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거래로 수수료 80만원 아꼈어요”

정순구 기자

입력 2020-09-29 03:00 수정 2020-09-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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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중개수수료, 서비스 불만에
직거래 플랫폼서 임대인 매물 찾고 계약서-법률자문 등 도움 받아
월세뿐 아니라 전세-매매로 확산


직장인 이모 씨(43)는 전근 발령 주기가 2년인 회사 정책상 이사가 잦다. 지난달에는 인천을 떠나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전용면적 83m² 아파트의 전세 계약을 맺었다. 보증금은 2억7000만 원. 중개업소가 아닌 한 직거래 플랫폼 업체를 통해 임대인과 직접 거래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중개업소에서도 비슷한 금액대의 매물을 알아봤지만, 70만 원에서 80만 원 수준의 중개수수료를 요구한 탓에 마음을 돌렸다. 이 씨는 “매번 중개수수료 내는 게 아까워서 이번에는 직거래를 해봤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생각보다 쉽게 매물을 찾고 계약까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소의 부족한 서비스 품질 대비 비싼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부동산 계약을 직거래로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주로 월세와 같이 보증금이 저렴한 계약에서만 종종 이뤄졌지만, 최근 들어서 전세는 물론 매매 계약으로도 직거래가 번지는 상황이다.

부동산 직거래는 주로 보증금이 저렴한 월세 계약에서 활발하다. 계약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위험 부담이 전세나 매매보다는 작은 덕분이다. 대학생 김모 씨는 지난달 ‘피터팬의 좋은방구하기’(피터팬)라는 직거래 플랫폼을 활용해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보증금 1000만 원, 월 임차료 55만 원짜리 원룸을 계약했다. 직거래를 한다는 점에서 걱정이 컸지만, 의외로 쉽게 계약할 수 있었다. 임대인들이 피터팬 플랫폼에 올린 매물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일이 가장 어려웠을 정도다.

계약서 양식은 피터팬이 제공해줬고, 부동산 권리 분석이나 법률 자문도 플랫폼의 절차를 따르자 자동으로 이뤄졌다. 피터팬은 SK C&C와 개발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활용해 직거래 매물의 권리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근저당이 너무 과하게 설정돼 있는지 등을 확인한 후, 법무법인 한결에서 이를 바탕으로 법률 자문을 제공한다. 다만, 정보 제공 차원인 만큼 권리 분석 내용에 대한 책임이나 배상 의무는 없다.

최근 들어서는 직거래 방식의 계약이 전세와 매매로도 확대되고 있다. 대부분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이유다. 직장인 오모 씨(38)도 두 달 전 서울 성동구의 아파트(전용 59m²)를 10억7000만 원에 직거래로 매입했다. 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의 직거래 게시판에서 매물을 찾았고, 집주인과 쪽지로 가격을 조율해 최초 제시했던 가격(11억 원)보다 3000만 원 저렴하게 계약할 수 있었다. 계약서는 인근 중개업소에 대필료 50만 원을 주고 진행했다. 오 씨는 “중개업소에서 거래했다면, 매매가격도 못 깎고 중개수수료로 수백만 원을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등의 등장으로 직거래 안전성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중개업소를 통한 거래보다 위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매물의 권리관계 등을 철저히 확인한다 해도, 전문가가 아닌 이상 보증금을 떼이거나 엉뚱한 사람과 매매계약을 맺고 큰돈을 날릴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직거래 계약 시 중개업소가 일정 금액을 받고 대필을 해주는 행위도 위법의 소지가 많다. 현행법상 개업 공인중개사는 본인이 중개한 중개 대상물에 한해서만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어서다. 계약서 대필 후 거래사고가 발생하면 손해배상액을 일부 줘야 한다는 법원 판례도 있다.

이현성 법무법인 자연수 변호사는 “직거래 방식이 늘어나는 것은 결국 중개업소의 신뢰도가 바닥이라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중개업소가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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