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미국판 당근마켓’ 인수… 창사후 최대 2.3조 베팅

지민구 기자

입력 2022-10-05 03:00 수정 2022-10-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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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취임후 첫 대규모 M&A… 북미 콘텐츠 시장 본격진출 선언
포쉬마크, 美 패션 중고거래 1위… 판매자 팔로하는 새로운 형태
‘커뮤니티형 커머스’로 키울 계획


네이버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 업체 포쉬마크를 2조3441억 원에 인수했다. 1999년 네이버 설립 후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M&A) 거래다. C2C와 콘텐츠 서비스를 앞세워 북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네이버는 4일 “포쉬마크의 지분 100%를 취득하기로 결정했다”며 “2023년 1분기(1∼3월) 중 인수 절차를 마무리해 계열사로 편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올해 3월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뒤 첫 번째 대규모 M&A 거래다. 포쉬마크는 네이버 계열사로 편입된 이후에도 기존 경영진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실리콘밸리(레드우드시티)에 본사를 둔 포쉬마크는 미국 1위의 패션 분야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미국판 ‘당근마켓’이라고도 불린다. 지난해 기준 연간 거래액은 18억 달러(약 2조5700억 원)로, 북미 외에도 호주, 인도 등에서 누적 가입자 8000만 명을 확보했다.

그동안 네이버는 중고 거래를 포함한 글로벌 C2C 사업 확대에 공을 들였다. 스페인의 중고 거래 플랫폼 왈라팝에 1억1500만 유로(약 1600억 원)를 투자했고 일본에선 의류 전문 리셀(재판매) 장터인 빈티지시티를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리셀 플랫폼 크림이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에서 분사한 뒤 1400억 원의 외부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콘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가 C2C의 패션 전자상거래라는 판단을 한 뒤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포쉬마크의 지역 기반 중고 거래 서비스가 이용자 간 소통 기능도 갖추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포쉬마크는 이용자의 우편번호를 확인해 철저히 지역 기반으로 게시물을 보여준다. 특정 지역 안에서 활발한 물품 거래로 이름이 알려진 판매자는 포쉬마크 플랫폼 안에서 ‘포셔’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일반 이용자들은 포셔를 팔로(추종)하면서 개인의 취향에 맞는 거래 물품이나 게시글을 찾아볼 수 있다.

최 대표는 “포쉬마크의 서비스는 개인 간 소통을 기반으로 발전하는 형태”라며 “네이버가 이를 기반으로 ‘커뮤니티형 커머스(전자상거래)’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포쉬마크를 중심으로 이른바 ‘MZ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포쉬마크 이용자 중 80%는 MZ세대다. 네이버웹툰과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등 콘텐츠 서비스와 포쉬마크의 지역 기반 중고 거래 사업을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포쉬마크 인수 소식에 네이버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네이버는 전 거래일보다 1만7000원(8.79%) 내린 17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기에 비교적 비싼 가격에 인수했다는 시장의 평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 간 M&A 이슈가 나올 때마다 인수 기업의 주가가 단기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포쉬마크보다 매출이 적은 경쟁사 ‘디팝’도 지난해 16억 달러(약 2조2800억 원)에 다른 업체에 매각됐다”며 “이번 인수액은 적당한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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