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한 사찰음식” 간편식 잇달아 출시

이지윤 기자

입력 2022-10-03 03:00 수정 2022-10-03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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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점-식품업계 협업 컵밥 등 선봬
연잎밥, 홈쇼핑 1시간 주문액 2억
7∼9월 판매량 전년 대비 6배 급증
“MZ세대 환경-건강 음식으로 통해”


CJ온스타일은 대안 스님과 협업한 연잎밥(위 사진)을, 오뚜기는 수수팥범벅을 비롯한 사찰음식 간편식을 선보였다. 각 사 제공

취나물, 곤드레, 해방풍나물 등 각종 나물에 된장과 들기름을 비벼 먹는 산채나물비빔밥이 컵밥으로 나왔다. 사찰음식 전문점 ‘두수고방’과 오뚜기가 협업해 스님들이 즐겨 먹는 식물성 음식들로 간편식을 만든 것. 종류도 버섯들깨미역국밥부터 된장보리죽, 수수팥범벅까지 다양하다. 회사 측은 최근 K콘텐츠가 인기를 끌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자 사찰음식 8종을 향후 해외에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슬로 푸드(slow food)의 대명사인 사찰음식이 국내외서 ‘힙스터’ 식문화로 재조명되자 사찰음식을 활용한 간편식까지 속속 나오고 있다. 식품업계는 최근 급부상한 건강식, 채식 수요는 물론이고 어릴 때부터 나물 음식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을 모두 사로잡는다는 전략이다.

CJ온스타일은 올 8월 ‘연잎밥 간편식’을 선보였다. 홈쇼핑 방송 1시간 동안 2억3000만 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사찰음식 전문점 발우공양의 총책임자 출신인 대안 스님과 함께 개발한 CJ온스타일 관계자는 “식품은 가전이나 의류와 비교해 객단가가 낮아 주문액이 2억 원을 넘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찰음식에 기반한 간편식은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올해 7∼9월 사찰음식 간편식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배 급증했다. 판매되는 상품 수 역시 5배로 증가했다.

식품업계가 사찰음식 공략에 나선 건 최근 성장세인 채식 인구는 물론이고 어릴 때부터 나물 식단에 익숙한 일반 소비자까지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찰음식은 ‘모든 생명체에 대한 자비심’을 근간으로 육류를 사용하지 않고 간장, 된장 등 우리 입맛에 익숙하면서도 콩을 원료로 한 양념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한국인 밥상에 예부터 나물 반찬, 두부를 비롯한 식물 기반 음식이 많았던 만큼 사찰음식은 ‘건강한 집밥’으로서 접근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찰음식은 버섯구이부터 비빔국수, 호박죽 등까지 아우른다.

여기에 사찰음식이 국내외 MZ세대에게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힙스터 음식이 됐다는 인식도 한몫하고 있다. 이는 최근 적은 양의 음식을 아주 천천히 먹는 ‘소식좌’ 먹방(먹는 방송)이 인기를 끄는 등 기존 ‘맛있게 먹는 법’으로 여겨지던 식습관을 거스르는 시선이 생겨난 것과 관련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배달음식 등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을 빨리, 많이 먹어치우는 식습관에 대한 회의감이 커졌다”며 “젊은층에게 일반 외식 대비 싱거운 사찰음식 맛집이 오히려 ‘힙한’ 경험으로 소비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한국형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2017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셰프의 테이블’에 정관 스님이 출연하며 글로벌 인지도가 생겨난 것을 시작으로 올해 5월과 8월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사찰음식 팝업 행사가 각각 파리와 뉴욕에서 열리며 현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정관 스님의 제자인 오경순 셰프는 “한국 사찰음식은 동아시아 3국 가운데서도 음식을 통한 ‘수련’을 강조해 절제된 맛과 정갈한 플레이팅으로 인기”라며 “국내 사찰음식을 현지 레스토랑으로 운영해 보자는 해외 사업자들의 제의도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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