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형태-크기 등 분석 선택지 1만개… “사람 설계보다 매출 28% 껑충”[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허진석 기자

입력 2022-11-26 03:00:00 수정 2022-11-30 13: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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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부동산 수익 산출 SW 개발 ‘제너레잇’… 특정 입지 아파트 건설때 변수 대입
수익이 얼마나 날지 자동 산출… 최대의 부가가치 얻도록 컨설팅
“가구수 많다고 최대수익 보장 못해”… 하버드大건축학 석사 신봉재 대표
AI 활용-코딩 전문가 영입해 창업… 수익성 제시 자동 프로그램 제작


신봉재 제너레잇 대표이사(오른쪽), 이학 이사가 충남의 한 아파트 단지의 사업성 검토를 시뮬레이션한 화면을 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평형 비율에 따른 매출액과 공사비, 수익 등이 1만 가지 정도 산출되고, 아파트 건물 내부의 평면도도 살펴볼 수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경기가 어려우면 진짜 실력자가 드러나는 법이다. 큰돈이 오가는 부동산 개발에서 사업성 검토는 그 실력을 가늠하는 첫 관문이다.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식으면서 정확한 사업성 검토는 더 중요해지고 있다. 아파트 단지를 개발하려는 시행사들은 사업지를 확보하기 전에 미리 해당 토지에 아파트를 지었을 때 얼마나 수익이 날지를 계산해 본다. 통상 건축사가 동 배치나 일반적인 소형, 중·대형 평형 비율을 적용해 2, 3가지 선택지를 시행사에 제공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아파트 단지 개발의 사업성 검토를 아파트 배치 방향, 동 간 간격, 평형 비율, 인기 좋은 아파트 구조 등에 따라 손쉽게 할 수 있다면 사업 기회를 발견할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 ‘제너레잇’은 부동산 개발 사업의 수익성 검토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자동으로 추산해 사람이 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 특정 사업지 설계도 1만 개 제공
제너레잇은 아파트 개발 사업을 할 때 평형 비율과 층수, 가구수 등에 따라 수익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계산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다. 사업자가 특정 평형대로만 구성하고 싶다면 그런 옵션을 넣어서도 계산할 수 있고, 소형과 중대형의 비율을 어떻게 배분해야 사업성이 가장 좋을지도 계산해 준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제시하는 여러 규제를 만족시키면서 용적률을 최대로 적용받는 것이 유리한지, 그 이하의 용적률로 짓는 것이 더 유리한지 등도 판단해 볼 수 있다. 제너레잇은 아파트 개발 사업의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를 고려해 1만 가지의 선택지까지 제공할 수 있다. 신봉재 제너레잇 대표이사(38)는 “사람이 2, 3가지를 제안하던 기존 방식과 비교해 보면 분양 매출을 평균 28%가량 늘릴 수 있는 방안이 나온다”며 “1000억 원대 사업이라면 280억 원의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사업지 특성 다양해 가구수만 고려하면 안돼”
제너레잇은 개발 중인 웹 기반 소프트웨어(SW)를 활용해 국내에서는 특정 사업지의 사업성을 검토해주는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특정 사업지의 복잡한 규제를 일일이 따져서 적용하는 방식으로 결과물을 산출해 낸다. 신 대표는 “올해 법인 설립 이후 국내에서 20여 곳의 사업성을 분석하는 컨설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시행사들이 사업지를 확보하기 전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어느 땅을 대상으로 검토했는지는 대부분 비밀이다.

