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에 실제 그림 처음 본 ‘독학 화가’… 갈망이 소용돌이친다
완주=김태언 기자
입력 2022-10-04 03:00 수정 2022-10-04 03:00
‘장 마리 해슬리―소호 너머 소호’展
14살에 광부, 17세에 화가 꿈꿔… 고흐를 닮은 ‘추상표현주의 작가’
전북도립미술관서 112점 전시
“예술은 교육되는지, 태어나는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고민 던져”
꿈틀거리는 색, 요동치는 선.
프랑스 추상표현주의 작가인 장 마리 해슬리(83)의 회화들은 거침없이 내뿜는 생동감이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열일곱 살에야 책을 보고 화가를 꿈꿨고, 22세에 실제 그림을 처음 봤다는 ‘독학 화가’인 그는 어떻게 이런 열정 가득한 작품들을 쏟아낼 수 있을까. 전북 완주군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장 마리 해슬리―소호 너머 소호’는 그 해답을 찾는 실마리가 되어줄지도 모르겠다.
해슬리의 생애를 따라 5부로 구성된 전시는 그의 회화와 조각, 드로잉 등 112점으로 구성됐다.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변모를 순차적으로 알기 쉽게 짚었다. 전시를 기획한 이인범 전 상명대 교수는 “예술이란 타고나는 것인지 교육을 통해 배우는 것인지, 그 근본적인 질문이 해슬리만큼 어울리는 작가도 없다”며 “연대기순으로 전시를 구성한 것도 그 답을 관객도 함께 고민해 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1부 ‘별의 순간들’은 작가가 1967년 미국 뉴욕으로 떠나기 전 작품들로 구성됐다. 프랑스 북동부 알자스에서 태어난 그는 14세부터 광부로 일했다. 원인 모를 병으로 투병하던 17세 때 형이 사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생애를 담은 책을 보고 화가를 꿈꾸기 시작했다. 전시장을 채운 굵직한 필획의 드로잉에서 고흐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건 이 때문이다.
2부 ‘뉴욕 미술현장 속으로’는 해슬리가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초기 10년의 작업을 망라했다. 프랑스 파리를 거쳐 1967년 뉴욕으로 간 그의 작품엔 당시 기학학적 표현이 주류였던 뉴욕 미술의 트렌드가 반영돼 있다. 대표작이 이번 전시에서도 소개된 ‘무한의 선 Ⅱ’(1978년)이다.
하지만 1980년대 해슬리는 다시 ‘고흐 정신’으로 귀환한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이기도 한 3부 ‘출발점으로의 귀환’은 커다란 캔버스에 소용돌이치는 선이 우주의 영원한 생명력을 머금었다. 특히 1982, 1983년 내놓은 ‘우주’ 시리즈는 이번 전시의 백미. 이 전 교수는 “고흐의 표현주의가 다시 살아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4부 ‘신체, 알파벳으로부터’는 다소 이질적이다. 흔히 해슬리를 추상표현주의 작가로 구분하지만, 이 섹션에선 그의 구상회화를 만끽할 수 있다. 1980년대 말 해슬리는 인간의 신체를 눈여겨봤고, ‘뒤집힌 D’(1989년)처럼 인체로 만든 알파벳 형상을 그렸다. 미술관 측은 “이전까지 결과물이 즉흥적인 작업을 통해 이뤄졌다면, 이때는 방향을 틀어 소통이라는 좀더 정교한 목적의식을 갖고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표현주의 미술의 해슬리적 전형’은 예술가로서 또 한 꺼풀을 벗어낸 작가의 현재를 마주할 수 있다. 2007년 작 ‘짐노페디’는 광부와 예술가, 구상과 비구상 등 경계를 넘어서 자유분방한 필치와 원시적 색채로 하나의 질서를 정립한 거장의 향취가 가득하다. 이 전 교수도 “해슬리의 예술은 이제 고흐와의 만남이란 기원마저 망각될 정도”라고 했다. 30일까지. 무료.
