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잔 다르크’는 어떻게 왜곡되고 이용당해 왔는가?

이지훈 기자

입력 2022-09-30 03:00:00 수정 2022-09-30 03: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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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 쇼 희곡 ‘세인트 조앤’ 내달 5일 개막… 배우 백은혜-이승주 인터뷰
국립극단, 초연 59년 만에 다시 무대에… 김광보 예술감독 3년 만에 연출 맡아
백은혜 “조앤의 인간적인 면에 초점”… 이승주 “샤를 7세 속 욕망 표현할 것”


‘세인트 조앤’은 에필로그를 포함해 총 7장으로 구성된 희곡으로, 이번 연극의 공연 시간은 3시간이 넘는다. 주연 배우인 백은혜(오른쪽)와 이승주는 “조앤의 심리 상태를 따라가다 보면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극단 제공

아일랜드 출신 세계적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1856∼1950)가 말년에 쓴 희곡 ‘세인트 조앤’.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1337∼1453년) 당시 프랑스를 구한 잔 다르크(1412∼1431)가 주인공이다. 버나드 쇼에게 이 작품은 특별하다. ‘세인트 조앤’은 가장 독창적인 잔 다르크 이야기란 평가를 받으며 ‘인간과 초인’ 등 여러 희곡을 발표한 그가 1925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조앤은 잔을 영어로 표기한 것으로 ‘세인트 조앤’은 ‘성녀(聖女) 잔 다르크’란 뜻이다.

다음 달 5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세인트 조앤’이 개막한다. 국내에서 이 작품이 무대에 오르는 건 1963년 국립극단 초연 후 59년 만이다. 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사진)이 3년 만에 연출하는 신작이기도 하다.

‘세인트 조앤’에서 신(神)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프랑스 왕세자 샤를 7세를 찾아가 전쟁에 나선 뒤, 백년전쟁을 승리로 이끈 조앤 역은 배우 백은혜(36), 샤를 7세는 이승주(41)가 맡았다. 2015년부터 이 작품을 준비한 김광보 감독은 “두 사람에게 수년 전부터 배역을 제안했다”고 귀띔했다. 두 배우를 26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작품에 대한 이야기부터 풀어 나갔다.

“1400년대를 살았던 인물에 대해 1900년대 작가가 쓴 희곡을 ‘지금’ 공연하는 것의 의미를 생각했어요. 시간은 흘렀지만 사람과 현상은 그대로인 게 아닐까. 조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당시 상황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고 봐요.”(백은혜)

“‘우리 사회는 비범한 인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질문하는 작품이에요. 2500년에도 유효한 질문이지 않을까요?”(이승주)

극 중 전쟁에 나간 조앤은 말한다. “내 가슴은 분노가 아니라 용기로 가득 차 있어요.” 17세 소녀를 추동한 힘은 분노가 아닌 용기라는 것. 신념과 용기로 무장한 조앤을 만난 사람들은 서서히 변화했고 결국 역사를 바꿔 놓았다.

“작가는 서문에 ‘조앤은 자신이 내뱉는 말이 무슨 일을 야기할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썼어요. 조앤은 계산과 타협 없이 돌진하는 사람이었죠. 세상을 알았다면 그렇게 희생당하진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전쟁을 승리로 이끌지도 못했겠죠.”(백은혜)

국내에서 59년 만에 재연되는 작품이다 보니 두 배우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승주는 “역사적 지식보다 버나드 쇼가 만들어낸 샤를 7세를 연기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겁쟁이처럼 잔뜩 웅크리고 있지만 욕망은 내재된 인물이라 생각해요. 제 안에도 샤를 7세와 비슷한 모습이 분명 있거든요. 이를 극대화해 표현하려 합니다.”

“뚜렷한 목적을 향해 돌진해 나가는 조앤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싶어요. 신화적인 존재이지만, 조앤의 인간적인 면을 더 부각하고 싶습니다.”(백은혜)

성악을 전공한 백은혜는 뮤지컬 ‘밑바닥에서’(2007년)로 데뷔한 후 연극, 뮤지컬, 방송을 오가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연극 ‘쉬어매드니스’(2008년)로 데뷔한 이승주 역시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오르고 있다. 개막을 앞둔 두 배우는 “막연한 영웅, 성인으로 추대된 잔 다르크를 아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공연”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조앤의 신념을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왜곡하는 과정을 보며 관객들이 많은 걸 생각하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음 달 30일까지, 3만∼6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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