도 열의를 보였다. 조건이 좋은 데다 인테리어까지 깔끔하게 되어 있는 물건이다 보니 새로운 세입자도 금방 구할 수 있었다. 전세보증금은 2억3000만 원이었다.

세입자가 입주 시점에 맞춰 보증금을 법무사에게 지급하고, 법무사가 그 돈으로 낙찰 잔금을 직접 납부하는 방식으로 일처리가 진행됐다. 이렇게 K 씨는 굳이 고금리의 대부업체 대출을 받을 필요 없이 무사히 잔금을 납부할 수 있었다.

돌아보면 이 물건을 낙찰받기 위해 K 씨가 들인 돈은 입찰보증금 1900만 원에 불과했다. 게다가 낙찰가보다 1000여만 원 높게 전세를 놓았으니 투자금 한 푼 들이지 않고 집을 한 채 마련한 것이다. 잔금 납부한 지 2개월여가 지난 지금 이 물건의 시세는 2억7000만 원. K 씨는 투자금 없이 50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벌써 손에 쥐게 됐다.

대출규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지만 이처럼 경매 흐름을 제대로 꿰뚫고만 있다면 작은 돈으로도 경매투자를 할 수 있다. 아는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정직한 시장, 이게 바로 경매 시장의 매력이다.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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