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연속 무역적자… 외환위기후 처음

세종=김형민 기자 , 박상준 기자 , 곽도영 기자

입력 2022-10-03 03:00 수정 2022-10-03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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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수입액 작년보다 81% ↑
수출 증가율은 한자릿수 그쳐



9월 무역수지가 5조 원 넘게 적자를 기록하며 무역적자가 6개월째 이어졌다. 6개월 연속 적자를 보인 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이다. 올해 연간 무역적자 규모가 500억 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 경제 성장 엔진인 무역이 휘청거리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수출액은 574억6000만 달러(약 83조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늘었고 수입은 612억3000만 달러로 18.6% 늘었다. 수입이 수출보다 큰 폭으로 늘며 무역수지는 37억68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특히 한국 무역을 지탱했던 반도체 수출이 두 달 연속 줄었다. 외화벌이 텃밭이었던 대중국 수출은 4개월 연속 적자를 보이다 지난달 흑자로 돌아섰지만, 작년 동월 대비 수출 감소세는 4개월째 지속됐다. 반도체와 중국 충격으로 전체 수출 증가율은 한 자릿수로 주저앉았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석유, 석탄, 가스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전년 대비 81.2% 급증했다. 무역적자가 지속되면 외국과 오간 상품, 서비스 거래의 총체적 결과인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불황-中수출 부진… 올 무역적자 역대최대 480억달러 예상






韓, 6개월 연속 무역적자 비상


반도체 수출 전년대비 5.7% 감소, 주요 품목 15개중 10개 수출액 뚝
대중 수출액은 4개월 연속 감소세… 에너지값 상승-글로벌 침체 악재
“내년 상반기까지 적자 지속” 경고… 외환시장 불안-투자 유출 우려







국내 무역수지가 6개월 연속 적자를 보인 건 반도체 수출 감소, 중국 수출 부진, 에너지 수입가 폭등 등 3가지 요인이 한꺼번에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전 세계 경기 둔화로 반도체 수요가 줄고 재고가 쌓이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다. 대중국 수출은 4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고 무역수지 적자의 직접적인 원인인 에너지 수입액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이 같은 무역적자 상황이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은 상승 추세이고, 미국발(發) 금리 인상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경기 침체가 확산돼 수출 환경은 더 열악해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1∼6월)까지 무역적자가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반도체와 중국 수출 부진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 15개 중 반도체 등 10개 품목의 9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디스플레이, 컴퓨터 등 정보통신기술(ICT) 품목 수출액이 모두 감소했다. 한국의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은 9월 114억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7% 줄었다. 전 세계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로 지난달 26개월 만에 처음으로 수출액이 감소한 데 이어 2개월째 줄었다.

여기에 한국 반도체 중 주력 품목인 D램과 낸드의 가격이 재고가 늘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D램 가격은 올해 1분기 3.41달러에서 2분기 3.37달러로 낮아졌고, 3분기와 4분기 각각 2.88달러, 2.5달러로 전망된다.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연속 이어졌던 대중 무역적자는 9월 6억8000만 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중국 경기 둔화로 대중 수출액은 133억7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6.5% 줄었다. 대중 수출액은 4개월 연속 감소세다. 대중국 주요 수출품목인 석유화학(―13.7%), 철강(―13.1%), 일반기계(―33.1%), 반도체(―0.1%) 수출액이 모두 감소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면서 대중 수출 감소는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출이 주춤하지만 무역적자 최대 원인인 에너지 수입액은 여전히 고공 행진하고 있다. 9월 석유·석탄·가스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179억6000만 달러로 전년(99억1000만 달러) 대비 81.2% 늘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현재 수준의 에너지 가격이 지속되면 무역수지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겨울이 되면 난방을 위해 에너지 수요가 더 늘어나고, 이는 무역적자를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에너지 수입이 늘어날 겨울뿐 아니라 내년 상반기까지 무역적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물가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 떠나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무역적자가 4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 액수는 국내 무역통계가 작성된 1964년 이후 최대다. 지금까지 무역적자 규모가 가장 컸던 해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으로 206억2000만 달러였다. 당시 전체 무역액 대비 무역적자 비율은 7.4%나 됐다. 올해 이 비율은 3.3%로 1997년(3.0%)을 넘어 26년 만의 최고치가 될 것으로 한경연은 내다봤다.

무역적자는 한국 경제에 이중고를 안길 수 있다. 달러 공급이 줄면서 원-달러 환율이 더 올라가고(원화는 약세), 그로 인해 수입품 가격이 올라 물가를 밀어 올리게 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무역적자로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면 외국인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그들은 국내 투자보다 해외 투자에 눈을 돌릴 것”이라며 “무역적자는 국내적으로 인플레이션, 외부적으로 외국인 투자 감소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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