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인상” “10일 셧다운”…출구 못찾는 시멘트·레미콘 갈등

신동진 기자

입력 2022-10-06 18:22 수정 2022-10-0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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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자재가격과 환율 등이 잇달아 급등하자 상생관계였던 시멘트업계와 레미콘업체가 강대강 대치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시멘트업계가 잇달아 가격 인상을 단행하자 레미콘업계는 시멘트업체가 가격 인상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10일 셧다운(조업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정부가 중재에 나섰지만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최악의 경우 전국 건설 공사 현장이 멈출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 전쟁-고환율 겹치며 시멘트값 급등
6일 건자재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달 4일 한국시멘트협회와 중소레미콘업계 비상대책위원회, 대한건설협회 관계자와 시멘트 가격 인상에 대한 상생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양측은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시멘트업계)” “내년 봄 이후 인상해달라(레미콘업계)”고 맞서며 협의에 이르지 못했다. 7일 동반성장위원회 주도로 열리는 ‘민간 조율’이 사실상 마지막 협상으로, 이날 협상이 결렬되면 레미콘 공장 셧다운이 현실화된다.

양측 갈등의 불씨가 된 시멘트 값은 지난해 7월 5.1%, 올해 2월 17~19%, 지난달 12~15% 등 1년 2개월간 약 35%가 올랐다.

이는 국제 유연탄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크다. 국제 유연탄 시세 전문기관인 GCI에 따르면 호주산 유연탄 가격은 지난달 30일 t당 414.8달러로 전년 동기(206.3달러)의 2배로 뛰었다. 시멘트 제조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유연탄은 호주, 러시아 등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며 유연탄 수입가가 더 높아졌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올 2월 유연탄 가격이 t당 250달러에 육박했지만 비정상이라 판단해 작년 평균가(135달러) 기준으로 가격을 올렸다. 이후 200달러가 더 올라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시멘트 가격이 추가 인상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9월 가격 인상분에 전기료 인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멘트업계는 “전력비는 시멘트 원가의 20~30%를 차지한다”며 “올해 3차례 전기요금 인상으로 약 800억 원의 원가 상승 부담이 늘었다”고 했다.


● 레미콘사 “올해 가격협상 다 끝났는데 또 인상”
문제는 레미콘사들도 물러설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t당 시멘트 값은 지난해 7월 평균 7만8800원에서 9월 인상분 적용 시 최대 10만6000원으로 오른다. 이미 2월에 건설업계와 레미콘 가격 협상을 마무리해 추가 인상을 받아들이면 그만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평균 영업이익률이 3%대인 중소 레미콘업체들은 인상폭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레미콘업계가 시멘트 가격인상 시점을 내년 봄으로 늦춰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레미콘사는 건설사에 계약대로 콘크리트를 공급해야 하니 시멘트 업계가 일제히 가격을 올리면 손해보더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시멘트 가격이 사실상 과점 상태에서 결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미콘업계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다. 특히 시멘트-레미콘-건설사-원도급사로 이어지는 건설자재 시장 구조가 걸림돌이다. 납품단가가 오르면 공사비도 함께 오르는데, 건설사 역시 원청의 도급을 받아 시공해 이를 무작정 올려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치킨게임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업계의 대기배출부담금을 줄여주거나 레미콘 믹서트럭을 확대하는 등 수익성 개선 여지가 생기면 출구(타협점)가 생길 수 있다”며 “레미콘업체가 셧다운하면 주요 건설공사가 차질을 빚는 만큼 정부가 좀더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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