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개발원조, 민간에 직접 지원해야” [기고/방기선]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입력 2022-09-30 03:00 수정 2022-09-30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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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올해 2월 동아프리카 최대 해상교량인 뉴 셀랜더 교량이 탄자니아 수도 다르에스살람에 완공됐다. 국내 건설사가 최첨단 공법으로 건설한 이 교량은 기능이나 디자인적으로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정부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1억2000만 달러를 지원한 프로젝트다. 이처럼 공적개발원조(ODA)란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 경제사회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지원’을 의미한다. 지금은 세계에서 15번째로 많은 원조를 하는 우리도 1960∼70년대에는 선진국과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아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후변화 등으로 개도국의 자금 수요는 대폭 증가했다. 반면 선진국들은 경기침체 대응, 재정건전성 회복 등을 위해 지원 규모를 마냥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속가능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개발 재원 부족분은 연간 4조2000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전 세계 ODA 규모가 1790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개발 재원의 수급 불균형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개발 재원 부족 심화는 기존의 ODA 방식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국가 주도의 ODA만으로는 개도국의 지속가능개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풍부한 민간 재원을 개도국 개발에 어떻게 동원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2019년 신설된 미국의 개발금융공사(DFC), 올해 4월 출범한 영국의 국제투자공사(BII) 등은 이러한 고민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기관 모두 개도국 지원을 위한 기관이지만 전통적인 ODA 기관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첫 번째는 개도국 민간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개도국 정부를 거치지 않고 민간 법인이나 프로젝트를 직접 지원함으로써 고용과 성장 기여도가 큰 민간 주도의 개발사업을 촉진한다.

두 번째 특징은 다양한 금융 수단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지분투자, 손실보증, 현지 통화 대출 등을 통해 민간자본이 개도국에 유입되도록 한다. 개도국 성장에 필요하지만 리스크가 높아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금융기법을 활용해 사업성을 보완하거나 위험을 완화하는 것이다. 개도국들은 외채 부담을 줄이면서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고, 선진국 입장에서는 민간기업과 금융기관의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정부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새로운 개발 협력 방향을 모색 중이다. 개도국 정부 대상 증여나 저리의 차관에 머무르는 현행 방식을 개선해 개도국 민간에 대한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대출 외에도 출자 또는 보증 지원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제도 정비를 통해 개도국들의 수요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개도국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과 은행들이 경쟁력 있는 금융 조건을 제공하고 양질의 인프라 사업을 수주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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