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신고제는 전월세 인상률 제한 ‘첫 단추’

김호경 기자 , 정순구 기자

입력 2020-05-21 03:00 수정 2020-05-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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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신고제 도입 연내 법개정 추진


내년 하반기(7∼12월)부터 전세나 월세를 놓으면 집을 팔 때처럼 보증금과 임대료, 계약금 등을 관할 시군구에 신고해야 한다.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는 수도권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민간주택을 분양받으면 입주일로부터 최대 5년간 거주해야 한다. 거주의무 기간을 채우지 않고 이사하려면 시세가 아닌 분양가에 은행 이자만 더한 금액으로 한국주택토지공사(LH)에 팔아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의 ‘2020년 주거종합계획’을 20일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전월세 신고제로 불리는 ‘임대차 신고제’를 도입하기 위한 법 개정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기로 한 점이다. 2006년 부동산 매매 계약 시 실거래가 신고 의무가 생겼지만 주택 임대차 거래 시에는 신고 의무가 없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차 신고제 도입을 위한 법 개정이 21대 국회에서 연내 통과되도록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대차 신고제 도입을 위한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이미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임대인이나 공인중개사는 임대차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보증금, 임대료 등을 관할 시군구에 신고해야 한다. 기간 내 신고를 누락하면 100만 원 이하, 거짓 신고 시 5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시행은 법 공포 후 1년이다.


정부와 여당에서 임대차 신고제 도입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친 만큼 21대 국회가 열리면 연내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인중개사들은 “업무 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난다”고 반발하지만 전자신고 체계를 마련하면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어 법안 통과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에 따라 그동안 물밑에 있던 임대차 시장 정보가 투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임대차 계약 후 확정일자를 받은 거래에 대해서만 임대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런 거래는 전체 임대차 거래의 25% 수준이다.

문제는 임대차 신고제가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위한 ‘첫 단추’라는 점이다. 전월세 상한제는 임대료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고,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에게 전세 계약을 한 번 연장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는 내용이다. 임차인들에겐 전세금 급등 걱정 없이 4년간 전세를 보장해주는 셈이다.

하지만 임대차 신고제에 이어,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면 제도 시행 전에 집주인들이 한꺼번에 전셋값을 올려 전셋값이 폭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전세 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하자 전셋값이 단기간 폭등했는데 이런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며 “전월세 상한제가 되면 전셋값을 올리지 못한 집주인이 굳이 돈을 내서 집을 고치려고 하지 않아 주택 슬럼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수도권 공공분양 주택에만 적용되는 거주의무 기간은 이르면 올해 안에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모든 주택으로 확대된다. 불법 전매를 하다 적발되면 10년간 주택 청약도 금지된다. 국토부가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 당시 이런 내용을 발표하고 주택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연내 통과를 목표로 21대 국회에서 재추진하기로 했다.

또 올해 안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을 개정해 정비사업 수주 관련 금지 행위와 처벌 규정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정비 사업의 수주전이 과열되며 논란을 부른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건설사들의 입찰은 무효가 됐지만, 제대로 된 처벌 기준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비 사업의 보증금·홍보 기준 등에 관한 고시 개정은 9월까지 마무리할 방침이다. 정비 사업 수주 과정에서 업체 간 비방전이 발생하거나 조합이 건설사에 과도한 입찰보증금을 요구하는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김호경 kimhk@donga.com·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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