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처럼 즐기는 열 살 신종스포츠…건강 유지, 평생 운동 발판 [김종석의 굿샷 라이프]

김종석 기자

입력 2022-10-23 07:56 수정 2022-10-2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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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테니스, 티볼, 핸볼 관심 집중…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어 인기
어릴 적 뛰고 놀아야 집중력 향상… 탁월한 재능 보이면 전문 선수 육성


NH농협은행에 주최한 매직테니스 행사에서 참가 어린이들이 다양한 기술을 익히고 있다. NH농협은행제공
가수 윤종신은 테니스 마니아로 유명하다. 테니스 스타 출신 전미라와 아들도 테니스를 친다. 윤종신은 테니스의 매력에 대해 “재밌지만 어려워 늘 도전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테니스 라켓을 잡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일 법하다. 그립, 포핸드 백핸드 스트로크, 발리, 스매싱, 서브 등 다양한 기술을 익혀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계단을 밟아 올라가듯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래서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레슨 과정도 한동안 특정 기술에만 집착하도록 유도해 흥미를 잃게 한다. 가령 줄곧 포핸드만 가르치다가 어느 정도 완성이 돼야 다른 동작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무리하게 공을 치다보면 팔꿈치, 손목, 무릎, 발목 등에 크고 작은 부상에 노출되기도 쉽다. 요즘 테니스 인기가 뜨거워지면서 코트, 코치 찾기도 쉽지 않다.


●NH농협은행 재능기부 행사 성황
매직테니스 캠프에서 말랑말랑한 공을 주고받고 있는 코치와 참가자. 동아일보 DB
‘테니스는 어렵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국제테니스연맹(ITF)은 2007년 테니스 교육 프로그램인 ‘PLAY+STAY’를 고안했다. 테니스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접하게 해 평생 스포츠로 할 수 있도록 한 것. 국내에는 매직테니스라 이름으로 도입됐다.

매직테니스는 일반 코트 4분의 1 크기로도 가능하며 네트 높이는 일반 규격보다 10㎝ 이상 낮은 80㎝ 이하다. 라켓도 작고 가볍다. 말랑말랑한 공은 크기와 공기 압력에 따라 레드볼, 오렌지볼, 그린볼로 나뉜다. 일반 테니스보다 부상 위험이 적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적합하다. 친구들과 어울려 할 수 있어 교우 관계에도 도움이 된다. 테니스 플레이에 필요한 판단력과 상상력은 두뇌 계발 효과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테니스 선수 출신인 임지헌 삼육대 생활체육학과 교수는 “매직테니스는 진입장벽이 낮아 많은 인원이 편하게 입문할 수 있다. 테니스가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아이들은 테니스를 평생 하는 스포츠로 삼기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고 장점을 소개했다. 매직테니스는 잘 계획된 훈련과 재미있는 게임으로 수업을 신선하고 흥미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임 교수의 얘기다.

국내에 ITF가 발급하는 매직테니스 지도자 자격증 보유자는 약 300명가량이라고 한다. 방과 후 수업이나 용품업체 이벤트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국 지역마다 초보자 레슨을 매직 테니스 방식으로 배울 수 있는 코트도 있다. 대한체육회는 어르신 매직테니스 클럽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NH농협은행이 주최한 매직테니스 재능기부 행사 참가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NH농협은행 제공
최근 경기 고양시 농협대 테니스코트에서는 NH농협은행 주최 매직테니스 교실이 열렸다. 휠라코리아가 후원한 이날 행사는 당초 참가자를 40명 모집할 계획이었으나 250명이 신청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결국 은행 측은 참가자를 늘려 초등학생 52명(남학생 30명, 여학생 22명)이 참가했다. 여자 테니스 명문팀 NH농협은행의 김동현 감독을 비롯해 간판선수 최지희와 정영원 이은혜 백다연 정보영 등은 일일강사로 변신해 고사리 손에게 테니스의 기본을 직접 가르친 뒤 게임을 진행했다.

참가자인 초등학교 5학년 이하랑 양(11)은 “너무 즐거운 하루였다. 가까이에서 선수 언니들을 본 것도 신기했다. 마지막에 우리끼리 경기를 했는데 져서 아쉽다. 아빠한테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또 오고 싶다고 말씀드렸다”며 웃었다. 한 남학생은 “쉽게 게임을 할 수 있어 너무 재밌었다. 시간이 빨리 가 아쉬웠다.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어린 참가자들은 새롭게 익힌 매직테니스의 매력에 빠져 밝은 표정으로 구슬땀을 흘렸다.