완주=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14살에 광부, 17세에 화가 꿈꿔… 고흐를 닮은 ‘추상표현주의 작가’
전북도립미술관서 112점 전시
“예술은 교육되는지, 태어나는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고민 던져”
전북도립미술관 ‘장 마리 해슬리―소호 너머 소호’ 전시장. 리듬감이 돋보이는 ‘우주’ 시리즈(1982∼1983년)와 미니멀리즘
조각 ‘기억의 저편Ⅱ’가 함께 배치됐다. 기억의 저편Ⅱ는 1975년 처음 만든 작품을 바탕으로 2022년 다시 제작했다.
전북도립미술관 제공
꿈틀거리는 색, 요동치는 선.
프랑스 추상표현주의 작가인 장 마리 해슬리(83)의 회화들은 거침없이 내뿜는 생동감이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열일곱 살에야 책을 보고 화가를 꿈꿨고, 22세에 실제 그림을 처음 봤다는 ‘독학 화가’인 그는 어떻게 이런 열정 가득한 작품들을 쏟아낼 수 있을까. 전북 완주군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장 마리 해슬리―소호 너머 소호’는 그 해답을 찾는 실마리가 되어줄지도 모르겠다.
해슬리의 생애를 따라 5부로 구성된 전시는 그의 회화와 조각, 드로잉 등 112점으로 구성됐다.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변모를 순차적으로 알기 쉽게 짚었다. 전시를 기획한 이인범 전 상명대 교수는 “예술이란 타고나는 것인지 교육을 통해 배우는 것인지, 그 근본적인 질문이 해슬리만큼 어울리는 작가도 없다”며 “연대기순으로 전시를 구성한 것도 그 답을 관객도 함께 고민해 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1부 ‘별의 순간들’은 작가가 1967년 미국 뉴욕으로 떠나기 전 작품들로 구성됐다. 프랑스 북동부 알자스에서 태어난 그는 14세부터 광부로 일했다. 원인 모를 병으로 투병하던 17세 때 형이 사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생애를 담은 책을 보고 화가를 꿈꾸기 시작했다. 전시장을 채운 굵직한 필획의 드로잉에서 고흐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건 이 때문이다.
2부 ‘뉴욕 미술현장 속으로’는 해슬리가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초기 10년의 작업을 망라했다. 프랑스 파리를 거쳐 1967년 뉴욕으로 간 그의 작품엔 당시 기학학적 표현이 주류였던 뉴욕 미술의 트렌드가 반영돼 있다. 대표작이 이번 전시에서도 소개된 ‘무한의 선 Ⅱ’(1978년)이다.
하지만 1980년대 해슬리는 다시 ‘고흐 정신’으로 귀환한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이기도 한 3부 ‘출발점으로의 귀환’은 커다란 캔버스에 소용돌이치는 선이 우주의 영원한 생명력을 머금었다. 특히 1982, 1983년 내놓은 ‘우주’ 시리즈는 이번 전시의 백미. 이 전 교수는 “고흐의 표현주의가 다시 살아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4부 ‘신체, 알파벳으로부터’는 다소 이질적이다. 흔히 해슬리를 추상표현주의 작가로 구분하지만, 이 섹션에선 그의 구상회화를 만끽할 수 있다. 1980년대 말 해슬리는 인간의 신체를 눈여겨봤고, ‘뒤집힌 D’(1989년)처럼 인체로 만든 알파벳 형상을 그렸다. 미술관 측은 “이전까지 결과물이 즉흥적인 작업을 통해 이뤄졌다면, 이때는 방향을 틀어 소통이라는 좀더 정교한 목적의식을 갖고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표현주의 미술의 해슬리적 전형’은 예술가로서 또 한 꺼풀을 벗어낸 작가의 현재를 마주할 수 있다. 2007년 작 ‘짐노페디’는 광부와 예술가, 구상과 비구상 등 경계를 넘어서 자유분방한 필치와 원시적 색채로 하나의 질서를 정립한 거장의 향취가 가득하다. 이 전 교수도 “해슬리의 예술은 이제 고흐와의 만남이란 기원마저 망각될 정도”라고 했다. 30일까지. 무료.
완주=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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