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에 필요한 지배구조 개선책 [기고/한두봉]

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입력 2022-12-07 03:00 수정 2022-12-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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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2009년 4월 개정된 농협법에 따라 농협은 4년마다 새로운 중앙회장을 뽑고 있다. 농업 성장 둔화, 농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 농업·농촌의 위기 극복을 위한 대응이 절실한데 현재의 단임제 아래에서 4년 만에 농업·농촌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통찰력과 능력을 갖춘 지도자가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제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 회장의 연임은 보편화돼 있다. 농협중앙회를 제외한 수협중앙회, 산림조합중앙회 등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협동조합 모두 중앙회장의 중임 또는 연임을 1회 허용하고 있다. 지금은 조합원과 조합장이 중앙회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잘하고 있기 때문에 회장 연임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또한, 농협중앙회는 2012년 사업구조 개편으로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등으로 재편돼 독립 경영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회장의 권한 남용도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

단임제는 회장이 재선의 부담 없이 소신껏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회장의 직무 수행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없어 책임 있는 사업 추진을 기대하기 힘들고, 사업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더 크다. 농업·농촌뿐만 아니라 농협의 현안도 회장이 4년 만에 완전히 끝내기 힘든 장기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연임제는 중간평가를 통해 회원조합과 조합원의 실익 증진에 기여한 유능한 리더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성공한 회장을 다시 뽑고 실패한 회장은 낙선시킬 유권자의 권리도 중요하지 않은가.

농업·농촌의 산적한 난제들을 해소해 농업인 삶의 질 향상과 국민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농협의 사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 비전과 전략이 필요하며, 일관되고 지속적인 실행력도 담보돼야 한다. 그러나 단임제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회장들은 4년 임기 내에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경영체로서의 재무건전성보다 선심성 위주의 사업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 단기적으로 성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경영 부실로 인한 부담은 결국 조합원에게 돌아간다.

지방 소멸 위기 고조, 디지털 전환 가속, 산업 간 경계가 사라지는 무한 경쟁 시대 도래 등 우리 농업·농촌·농협이 감당하기에 벅찬 변화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할 상황에서 단임제라는 굴레에 갇혀 있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시대의 변화를 담지 못하는 제도는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중앙회장의 단임제를 연임제로 변경하기 위한 4개의 법안이 발의되어 심의를 앞두고 있다. 이제는 회장의 직무 수행에 대해 선거로서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할 때다. 회장이 책임감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농협을 운영할 수 있도록 연임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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