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에도 근력 밴드, 김강민을 바꾼 ‘루틴의 힘’[김종석의 굿샷 라이프]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입력 2022-11-21 03:00 수정 2022-11-21 08:46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SSG 김강민(40)이 밴드 트레이닝으로 하체 근력을 강화하고 있다. 철저한 자기관리는 세월을 거스르는 활약의 비결이다. 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40대 프로야구 선수라는 직함만으로도 이미 대단한데 그는 한국시리즈 최고령 최우수선수까지 됐다. 최근 SSG를 창단 두 시즌 만에 첫 정상으로 이끈 김강민(40)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8타수 3안타를 기록한 그는 대타 홈런 2개로 5타점을 올리며 ‘짐승’이란 별명을 소환했다. 특히 5차전에서 팀이 2-4로 뒤지던 9회말 대타로 나와 터뜨린 끝내기 홈런은 야구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 됐다.

세월을 거스른 김강민의 활약은 자신의 루틴(routine)을 철저하게 따른 결과다. 스포츠에서 루틴은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 고유한 프로그램을 일정하게 실행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의미의 징크스와 달리 긍정적인 실천이다.

김강민은 “홈게임을 앞두고 파스타만 먹었다. 2년 전부터 그랬더니 결과가 좋았다. 샐러드, 시금치 파스타나 알리오올리오를 선호한다”며 웃었다. 파스타는 경기에 나서는 선수에게 적합하다. 당지수(GI)가 50∼55 정도로 높지 않으며 복합 탄수화물로 혈당이 완만하게 올라가 오랜 기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다.

식이요법으로 늘 적정 체중 89kg을 유지하는 김강민은 골반이 전방으로 기울어진 체형이라 남들보다 부상 위험이 높다. 긴장도가 높은 햄스트링은 올해도 두 차례 다쳤을 만큼 ‘아킬레스건’이다. 부상 예방을 위해 시즌 때도 매일 30분 동안 개별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력을 강화했다. 선발 출전이 아닌 경우 5회 이후 밴드 등 소도구를 통한 코어 근육 활성화까지 진행했다. 8시간 수면 원칙에 따라 야간 경기를 마친 뒤 불필요한 활동은 하지 않았다.

일상의 규칙적인 습관은 누구에게나 인지 기능 향상과 건강 증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캐나다 퀸스대 메건 에질로 교수는 “기억력이 떨어지는 노년층에게 루틴은 삶의 질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출퇴근 지하철역 계단 이용, 점심 식사 후 걷기, 일주일에 몇 번은 동네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탄다면 하루 운동권장량을 충족할 수 있다. 정해진 시간에 스포츠 게임, 그림 그리기, 악기 연주, 노래 부르기 등 취미 생활을 하거나 독서클럽 등 지역사회 활동에 관심을 가지면 몰입과 성취감을 얻어 정신건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50대 중반으로 철인 3종 경기에 빠진 필자의 선배는 “세상에서 최장 코스는 침대에서 현관까지인 것 같다”고 했다. 매일 새벽 운동 나가기가 힘들지만 그걸 극복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뜻. 너무 높지 않은 목표를 잡아 일단 시작했으면 빼먹지 않아야 한다. 사정이 생기면 줄여서라도 꼭 하는 게 중요하다.

루틴의 어원 ‘루트’는 길이라는 의미. 느리더라도 꾸준히 걸으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행동 없이는 행복도 없다.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