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초시계 잠시 멈췄지만…정비사업 사업성 하락 피하기 힘들듯

동아경제

입력 2020-04-04 10:00 수정 2020-04-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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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순위 평균 124.7대1 경쟁률의 ‘역설’

올해 첫 강남권 분양 단지인 서울 서초구 ‘르엘 신반포’(신반포14단지 재건축)는 분양 전부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강남권 아파트의 3.3㎡당 시세가 7,000~8,000만원에 육박하는데 반해 이 단지는 분양가가 3.3㎡당 5,000 미만으로 책정돼 ‘로또 단지’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실제 르엘 신반포 전용 84㎡의 경우 16억5,300만~16억7,200만원에 공급됐다. 주변 신축 아파트 입주권이 30억원대, 구축도 24억원가량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1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일반분양 67가구 모집에 8,358명이 몰리며 평균 124.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로또 분양의 이면이다. 신반포14차를 재건축하는 이 단지는 총 280가구의 소규모 단지로 조합원 물량은 일반분양분의 3배가 넘는 213가구에 달했다. 이에 일반분양을 받은 67가구가 1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거머쥐는 동안 조합원 213가구는 한숨을 쉬어야 했다. 낮은 분양가 책정으로 사업 수익(환급금)이 줄어들고 조합원이 지불해야 하는 분담금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 정비사업 사업성 하락 직격탄

2014년 이후 분양시장이 호황기에 접어들며 분양가가 치솟자 정부는 허그(HUG)의 분양보증을 통해 분양가를 통제했다. 선분양으로 주택공급이 이뤄지는 우리나라의 경우 허그를 통해 분양보증을 받아야 금융권 대출이 가능하고 아파트 분양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 분양보증을 하는 유일한 곳인 허그는 이러한 권한을 바탕으로 분양가를 통제한 것이다.

이에 최근 재건축 단지 몇 곳은 조합원의 이익을 보존하기 위해 후분양으로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후분양은 허그의 분양보증을 받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분양을 진행하더라도 조합 입장에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현재 시행되는 분양가 상한제는 후분양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정비사업 조합들이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는 허그의 분양가 규제보다 오히려 더 낮게 분양가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예측 때문이다. 시세에 연동해 규제하는 허그의 분양가 규제와 달리 원가를 기준으로 규제한다는 점에서 조합의 분양수입액 감소 피해가 더욱 클 것이라는 얘기다.

그간 허그가 일반분양가를 규제한다며 조합들의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허그의 고분양가 심사 기준의 밑바탕도 결국 인근 시세 기준이었다. 주변 시세를 참고해 일반분양 시점의 국내외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인근 시세의 100~105% 등 비율을 정해 분양가 상한을 통제해 왔다.

그러다보니 후분양을 계획했던 일부 조합도 선분양으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것보다 허그의 고분양가 심사 기준을 적용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나마 코로나 여파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기가 3개월 연장되어 오는 7월부터 실시 예정으로, 당장에 분양을 앞두고 있던 단지들은 한숨을 돌린 상황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특히 강남권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는 대단지들, 예컨대 반포1·2·4주구 재건축, 반포3주구 재건축, 한신4지구 등 올해 7월 안에 분양이 불가능한 곳들은 어쩔 수 없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강남 재건축 조합장은 “앞으로 분담금 상승에 대한 찬반을 놓고 조합원 간 극심한 갈등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조합들의 내부 갈등은 사업을 더욱 침체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조합원들의 이익을 일반분양자들이 취하는 현 시스템에서 정비사업을 진행 중인 조합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최용석 기자 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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