최지희는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잘 따라해 주니까 너무 뿌듯했다”며 “요즘 아이들은 많이 뛰어놀지 않는데 매직테니스 같은 활동적인 운동을 하면 건강에도 좋고 친구들과 같이 어울려서 하니까 교우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매직테니스 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일일강사로 나선 NH농협은행 여자테니스부 간판스타 이은혜와 셀카를 찍고 있다. NH농협은행 제공
장한섭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단장은 “매직테니스는 테니스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테니스는 어려운 운동이지만 매직테니스를 통해 보다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장 단장은 또 “매직 테니스 재능기부 행사는 코로나19 이전에도 한 해 4차례 정도 진행했던 인기 프로그램이었는데, 지금은 확실히 예년에 비해 테니스 열풍이 뜨겁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참가 어린이들이 테니스를 치면서 해맑게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부모님들도 ‘좋은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셔서 이런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은 “테니스 붐으로 많은 학생들이 참가하여 뜻 깊은 시간을 보내 기쁘다. 앞으로도 스포츠 재능기부를 통해 아이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고 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서울 올림픽코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을 후원한데 이어 이번 행사까지 지원한 휠라코리아 마케팅팀 관계자는 “어린이 테니스도 성인 못지않은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어린이들이 테니스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입시 위주 교육에 뒷전으로 밀린 청소년 운동

학창 시절 운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세계건강기구(WHO)는 청소년들이 신체활동에 참여하면 심혈관계 질환 위험과 대사증후군 발생률을 낮춰주며 과체중과 비만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캐나다 몬트리올대와 맥길대 공동 연구에 따르면 10세 이전에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중학교 진학 후 집중력이 우수하고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발생 확률도 낮았다.

이처럼 장점이 많지만 국내에서는 지나친 입시 위주 교육으로 마음껏 뛰어놀기도 어렵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9년 국민생활체육조사를 보면 10대의 체육참여율(일주일에 1회 이상)은 50.1%로 전 연령에서 가장 낮게 조사됐다. WHO가 발표한 146개국 11¤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하루 신체활동량 조사에서 한국은 1시간미만이 94.2%로 전체 1위였다. 2020년 문체부 조사에서도 10대의 35.8%는 규칙적인 체육활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70세 이상(36.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특히 10대 여성은 이 비율이 49%로 남녀를 통틀어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4일 경기 안산원곡초등학교에서 올해 첫 ‘찾아가는 티볼 교실’을 열었다. 한 여학생이 티볼을 치는 모습을 허구연 KBO 총재(왼쪽)가 지켜보고 있다. KBO 제공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찾아가는 티볼 교실 장면. KBO 제공



●KBO 찾아가는 티볼 교실 시행


이런 현실에서 매직테니스와 같은 신종스포츠는 좀더 접근하기 쉬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전국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돌며 티볼 강습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 67개교, 중학교 67개교에 보급할 예정이다. 참가학교에는 140만 원 상당의 티볼 용품과 글러브가 제공된다.

티볼은 허리 높이의 티(tee)에 공을 놓고 치는 간이 배팅볼이다. 규칙은 야구와 비슷하다. 다만 야구에서는 스리 아웃에 공수가 교대되지만 ‘티볼’은 공격 측 타자 전원이 모두 타격해야 한 이닝이 끝난다. 마지막 타자가 타격을 끝낸 시점의 잔루 주자는 다음 이닝 시작 때 그대로 이어진다. 또 야구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 파울은 스트라이크로 인정되지 않지만 ‘티볼’에서는 인정된다. 번트와 도루가 없는 것도 다른 점이다.

티볼 전도사를 자처하며 강사로도 직접 나서고 있는 허구연 KBO 총재는 “티볼은 고무 방망이와 고무공, 배팅티만 있으면 경기를 할 수 있다. 다칠 염려가 없다. 야구 저변 확대와 전인교육에도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KBO는 티볼교실 강사로 은퇴 모임인 일구회(회장 김광수)와 함께 시니어 봉사단을 구성해 재능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NH농협은행에 주최한 매직테니스 행사에서 참가 어린이들이 다양한 기술을 익히고 있다. 테니스코리아 제공
대한핸드볼협회는 핸드볼을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핸볼’을 고안해 보급하고 있다. 초등학교 남녀 학생들이 핸볼 경기를 하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학생 눈높이에 맞춘 미니 핸드볼 ‘핸볼’
대한핸드볼협회는 핸드볼을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핸볼’을 고안해 보급하고 있다. 초등학교 남녀 학생들이 핸볼 경기를 하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대한핸드볼협회는 몸싸움과 골키퍼를 없앤 ‘핸볼’ 보급에 나서고 있다. 부드러우면서 잘 튀는 공을 사용하는 핸볼은 초등학교에서 시범 운영을 하고 있는 데 남녀 학생이 함께 할 수도 있고 골이 많이 나와 반응이 좋다고 한다. 채 하나를 갖고 미니 코스에서 9홀 또는 18홀을 도는 파크골프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매직테니스, 티볼, 핸볼 등에서 특출한 재능을 보이면 ‘진짜’ 테니스, 야구, 핸드볼 클럽이나 운동부에 가입해 전문 엘리트 선수로 성장할 수도 있다. 이기광 국민대 교수는 과거 인터뷰에서 “어릴 적 땀으로 얻은 성취감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다. 어른이 되었을 때 다시 살아나 평생에 걸쳐 운동을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해 준다”고 말했다. 운동하는 학생이 많아질 때 나라도 건전해질 수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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