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 아파트 청약 30대 당첨자, 작년 35%→올해 22% 감소

김호경 기자 , 정순구 기자

입력 2020-09-30 03:00 수정 2020-09-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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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공급은 10%… 작년 절반도 안돼
40~60대 당첨자는 모두 늘어나… ‘젊은층 청약 소외’ 지적 사실로
분상제 시행땐 가능성 더 낮아질듯


4년 차 신혼부부인 직장인 오모 씨(33)는 두 달 전 서울 서대문구 아파트(전용면적 59m²)를 11억9000만 원에 샀다. 기존 전세 보증금 4억 원에 은행 대출과 사내 대출, 부모 도움까지 받아 가까스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 했다. 지난해 시세보다 1억5000만 원 얹어 샀지만 후회는 없다. 당초 청약 점수를 쌓아 분양 때까지 전세로 살 계획이었지만 올 들어 조급해졌다. 그는 “올해 서울 청약 당첨 커트라인이 60점대로 오른 데다 집값이 올라 더 기다리면 집을 영영 못 살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 30대의 당첨자 비중이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패닉바잉(공황구매)’에 나선 젊은층을 두고 “안타깝다. 분양을 기다리라”고 했지만, 청약 문턱이 워낙 높아진 탓에 30대가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려면 청약을 포기하고 기존 주택을 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수치로 확인됐다.

국토부가 28일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서울 민간 아파트 연령별 청약 당첨자 현황에 따르면 30대 당첨자 비중은 지난해 35.4%에서 올해(1∼8월 기준) 22.1%로 줄었다. 반면 40대 당첨자 비중은 같은 기간 37.7%에서 46.2%로 늘었다. 50대(17.5%→23.5%), 60대(5.1%→6.1%)도 소폭 증가했다.

이런 격차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일반공급에서 더 벌어졌다. 일반공급 당첨자 중 30대 비중이 10.5%로 지난해 비중(26.2%)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40∼60대 중장년 당첨자 비중은 지난해보다 모두 늘었다.

올해 서울 일반공급 연령별 당첨 현황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청약 시장에서 젊은층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에 국토부는 수도권 현황(30대 39.2%, 40대 28%)을 내세워 해명해 왔지만 서울 청약 시장에선 이런 지적이 사실이었던 셈이다.

이는 서울 아파트값이 치솟으며 무주택자들이 청약 시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민간 아파트는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 기간, 부양가족 수에 따라 매긴 청약 점수가 높은 순으로 당첨자를 정한다. 무주택 기간을 30세부터 따지다 보니 30대는 중장년층에 비해 청약 점수가 낮아 불리하다.

청약통장 가입 기간 점수가 만점인 4인 가구의 39세가 받을 수 있는 청약 최고점은 57점이다. 그런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피한 분양 물량이 몰렸던 올해 7, 8월 서울 아파트 당첨 커트라인(최저가점)은 평균 62.7점. 30대 사이 ‘청포자(청약을 포기한 사람)’가 생겨나고 기존 주택을 사는 사례가 늘어난 이유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은 전체 36.9%로 지난해 8월(30.4%)보다 올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앞으로도 시세보다 싼 ‘로또청약’이 보장되는 만큼 서울 청약 경쟁률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재건축 조합들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일반분양을 줄이면 30대 당첨 가능성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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