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과 수도권까지 확산되는 시장 과열…분양가상한제 ‘풍선효과’?

이새샘 기자 , 정순구 기자

입력 2019-12-02 21:09 수정 2019-12-02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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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서울 용산구 ‘효창파크뷰데시앙’은 지난달 28일 청약 마감에서 평균경쟁률이 186.8 대 1에 달했다. 강북권에서 세 자릿수 청약경쟁률이 나온 것은 2016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다음날에는 경기 고양 ‘대곡역 두산위브’가 총 173채 모집에 9040명이 몰려 89.72대 1 경쟁률을 나타내며 1순위 마감됐다. 같은 날 ‘수원 하늘채 더퍼스트’(평균 60.4대1) ‘안양예술공원 두산위브’(45.44대1) 등 비강남권 지역의 아파트들도 잇달아 높은 경쟁률로 청약이 마감됐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발표를 전후로 분양 시장의 과열이 서울 강남권을 벗어나 강북권과 수도권을 확산되고 있다. 집값과 전세값의 상승도 커지고 있어 정부가 의도한 정책효과를 낼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높은 청약경쟁률의 확산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른바 ‘풍선효과’로 설명한다. 강남권의 청약가점이 워낙 높게 나오자 청약 가점이 높지 않은 실수요자는 서울 강북권 등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분양된 서울 서초구 ‘르엘 신반포’의 청약 당첨가점은 최저 69점, 최고 79점에 달했다. 청약가점 69점은 무주택기간 15년 이상, 청약통장 가입 15년 이상에 부양가족이 3명 있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이들 지역이 분상제 적용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높은 경쟁률을 보인 이유다. DMC금호리첸시아와 효창파크뷰데시앙은 모두 전 평형 분양가가 9억 원 미만으로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다. 대곡역두산위브는 최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돼 양도세 중과, 전매제한 등의 규제가 풀렸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신축 아파트를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상황에서 분양가를 통제하다보니 신축 아파트 시세와 분양가 간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며 “분상제 지정 이후 청약 시장에서는 ‘당첨되면 로또’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 3기 신도시 등 정부의 공급 정책도 당장 청약시장을 안정시키는 데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공급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집값과 전세값은 분상제 적용 지역에서 상승폭이 더 커지고 있다. 전세를 살고 있는 실수요자들은 향후 낮은 분양가를 기대하며 대기수요로 돌아섰고, 집주인들도 집값 상승 기대감으로 매물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2일 한국감정원의 ‘11월 월간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10월15일~11월11일) 전국 주택(아파트·단독·연립) 매매가격은 서울 강남구가 0.87% 오르면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송파구(0.77%)와 서초구(0.72%), 강동구(0.64%)도 가격 상승세가 컸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으로 지정된 동이 몰려있는 자치구들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단지들까지 ‘갭 메우기’로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서울 주택 전셋값은 0.27% 상승해 전월(0.23%)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특히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0.41% 올라 2015년 12월(0.76%) 이후 월간 단위로는 약 4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양천구(0.63%)와 강남구(0.5%) 등 소위 ‘명문 학군’이 형성돼 있는 목동 신시가지나 대치, 개포, 역삼동 위주로 오름폭이 컸다.

조정대상 지역에서 제외되며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는 부산은 2년 만에 0.05%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대구(0.22%)와 울산(0.19%) 등의 상승폭도 확대됐다.

집값과 전셋값 상승과 청약 과열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저금리로 시중에 돈은 넘치고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부동산이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4월 이후 민간택지 분상제가 본격 시행돼 주요 지역애서 ‘분양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3기 신도시 보상금이 풀릴 경우 이 같은 현상은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부동산에 돈이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정부가 가격 억제 정책으로 시장을 통제하려는 부동산 정책 기조를 바꿔야 시장이 좀 더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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