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부터 전세대출 규제 적용…봄 이사철 앞두고 전세 수요자 혼란

장윤정기자 , 김동혁기자

입력 2020-01-19 17:55:00 수정 2020-01-19 17: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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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부 전세대출을 받은 뒤 9억원을 넘는 고가 주택을 매입하거나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하면 곧바로 전세대출을 회수하는 내용의 규제가 20일부터 시행된다. 세부 내용을 보면 시가 9억 원을 넘는 고가주택 보유자가 SGI서울보증의 전세대출보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새 규제 적용 범위는 20일 이후 전세대출을 신청하는 차주로 20일 이전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면 기존 규제가 적용된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DB)

서울 구로구 신도림에 거주하는 A씨는 요즘 자기 집값이 오를까봐 조마조마하다. 올 3월 양천구 목동에 전셋집을 구해 이사갈 계획인데 신도림에 보유한 아파트는 전세를 내주더라도 목동에 들어가려면 추가 대출이 필요하다. 문제는 전세대출을 신청할 때 지금 8억 원이던 신도림 아파트 가격이 9억 원보다 올라갈 때다. 9억 원 초과 고가주택 보유자에 전세대출을 막아버리는 규제가 20일부터 시행되면 아예 대출을 받는 게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집값이 어떻게 될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어 불안합니다. 이사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하나요?”

20일부터 고가주택 보유자의 신규 전세대출을 막고, 기존 전세대출을 이용해 고가주택을 사면 대출금을 회수하는 강력한 규제가 시행된다.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수요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고가주택 보유자, 전세금 오르면 신규 대출 막혀


이번 전세규제를 잠시나마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20일 이전에 이미 전세대출을 이용중인 고가주택 보유자 정도다. 이들은 해당 전세대출의 만기에 대출보증을 계속 연장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역시도 어디까지나 기존 전셋집에 머무르면서 증액 없이 그대로 대출보증을 연장하는 경우에만 해당된다는 점이다. 전셋집을 이사하거나 전세대출을 증액해야 하는 경우에는 이들 역시 전세대출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예를 들어 서울 송파구에 9억 원 초과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2018년 9월 전세대출 2억 원을 받아 강남에 7억 원짜리 전셋집에 거주하고 있을 때, 올 9월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하면 전세대출을 추가로 받기는 어려워진다. 결국 스스로 전세금 상승분을 미리 마련해놓거나 울며겨자먹기로 반전세로 갈아타야 한다.

최근의 가파른 전세금 상승세를 고려하면 2년 전 전세가가 그대로 유지되기는 쉽지 않다. 결국 9억 원 초과 고가주택 보유자 중 전세대출로 전셋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추가 전세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반전세로 월세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주인이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해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전셋집 마련을 위해 신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이번 규제로 인해 설령 같은 단지 내 다른 전셋집으로 이사를 한다 해도 대출을 받는 게 불가능하다.

이번 규제가 전세보증금 반환을 둘러싼 갈등으로 번질 전망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규제 강화로 전세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들도 늘어날 것”이라며 “12.16대책으로 인한 연쇄후폭풍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정부는 12·16 대책 이전에 집 구입을 마친 사람에 대해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한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LTV 비율이 9억 원까지는 40%를, 9억 원 초과분은 20%를 적용해 집주인이 조달할 수 있는 대출액이 대폭 줄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9751만 원으로 9억 원에 육박한다. 서울 시내 아파트의 절반가량은 가격이 9억 원을 넘긴다는 뜻이다. 이들 고가주택 보유자들은 새로운 전세대출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전세 끼고 고가주택 매수’ 불가능

전세를 끼고 고가 주택을 매입하는 전략도 이제는 포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대출을 받은 뒤 9억 초과 고가주택을 사거나 다주택자가 되면 대출을 회수하는 강력한 규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과연 당국이 일일이 어떻게 주택구매 여부를 어떻게 확인하겠느냐며 주택 매수를 강행하기엔 불이익이 강력하다. 이제 은행들은 늦어도 3개월에 한 번씩 국토교통부의 보유 주택 수 확인 시스템을 통해 규제 준수 여부를 확인한다. 이때 규제를 어긴 것으로 적발되면 차주들은 약 2주 안에 대출금을 갚아야 하고, 상환하지 못할 경우 연체 정보가 등록된다. 이러면 연체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것은 물론, 신용등급이 급격히 떨어지고 대출과 카드 발급이 사실상 막힌다. 만일 연체정보가 등록된 상태에서 이후 석 달간 대출을 갚지 못하면 실제로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된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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