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투자는 장기전… 아트딜러와 컬렉터, 취향-안목-용기 필요”

김태언 기자

입력 2022-12-01 03:00 수정 2022-12-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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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값의 비밀’ 개정판 낸 양정무 교수
미술투자 Q&A 섹션 등 새로 담아
“아트딜러, 작가 재평가 중요 역할”


창비 제공 ⓒ강민구

“미술은 작가의 고뇌에 의해 만들어진 신화가 아닙니다. 아트딜러, 컬렉터, 작가가 벌이는 긴장감 넘치는 게임이 미술시장에 존재하죠. 미술이 자본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면 성숙한 미술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사진)가 2013년 펴낸 ‘그림값의 비밀’ 개정판(창비)을 지난달 18일 내놨다. 개정판에는 최신 데이터와 ‘미술 투자를 위한 Q&A 섹션’ 등을 새로 담았다. 미술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살펴보면서 미술 투자의 원칙을 짚는다. 지난달 28일 전화 인터뷰에서 양 교수는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 2013년과 확연히 달라졌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미술은 장기전”이라고 강조했다. 개정판에 추가된 ‘미술시장의 블루칩, 인상주의’ 섹션에서는 미술계의 조롱을 받던 클로드 모네와 빈센트 반 고흐가 화상과 가족의 도움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된 과정을 좇는다. 양 교수는 “현대미술은 인상파와 닮아있다. 지금 대개의 현대미술도 괴팍하고 난해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상파가 시장에 안착하기까지의 20∼30년을 따라가다 보면 현대미술을 보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평가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는 가치 있는 작품을 발굴하고 판매하는 아트딜러다. 양 교수는 이들을 “제2의 창작자”라고 불렀다. 그는 “아트딜러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작가를 발굴하는 화랑은 전체의 10%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기존에 거래된) 중고품을 거래할 뿐”이라고 했다.

올해 9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처음 열린 ‘프리즈 서울’ 전경. 스위스의 ‘닥터 요른 귄터 레어 북스’는 15세기 책과 삽화를 선보였다. 프리즈 서울 제공
양 교수는 단적인 장면으로 올해 9월 동시 개최된 ‘프리즈 서울’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를 꼽았다. “프리즈는 취향을 팔았죠. 확실히 화랑별로 색이 뚜렷했어요. 그런데 키아프는요? 대동소이했습니다.”

양 교수는 “작가에 대한 평가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며 “10∼20년 후 평가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고 했다. 미술시장에서 필요한 것은 “취향, 안목, 용기”다. 이는 아트딜러뿐만 아니라 컬렉터도 마찬가지다.

“국내 컬렉터층이 두껍다거나 이들이 연속성을 갖고 작가들을 후원한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밀레니얼세대가 컬렉터층으로 급부상한 건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전문 지식보다는 자신의 취향을 중요시하는 이들이 앞으로 미술시장을 이끌 주역이기 때문입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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