그간 국내 사업지의 사업성을 분석해 본 신 대표의 경험을 요약하면 이렇다. 아파트를 높게 지으면 한강을 볼 수 있는 한 아파트 사업지의 경우 한강 뷰를 확보할 수 있는 가구를 늘리려고 높은 층을 최대로 만드는 구조로 설계해 보니 최대 수익이 나오지 않았다. 한강 뷰 가구의 분양가가 조금 더 고가이긴 하지만 한강이 보이지 않는 가구 환경이 너무 나빠져서 전체적인 수익을 낮췄기 때문이다. 반면에 바다를 볼 수 있는 동해안의 한 사업지에서는 전망이 좋은 곳을 늘릴수록 수익성이 극대화됐다. 바다 조망이 가능한 가구에 프리미엄이 많은 붙는 경향이 있어 수익성이 좋아졌다. 신 대표는 “사업지의 모양과 입지에 따른 특성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분양가가 높은 아파트를 최대로 늘리는 방식이 반드시 최대의 수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제너레잇의 기술은 궁극적으로 특정 토지에 아파트를 지을 때 최대의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이런 기술이 보편화된다면 같은 땅에 사람들의 수요에 맞춘 아파트를 많이 지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학술적 연구 하다가 ‘창업의 순간’ 맞아
제너레잇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정가혜 기술이사가 인공지능이 학습한 주변 시세와 평면도 등에 따라 건물 설계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제너레잇의 공동창업자는 3명이다. 신 대표이사는 한양대 건축학과를 나와서 미국 하버드대에서 건축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건축회사에 취직해 대형 프로젝트의 건축 설계 업무를 했다. 정가혜 기술이사(CTO·32)는 서울대 수학과를 나와서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AI를 활용해 주변 시세를 활용한 분양가 추정, 아파트 각 가구별 조건에 따른 가격 프리미엄 예측과 같은 AI를 활용하는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이학 이사(29)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과 건축학을 전공했다. 게임을 개발한 코딩 실력을 기반으로 제너레잇 엔진 개발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2019년 미국 건축회사에 다니던 신 대표는 칼텍에 재학 중이던 정 이사와 지인을 통해 연결됐고, 정 이사는 서울과학고 후배인 이 이사를 팀에 합류시켰다. 이들과 함께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의 기숙사를 최대의 수익이 나도록 최적화하는 프로젝트를 했다. AI를 활용한 사업성 검토가 어느 정도 가능한지 시험해 학회 등에 논문으로 발표할 계획이었다. 해당 기숙사는 크기와 모양이 다른 10가지 방 타입을 갖춰야 했다. 이들은 대학 측이 검토하고자 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경우에 대비한 건축안들을 미리 만드는 과정에서, 특정 조건만 넣으면 다양한 설계 방식을 제시할 수 있는 자동화 프로그램까지 만들게 됐다. 각 방안별로 예상되는 수익까지 함께 제시했다. 신 대표는 “기존에 대학 측이 가지고 있던 방안에 비해 수용 학생 수를 752명에서 796명으로 늘리고, 연 임대료 수입을 100만 달러나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발견했을 때 창업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당시도 그렇지만 지금도 세계 어떤 회사도 수익 극대화까지 제시하는 자동 설계 프로그램은 만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엔진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이 이사는 “롤 모델로 삼을 프로그램이 없어 뼈대부터 고안하느라 힘든 점이 많았다”고 했다. AI를 담당하는 정 이사는 “아파트 단지의 가구별 전망까지 고려해 모든 가구의 분양가까지 각각 산출할 수도 있다”며 “전체 연면적에 평당 평균 분양가를 곱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변 시세를 반영한 개별 가구의 가격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좀 더 합리적인 방식으로 사업 규모를 정할 수 있다”고 했다.
○내년 상반기 미국에 소프트웨어 출시

제너레잇은 자사의 기술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내년 상반기 미국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미국 부동산 시행사들과 한창 막바지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특정 사업지 주소를 넣기만 해도 1만 개 선택지를 볼 수 있다. 제너레잇은 우선 저소득층을 위한 소형 아파트 건설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 대표는 “저소득층을 위한 소형 아파트와 모듈러 하우스에 대한 도면을 학습시켜, 특정 사업지에 이런 공동주택을 지으려 할 때 얼마나 사업성이 있는지를 서비스를 구독하는 시행사들이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연간 최대 10만 달러(약 1억3500만 원)의 구독료를 받을 계획이다. 이후 일반 공동주택과 오피스빌딩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신 대표는 “부동산 개발 시장 규모가 훨씬 크고 소프트웨어 활용이 활발한 미국 시장에 더 주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내에서는 특정 부지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계속 진행한다. 제너레잇이 추산하는 미국 공동주택 사업성 검토 시장은 58억 달러(약 7조6000억 원)에 달한다. 신 대표는 “지금은 과거 자료만 가지고 분양가를 추정하지만 향후 분양 이후 과정까지 추적해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까지 제시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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